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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여행

[여행]
화려한 홍차의 세계,

스리랑카로


 


세계에서 홍차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나라는 인도다. 두 번째로 많이 생산하는 나라는 케냐, 세 번째가 스리랑카다. 하지만 인도와 케냐보다 고급 잎차, 홍차를 생산하는 나라가 바로 스리랑카다. 



 

 


고도에 따른 

맛과 향의 차이

대한민국 크기만 한 섬나라 스리랑카. 인도 남쪽 바닷가에 위치해 인도의 눈물이라고도 불린다. 스리랑카의 홍차 생산지는 섬의 남서 사분면을 동서로 나누는 높은 산악 지대의 양쪽 경사면에 집중되어 있다. 이로 인해 스리랑카 홍차의 특징 중 하나는 다른 홍차 생산국과 달리 계절이 아니라 차나무가 재배되는 고도에 따라 맛과 향이 다르다는 것이다.

해발 600m 이하를 저지대(Low-grown), 600m에서 1,200m까지를 중지대(Mid-grown), 1,200m 이상을 고지대(High-grown)로 구분한다. 누아라 엘리야, 우다 푸셀라와, 딤불라, 우바, 캔디, 루후나, 사바라가무와 같은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지명을 가진 7개 홍차 생산지가 고지대에서 저지대에 걸쳐 펼쳐진다. 


이 중 가장 뚜렷한 특징으로 홍차의 매력이 녹아든, 네 개 지역으로 지금부터 떠나보자.


 

 

 



홍차의 보르도 와인, 

딤불라(Dimbula)

콜롬보를 비롯한 스리랑카 대도시는 섬의 서쪽 해안가에 있다. 따라서 식민지 시절 산악 지역의 개척도 서쪽면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딤불라는 산악 지역의 서쪽 경사면 고지대와 중지대에 걸쳐 위치하고, 가장 먼저 다원 지역이 형성되었다. 유럽에 스리랑카 홍차로 가장 먼저, 가장 널리 알려진 지역이기도 하다. 스리랑카의 옛 수도이자 현재 제2도시인 캔디에서 딤불라 지역을 지나면 눈에 보이는 거의 모든 산 경사면에 차나무들이 있다. 그 사이사이 멋진 폭포들과 키가 크고 우아한 자태를 가진 유칼립투스 나무숲이 눈을 즐겁게 한다.


딤불라는 강하고 분명한 향, 풀 바디의 풍부한 맛, 깨끗하고 맑은 수색을 가진 홍차다. 가장 큰 특징은 좋은 딤불라 홍차를 마실 때 느낄 수 있는 복합미다. 스리랑카 동쪽의 우바 홍차가 단순미가 특징이라면 딤불라는 여러 가지 맛과 향이 차 속에 깊숙이 들어 있으면서도, 절제된 형태로 드러나는 매력이 있다. 1월부터 3월까지 가장 맛있는 홍차가 생산되는데 케닐워스, 키코 스왈드, 서머셋 등이 유명한 다원들이다.



 


우아한 홍차의 진수,

누아라 엘리야(Nuwara Eliya)

‘평원의 도시(City On The Plain)’ 혹은 ‘빛의 도시(City Of Light)’라 불리는 누아라 엘리야는 약 2,000m의 고도에 위치하며 한여름에도 밤이 되면 살짝 추위가 느껴지는 차 재배에 최적화된 기후를 가진 곳이다. 식민지 시절 영국인들이 스리랑카의 더운 기후를 피하고자 휴양지로 건설한 작은 도시다. 따라서 아직도 유럽풍의 건물들이 남아 있다. 아름다운 호수까지 있어 고지대라는 것이 무색할 만큼 도시 전체가 아름답다. 우리나라에서 전혀 볼 수 없는 낯선 별자리를 보는 것도 덤으로 얻을 수 있는 선물이다.


