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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

[인터뷰]
요리로 삶을 즐기다, 스튜디오 준

김세준 대표


요리용 타이머로 새로운 길을 걷다

‘팰리스’로 대변되는 도곡동에는 조금 생소한 공간이 하나 있다. 남다른 가치와 취향을 가진 이들을 위한 곳. 모름지기 주방에서 요리하는 걸 즐기는 이라면 탐낼 만한 도구들로 가득한‘스튜디오준’이다. 스튜디오준은 마음에 드는 주방 도구를 직접 사용해보고 구매할 수 있는 곳이다. 요리를 배울 수 있는 쿠킹클래스도 열린다. 요리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공간이다.


스튜디오준을 운영하는 김세준 대표는 원래 이런 주방 도구들과 전혀 관계없는 화이트칼라(white-collar)였다. 경영학과를 졸업해 무역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단지 맞벌이하는 부모님 덕에 7살 때부터 달걀 프라이를 해 먹을 줄 알았을 뿐이었다. 관계가 있었다고도 볼 수 있을까? 나중에 좋아하는 무언가를 수입해 팔고 싶다는 열정만큼은 그득했다.



 


2007년이었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 우연히 독특한 요리용 타이머 하나를 발견했다. 남다른 물건에 관심이 많았던 그였기에 복고풍의 타이머에 마음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곧장 검색에 들어갔다. ‘타이푼’이라는 영국의 타이머 회사에 연락이 닿았다. “당신들 제품이 괜찮은데 내가 팔아도 되겠냐”고 물었고 얼마 후 ‘알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길로 다니던 회사를 무작정,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만뒀다. 호기롭게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다.


영국에서 주문한 물건이 도착했다. 본격적으로 판매에 뛰어들었지만 새로운 길은 녹록지 않았다. 판매하는 방법을 몰랐다. 길거리에서 판매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판매에 있어 가장 중요한 유통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수입한 물건은 창고에 차곡차곡 쌓여만 갔다.



 


“수입한 제품은 분명 예뻤어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제품이기에 잘 팔리겠다고 확신했죠. 주변 사람들 반응도 좋았고요. 그런데 문제는 파는 방법을 몰랐다는 거예요. 판매에 있어 유통이 가장 중요하단 걸 지금은 알지만, 그땐 몰랐죠. 그렇게 회사를 그만두고 3년을 고생했어요.”




요리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다

진척 없이 3년을 고생했다. 그래도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그동안 유통망을 서서히 확보해 나갔다. 지하 창고 한 편에 사무실도 마련하고 온라인 쪽부터 건드렸다. 그 결과 2011년부터는 백화점에서 판매할 수 있게 됐다. 물론 매장을 차려서 입점한 건 아니었다. 여러 상품을 한데 모아 판매하는 행사의 매대를 얻어 판매했다.


지지부진하긴 매한가지. 경험이 부족했기에 온라인 판매를 위한 사진을 어떻게 찍어야 하는지, 또 어떻게 마케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감을 잡지 못한 상태였다. 사업에 뛰어든 화이트칼라의 설움을 맛볼 수밖에 없었다. 포기는 없었다. 외로운 고군분투를 이어갔다. 그래도 김세준 대표는 ‘모든 주방 도구는 요리를 위한 것’이란 사실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주방 도구는 요리를 위해 존재하는 물건이다. 주방 도구를 판매하는 데 있어 최적이자 최고의 콘텐츠는 요리다. 김세준 대표는 자신이 판매하는 제품을 좀 더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 


2012년 새롭게 수입하기 시작한 ‘트라이앵글’이란 키친툴 브랜드 제품으로 요리 콘텐츠를 하나씩 만들었다. 요리에 천착하기 시작했다. 야채와 우엉 등을 얇게 채 썰고 껍질을 벗길 수 있는 ‘줄리앤 커터’나 ‘아스파라거스 필러’를 이용해 소바 샐러드나 우엉 토마토 커리와 같은 음식을 만들었다. 그렇게 요리를 만들면서 요리를 연구했다. 완성된 음식은 만들 때 사용한 도구와 함께 사진에 담았다. 사진 옆에는 레시피를 적어 넣었다.


“판매하는 제품을 이용한 콘텐츠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하다못해 과일을 깎고 자르더라도, 야채를 손질하더라도 ‘이 도구를 써서 이렇게 훌륭하게 해냈다’고요. 그렇게 하나씩 도구들을 쓰며 사부작사부작 요리를 시작하게 됐죠.” 그의 결심은 씨앗이 됐다. 트라이앵글이란 브랜드 간판을 걸고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입성에 성공했다. 요리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져갔다.



사업은 순항하기 시작했다. 판매하는 제품의 올바른 사용법을 알려줄 수 있는 콘텐츠를 더욱 강화하고 싶어졌다. 무엇보다 요리와 관련된 ‘무엇’에 대한 갈증이 커져갔다. 2015년 6월이었다. 2008년부터 만 8년 동안 머물렀던 지하에서 벗어나 사무실을 이전했다. 그의 이름의 ‘준’과 사무실을 이전하게 된 달인 6월의 ‘준(June)’이 반영된, 스튜디오준이 탄생하게 됐다.




 


요리로 스스로를 가꿔나가다

스튜디오준에는 김세준 대표의 바람이 잘 반영돼 있다. 슬로건도 ‘쿡 앤 모어(Cook & More)’. 그가 수입한 주방 도구를 판매하고 유통하고 있는 만큼 제품의 구입은 물론, 판매 중인 주방도구의 올바른 사용법을 배울 수 있다. 앞서 말했듯 그 도구로 요리를 만들어 볼 수 있는 쿠킹클래스도 수강할 수 있다. 요리로 뭉치고 싶은 사람들은 대관해서 ‘소셜라이징’ 공간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말 그대로의 스튜디오다.


“스튜디오준을 외부 커뮤니티 사람들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름에 크리에이티브한 공간을 상징할 수 있는 스튜디오란 말을 붙였죠. 저도 주변 사람들을 여기로 초대해 요리하고, 그 요리를 통해 관계를 다져나가고 있어요.”



 


김세준 대표는 여전히 독특한 주방 도구를 찾는다. 손님이 원하면 이상적인 키친을 그려주기도 하고 기업을 상대로 ‘키친 컨설팅’을 진행하기도 한다. 



“지난 주말에도 사람들을 초대해 음식을 만들었어요. 시끌벅적하게 즐겼죠. 사업을 위해 시작한 요리가 제 낙이 돼버렸네요. 요리에 있어선 제가 만족할 수 있는 맛이 가장 중요하지만, 제 음식을 맛본 사람들의 칭찬도 중요해졌어요. 아는 동생이 친구에게 그랬대요. ‘어떤 집에 가면 술안주로 가볍게 먹을 것도 시켜 먹지만, 여기 오면 세준이 형이 매번 요리를 직접 해 준다’고요. 그게 맛있었다는 말도 곧 들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웃음)”




Writer 곽봉석

Photographer 김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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