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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여행

[여행]
자연을 온몸으로 만끽하는

아웃도어 액티비티 Best 5



사람은 누구나 자연을 좋아하는 동시에 두려워한다. 하지만 두려움을 이기고 자연을 즐기는 이들은 늘 있었다. 100km가 넘는 사막을 달리고 빛도 없는 심해를 맨몸으로 탐험하기도 한다. 당장 두려움을 극복할 필요는 없다. 극한에 이르지 않고 누구나 쉽게 그 짜릿함을 온몸으로 느낄 방법이 있다.
저 높은 산의 능선과 깊은 바닷속까지. 당신의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Pick 1  걷기에 흠뻑 빠지다,

스루하이킹(Thru-hiking)



PCT(Pacific Crest Trail)는 미국 서부 연안을 따라 멕시코 국경부터 캐나다 국경까지 4,300km에 걸쳐 이어지는 트레일이다. 이런 트레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말하자면 ‘스루(through)’하게 걷는 게 스루하이킹이다. 텐트와 식량을 지고 5개월 정도에 걸쳐 4,300km를 걷는 것이다. 뭐 그런 트레일이 다 있냐고 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PCT가 유일한 장거리 트레일은 아니다. 미국의 3대 장거리 트레일에는 PCT와 더불어, 빌 브라이슨의 기행문 <나를 부르는 숲> 무대인 ‘애팔란치아 트레일(AT)’과 미국 중부를 가르는 ‘콘티넨탈 디바이드 트레일(CDT)’도 있다.


4,300km를 걷는 여행이라면 엄두가 안 나겠지만, 길이가 길어야만 스루하이킹인 것은 아니다. 우리가 잘 아는 산티아고 순례길이나 제주 올레도 스루하이킹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스루하이킹은 어디를 걷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걷느냐의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엄밀하게는 처음부터 끝까지, 나의 여행에 필요한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하며 걷는 것. 비유컨대, 맛보기로 잠깐 걷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게 아니라, 걷기에 흠뻑 빠져보는 게 바로 스루하이킹의 매력이다.


처음부터 스루하이킹을 시도할 필요는 없다. 꽤 긴 시간을 내는 것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장비도 완전히 익숙해져야 하고 자신의 체력도 잘 알아야하기 때문이다. 일단 먼저 지자체마다 만들어 둔 둘레길을 찾아 가볍게 걷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오래 걷는 행위가 몸에 익숙해지도록 연습하는 것이 스루하이킹의 첫걸음이다.




 Pick 2  자연 위를 뛰다,

트레일러닝(Trail Running)



트레일이란 포장된 도로가 아니라 자연에 난 소로(小路), 말하자면 등산로를 뛰는 게 트레일러닝이다. 걷기도 힘든 길을 뛴다고? 그렇다. 걷기에도 힘든 산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뛰어다닌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트레일러닝 대회는 UTMB(Ultra-Trail du Mont-Blanc)로 지리산 둘레길처럼 알프스 둘레길 몽블랑을 한 바퀴 도는 170km 정도의 트레일이다.


사막이나 남극 같은 극지를 달리는 레이스도 있다. 트레일러닝의 그랜드슬램은 이집트 사하라 사막, 몽골 고비 사막, 칠레 아타카마 사막, 남극 트레일러닝 대회로 꼽힌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뛰는가? 평평한 코스나 얕은 오르막과 내리막처럼 뛸 만한 코스에서 뛴다. 등산할 때처럼 무거운 장비를 사용하지 않기에 혹시 배낭을 메고 뛰는 것은 아닌지 지레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대표적인 트레일러닝 대회는 동두천에서 열리는 ‘코리아 50K’. 50km를 달린다는 의미인데, 종목은 10K, 25K, 50K, 80K가 있다. 이밖에도 제주도, DMZ 등 크고 작은 50여 개의 대회가 열리니 가까운 곳에서 열리는 대회의 가장 짧은 코스를 알아보는 것은 어떨까.




 Pick 3  영화 <그랑블루>처럼,

프리다이빙(Free Diving)



물안경과 숨 대롱, 오리발만 차고 바다를 누비는 것이 바로 프리다이빙이다. 전문적으로는 ‘무호흡으로 하는 모든 수중활동’을 뜻하기도 한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산소통을 메고 바닷속을 누비는 스쿠버다이빙에서 산소통을 떼어내면 된다.


전문적인 프리다이버들의 도전은 더욱 깊은 곳을 향한다. 영화 <그랑블루>가 다룬 것이 프리다이버들의 삶이자 세계관 아니었던가. 현재 세계기록은 러시아의 알렉세이 몰차노프가 세운 129m다. 3분 넘게 숨을 참고 심해로 빠져드는 프리다이빙을 베이스로 다양한 영역이 발달했다. 프리다이버인 마리나 카잔코바는 3분 28초 동안의 수중 댄스 공연으로 세계기록을 세웠다. 전설적인 프리다이버 기욤 네리는 “프리다이빙은 다이빙 전 마지막 호흡과 출수 후 첫 호흡 사이의 여행”이라고 말했다. 짧지만 그사이에 만난 세계는 영원에 가깝다.