이 아름다운 곳에서 생산되는 홍차가 살짝 떫은 듯하면서도 달콤함을 머금은 꽃향기, 가벼운 바디감의 깔끔한 황금색 수색으로 유명한 ‘누아라 엘리야’ 홍차다. 고도가 다른 생산지에 따라 홍차의 맛과 향이 다른 이유는 고도마다 차이를 가진 토양의 다양함이 원인이다. 하지만 지역마다 가공 과정이 조금씩 다른 이유도 있다. 누아라 엘리야 홍차의 이런 독특한 맛은 상대적으로 산화를 거치는 과정에서 특화된다. 가장 유명한 다원은 러버스 립(Lover’s Leap)이며 1월에서 3월 사이에 생산된 차가 맛과 향이 가장 좋다.




 

 

 


홍차의 귀족, 

우바(Uva)

누아라 엘리야에서 동쪽으로 내려오면 우바 지역이 펼쳐진다. 경사가 급하게 굽이치는 산등성이마다 차나무로 빽빽한 우바 지역은 고지대와 중지대에 걸쳐 있으며, 고지대를 차를 타고 이동하면 산 아래로 끝도 없는 평원이 보인다. 빠르게 움직이는 구름과 안개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평원은 들판인지 정글인지 바다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우바 홍차는 인도의 다즐링, 중국의 기문 홍차와 함께 세계 3대 홍차라고 알려져 있다. 대부분 알고 있을 립톤 홍차가 이 지역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토마스 립톤(Thomas Lipton)은 영국의 홍차 왕으로 알려진 사업가다. 1900년 전후로 영국에서 홍차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때 스리랑카의 다원을 구입한 뒤 스리랑카 홍차(당시는 실론티이며 실론(Ceylon)은 스리랑카의 옛 이름이다)를 전 세계에 알렸다. 그가 처음으로 다원을 구입한 곳이 바로 우바 지역이다. 우바 홍차의 특징은 농축된 맛에서 오는 힘과 바디감, 부드럽고 우아한 민트 향이다. 스리랑카 홍차 중에서는 가장 강한 강도(Strength)를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다원은 우바 하이랜드(Uva Highlands), 세인트 제임스(ST. James). 7월에서 9월 사이에 생산된 홍차가 가장 맛있다.




 

 


스리랑카 홍차의 미래, 

루후나(Ruhuna)와 사바라가무와(Sabaragamuwa)

남쪽 저지대는 재배 면적도 가장 넓고, 많은 양을 생산하지만 오랫동안 제대로 대접을 못 받은 지역이다. 덥고 습기가 많은 지역이다 보니 섬세하고 깔끔한 고지대 특유의 맛이 부족하다. 하지만 적당한 강도와 무게감으로 입안 가득 바디감을 주는 매력이 있어 최근 가장 주목 받는 홍차다. 오랫동안 루후나로 불렸으나 최근에는 루후나와 사바라가무와 지역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하지만 유럽의 홍차 회사들은 이 명칭 대신 갈레(루후나), 라트나푸라(사바라가무와)로 부르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두 지역의 대표 도시 이름이다. 가장 유명한 다원으로는 뉴 비싸나칸데(New Vithanakande)가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홍차에 갖는 대체적인 느낌은 ‘떫다’ 혹은 ‘맛없다’이다. 잘못 우렸기 때문이다. 홍차는 제대로 우려야만 맛있다. 400mL의 펄펄 끓인 물, 2~3g의 홍차, 그리고 3분의 시간. 이 단순한 원칙만 적용해 우리면 지금까지 마신 홍차와는 전혀 다른 맛과 향의 홍차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다음에는 좋은 홍차, 특히 스리랑카의 멋진 다원의 홍차를 찾아보길 바란다.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이다.






문기영 홍차전문가

‘문기영 홍차아카데미’를 운영하며 홍차를 교육하고 있다. 쓴 책으로는 <홍차수업>과 <철학이 있는 홍차구매가이드>가 있고 <홍차애호가의 보물상자>를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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