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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여행

[맛 기행]
식탁을 점령한

세계 국물 요리 사대장


지금부터 소개하는 이 음식은 깊은 맛으로 세계 미식가들의 심금을 울린 국민 국물 요리. 식도를 타고 내려온 국물이 온몸으로 번지면 당신은 이 국물의 정체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누구냐, 넌?”



맛의 결이 켜켜이 담긴 마성의 수프, 태국 똠얌꿍




음식문화가 발달한 태국은 전 세계 미식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나라. 만약 이들에게 최고의 태국 음식을 딱 하나만 꼽으라 한다면 많은 이들이 똠얌꿍을 선택하지 않을까. 똠얌꿍은 폭염에 지친 태국 사람들의 심신을 달래온 요리다. 태국어로 똠(Tom)은 ‘끓이다’, 얌(Yam)은 ‘새콤한 맛’을 뜻하는데 여기에는 새우, 버섯, 고추, 레몬 그라스, 라임, 피시소스가 사용된다.
인간이 느끼는 맛 중 ‘쓴맛’을 제외한 매콤하고 새콤달콤한 맛을 이 뜨거운 수프 한 그릇으로 모두 느낄 수 있다. 처음에는 특유의 향과 묘한 맛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한두 번 맛을 들이면 그 강렬한 끌림에서 점점 헤어나올 수 없다. 태국 사람들은 태국 요리의 기본 소스인 남빠(생선간장), 프릭본(고춧가루), 투어(땅콩가루), 남쏨프릭(식초에 절인 고추) 등 네 가지 소스를 첨가해 입맛에 맞게 똠얌꿍을 즐긴다. 똠얌꿍에 맛을 들인 후, 이 네 가지 소스로 로컬 입맛에 가깝게 즐길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반은 태국인이다.


 



재료 맛이 점점 더해지는 국물 맛, 일본 스키야키




어느 나라든 그 나라를 대표하는 가족 요리가 있다. 스키야키는 일본을 대표하는 가족 요리로, 지역에 따라 집집마다 사용하는 재료, 만드는 방식이 다양하다. 일본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의 ‘이성적인 스키야키’ 편을 보면 그 미묘하고 별 것 아닌 것(?)으로 예민해지기까지 하는 이유에 웃음이 난다.
간장과 설탕을 섞어 만든 다레(일본식 양념장)에 대파, 두부, 배추, 실곤약 등을 넣고 자작하게 졸여 익혀 먹는 스키야키는 국물이 요리의 맛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료를 익히는 동시에 양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짠맛과 단맛의 비율을 결정하는 다레, 감칠맛을 내는 가다랑어 육수와 다시마 그리고 재료를 익히는 과정에서 나오는 소고기 육수와 채소의 수분 등 각각 다양한 재료가 국물맛을 결정한다. 소고기를 살짝 구운 후 맑은 다시 국물을 넣고 끓여 먹는 일본의 스키야키는 소의 뼈를 우려내거나 소고기를 오래 끓여 국물을 내는 우리나라 전골 조리법과는 분명 다른 포인트다.





파프리카 가루가 만든 명작, 헝가리 굴라시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레스토랑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스튜가 있다. 바로 헝가리의 전통 스튜, 굴라시다. 같은 대륙에 위치한 프랑스와 이탈리아에 비해 헝가리는 상대적으로 음식문화가 덜 알려져 있으나, 굴라시는 유럽 전역으로 전파되었다. 매콤하고 걸쭉한 국물 맛 덕분이다.
소금에 절인 고기를 양파와 함께 볶은 후 파프리카 고추로 진하게 양념하고 마지막 단계에서 토마토와 와인, 향신료를 넣어 만든 굴라시는 한국인들의 입맛에도 잘 맞아 육개장과 비유되곤 한다. 콜라겐 함유가 높은 정강이와 목살 부위로 육수를 내 국물의 농도가 진하고, 무엇보다 매운맛을 내는 파프리카 가루가 맛의 화룡점정 역할을 한다. 질 좋은 파프리카로 유명한 헝가리에 굴라시라는 명작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신분상승한 국물맛, 프랑스 부야베스




미식의 나라답게 프랑스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수프, 부야베스를 갖고 있다. 게다가 이 수프의 가격은 우리 돈으로 10~20만 원 선으로 비싼 편. 마르세유 지방의 고유 음식인 부야베스는 원래 어부들이 남은 생선을 끓인 서민 음식이었다. 그러다 19세기, 지역 경제가 번창하면서 좀 더 세련된 레시피로 변모했고 지금은 귀한 식재료인 사프란까지 넣는 최고급 요리로 신분이 상승했다. 한때 위기도 있었다. 20세기에 들어서며 관광객을 위한 저품질의 부야베스가 나오기 시작한 것. 지역의 유명 셰프들은 부야베스 위원회를 결성하고, 레시피에 반드시 넣어야 하는 생선을 정식으로 지정했다. 이들이 정한 생선은 조피볼락, 숭어, 붕장어, 눈동미리, 쏨뱅이, 백쏨뱅이. 이 중에서 4종류 이상의 생선이 반드시 들어가야 하며 새우, 아귀, 가재 등을 사용한다고 한다. 다양한 해산물과 향신료, 채소 등을 넣고 오랜 시간 끓인 부야베스는 바다 향이 가득하고 칼칼한 맛이 특징. 지역의 고유 음식을 지켜낸 프랑스 셰프들의 자존심이 부야베스라는 유명 수프를 갖게 된 비결이 아닐까.






Writer 이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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