물론 프리다이빙을 배우는 모든 이가 빛없는 해저 100m를 꿈꾸진 않는다. 제주 해녀의 물질도 프리다이빙이고, 예능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에서 김병만을 비롯한 출연자들이 물고기를 잡기 위해 즐기는 스노클링과 잠영도 프리다이빙에 속한다.

 
하고 싶어도 숨을 참기가 어려워 걱정된다면, 먼저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평생 수영 한 번 하지 않은 사람도 간단한 교육 후 물속에서 차분하게 숨을 고르고 들이쉰 뒤, 물속에 얼굴을 담그고 가만있으면 2분은 참을 수 있다. 프리다이버 자격증은 초급부터 직접 강사를 할 수 있는 인스트럭터까지 5단계가 있는데, 프리다이버를 거쳐 어드밴스 프리다이버 정도만 교육 받으면 바다 속 세상을 즐기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Pick 4  자전거로 즐기는 액티비티,

바이시클 트립(Bicycle Trip)



자전거는 누구나 탈 줄 알기 때문에 새로운 극한의 액티비티라고 소개하긴 좀 머쓱하다. 사실 소개하고 싶었던 건 자전거 중에서도 그래블바이크라는 영역이다. 생활 자전거를 제외하고 자전거를 로드바이크와 MTB로 나눌 때 둘의 장점을 조합했다. 기존에 사이클로크로스라는 영역이 잠시 있었으나 이를 포함해 그보다 모험 쪽에 가깝게 설계된 바이크까지 통틀어 그래블바이크라 부른다. 차로 따지면 오프로드를 달리는 사륜 SUV인 셈.


그래블은 자갈이라는 뜻으로 임도(林道)는 물론 비포장길까지 달릴 수 있다는 의미다. MTB가 산악에 특화된 자전거라면 그래블바이크는 산악코스를 내리 달릴 수 있다. 서스펜션(충격 흡수장치)을 생략해 임도나 포장된 도로에서는 높은 주행 안정성과 속도를 얻을 수 있다. 서스펜션 대신 두껍고 요철이 있는 타이어를 사용해 노면의 충격을 줄이고 접지력을 확보한다. 기어비(Gear Ratio) 역시 다양한 경사에 대응할 수 있는 스프로킷(체인 기어)을 사용했다. 필요에 따라 바이크패킹(Bikepacking)이나 본격적인 여행에 필요한 패니어(Pannier)를 달 수도 있다.


사실 우리나라처럼 자전거 여행을 하기 좋은 나라도 없다. 인천에서 부산까지 자전거 전용도로만으로 이동할 수 있으니까. 꼭 그래블바이크가 아니어도 좋다. 한강을 달리던 로드바이크든, 야산을 달리던 MTB든, 장보기용 생활 자전거든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자전거 여행을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 중요한 건 ‘다음에 날 좋을 때 타야지’가 아니라 ‘오늘 못 타면 후회할 것 같아’ 하는 마음가짐이다.




 Pick 5  낯설고도 새로운 경험,

카야킹(Kayaking)



아마도 다섯 액티비티 가운데 가장 낯선 게 카약일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가장 대중화되지 않았고, 그만큼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종목이다. 타는 모습을 쉽게 구경하기 힘든 데다 용어가 어려워 접근할 엄두가 안 난다. 왠지 위험해 보이기도 하고 말이다. 아마 카약과 카누가 헷갈리는 사람이 많을텐데, 카약은 뚜껑이 있는 배를 타고 양날의 노를 젓는 반면, 카누는 오픈된 형태의 배에서 외날의 노로 양쪽을 번갈아 젓는다. 물론 이 둘을 ‘패들링’이란 이름으로 묶어 부르기도 한다.


낯선 생김새보다 높은 진입장벽은 위험하고 비싸다는 편견이다. 하지만 카약의 규칙을 잘 배우고 지키면 자전거보다 안전하다고 자신 있게 얘기해줄 수 있다. 가격 역시 자전거처럼 싼 것부터 비싼 것까지 다양하다. 다만 아직 대중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싼 모델이 많지 않을 뿐이다.


위험하거나 비싸다는 선입견보다 실질적인 장벽은 보관과 이동이다. 이동은 그래도 자동차에 랙을 달면 해결할 수 있는데 아파트 중심의 문화에서 카약을 보관하기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물론 조립식 카약도 있긴 하다. 하지만 보관과 이동을 한꺼번에 해결하려면 공공 보관이 답이다. 카약은 즐기는 곳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해당 장소에 적당한 보관처를 마련하는 것이 좋다. 다행스럽게도 한강에 곧 수상레저센터가 세워질 예정이다. 한강시민공원 망원지구 부근에 센터가 완공되면 카약이 좀더 대중화될 수 있지 않을까. 현재로선 가끔씩 진행되는 체험 세션에 참가하는 수밖에 없다는 점이 아쉽다.





Writer 서승범 여행작가

대학원에서 역사를 전공하고 산악 월간지 <사람과 산>에서 잡지 기자 생활을 시작해 월간 <캠핑>과 <아웃도어> 편집장을 거쳤다. 걷고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하고, 간혹 카약을 즐기며 프리다이빙을 배우고 있다. 지은 책으로 <나의 올레는 어디인가>, <캠핑, 주말여행 코스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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