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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여행

[맛 기행]
맛의 내력이 살아 숨 쉬는 전통간장

씨간장의 풍경

 


간장도 김장하듯 집집마다 담그던 시절이 있었다. 보통은 김장이 끝난 늦가을에 메주를 쒀 이듬해 봄 간장을 달였다. 가을에 수확한 해콩을 삶는 일부터 따지면 대여섯 달은 족히 걸리는 긴 시간이다. 이런 수고로움을 거쳐 만들어진 간장은 다시 대를 이어 맛의 명맥을 잇는다. 씨간장을 맛 본다는 것은 수백 년 인고의 시간을 몸소 체득하는 것과 같다.




한국 전통요리의 기본, 간장

 
한국 음식에서 맛을 내는 가장 기본적인 양념은 간장이다. 간장은 발효과학의 결정체이자 요리의 맛을 살려주는 양념이기도 하면서 그 자체로 하나의 완전한 음식이다. 지금은 전 세계 수백 가지의 양념으로 다채로운 맛을 내지만, 예전에는 간장이나 된장만으로 대부분의 요리에 간을 했다. 간장이 식재료의 맛을 살리고 때로는 식재료가 간장의 맛을 살리기도 하는 상호보완의 역할을 한 것이다.


간장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은 조선시대부터지만 간장의 기원은 대해서는 삼국사기에도 언급이 된다고 하니 그 역사를 짐작케 한다. 집에서 담그는 간장은 김장처럼 집마다 장을 담그는 방법이 달랐다. 메주를 쑤는 콩이 다르고 가져다 쓰는 소금과 물도 달랐다. 여기에 공기 중의 미생물이 발효하는 적당한 온도와 햇볕, 바람 등 변수가 많았다. 어쩔 수 없는 영역에 대해 옛사람들은 정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장 담그는 날을 맑고 양기가 충만한 날로 정하고 장 담그는 사람은 목욕재계를 했다고 전해질 정도다. 장독대 위에 정화수를 떠놓고 달을 보며 치성까지 올렸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는 간장이 얼마나 우리의 식문화를 풍요롭게 해줬는지 짐작케 한다. 



 


간장의 꽃, 씨간장


오랜 세월 한국 간장의 맛이 이어져 내려온 비결은 바로 ‘씨간장’이다. 씨간장은 말 그대로 씨가 되는 간장이다. 간장은 발효식품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맛이 변하게 되는데 좋은 환경에서 오래 묵힐수록 깊은 발효의 맛이 강해지고 염도는 상대적으로 낮아지게 된다. 특히 이렇게 만들어진 씨간장의 맛은 단순히 몇 마디 단어로 표현하기 힘들만큼 깊은 풍미와 특유의 감칠맛을 선사한다.


보통 장독대에서 간장을 길어다가 요리에 사용하게 되는데, 간장을 퍼서 쓰면 양이 줄기도 하거니와 시간이 지나면서 간장의 수분이 증발해 양이 줄기 마련이다. 그렇게 오래된 간장은 마치 소금 결정과 같은 모양으로 굳어버리는데 이렇게 발효된 간장에 새로 담근 간장을 붓는 것을 ‘겹장’이라고 한다.

 

우리가 요구르트나 빵 반죽을 만들 때 인위적으로 발효균을 넣어 발효를 촉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오래 묵은 간장과 햇간장을 섞으면 마치 와인을 블렌딩 하는 것처럼 그 맛이 한층 깊어진다. 이렇게 겹장을 계속하다 보면 간장의 맛이 자연스럽게 깊어지고 본연에 가까운 맛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담양 씨간장의 풍경

 

담양은 요즘 흔하지 않은 씨간장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약 300년 전부터 대를 이어온 간장으로 전통 장류를 담그는 종가가 있다. 사방이 대나무와 소나무 언덕으로 아늑하게 둘러싸여 여행 삼아 들러도 좋을 만큼 운치도 훌륭하다. 1,200개가 넘는 장독대가 빼곡히 자리한 너른 마당은 입이 떡 벌어질 정도. 물론 이것이 전부 씨간장일리는 만무하다. 집안의 전통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씨간장 항아리는 딱 하나. 덜어 쓴 만큼 간장을 더하는 방식으로 그 뿌리가 이어져오고 있다.

 

비 오는 날엔 비가 들이치지 않게 하고 주변을 정갈하게 관리한다고 한다. 그 정성만큼 이 간장에는 곰팡이도 절대 피지 않는다. 특히 항아리에서 간장을 떠올 때는 정성에 정성을 다한다. 이는 곧 먼 옛날부터 손에 손을 거치며 깊어진, 맛의 내력을 퍼 올리는 것과 같다. 일상 속에서 특별한 뭔가를 지켜내는 생활 방식이 존재하던 시절의 아름다움이 간장에 배어 있는 것이다.





씨간장을 가능하게 하는 비책, 숨쉬는 옹기


간장은 살아 숨 쉬는 발효음식이기 때문에 관리하고 보관하는 방법이 중요한데, 씨간장이 유지될 수 있었던 큰 요인 중 하나는 바로 옹기다. 옹기를 숨쉬게 해주는 ‘기공’은 간장이 발효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발효환경을 만들어 주어 저장성은 물론, 수년에 걸쳐 발효하며 맛과 값어치를 증가시킨다. 이 때문에 좋은 옹기에서 발효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더욱이 옹기의 자리를 옮기지 않는 것이 좋은 간장을 만들어내는 비결이다.

 

메주에 잡균이 섞이지 않도록 잘 띄우는 일부터 장독대 관리까지 옛사람이 장에 쏟은 정성은 대단했다. 벌레나 나쁜 기운을 막을 수 있다고 믿어서 장독에 금줄을 두르고 흰 버선본을 거꾸로 해 붙여두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소중히 전해 내려온 씨간장의 고유한 맛은 무엇과도 환산할 수 없는 최고의 가치일 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통 장문화의 커다란 자부심이기도 할 테다.










전통간장 방식 그대로, 옛맛을 재현합니다.
청정원 느티울 한식간장


100% 국산콩과 맑은 물만을 고집하여 만든 한식간장으로, 전통방식 그대로 발효 숙성해 맛과 향이 좋습니다. 국물 요리나 한식 요리에 맛과 풍미를 살려줍니다.






Writer 유현수

Source 한식진흥원 매거진 <한식 읽기 좋은 날>


유현수 셰프
현재 한식당 두레유 오너셰프를 맡고 있으며 한국슬로푸드협회 정책위원과 주영한국대사관 총괄 셰프로 활동한 바 있다. 2012년 런던올림픽 주영한국대사관 오찬 및 만찬 총괄을 맡았고, 2016년 미쉐린가이드 1스타로 선정되었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 EBS 다큐프라임 ‘한국음식을 말하다’ 등 방송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며 한식을 알리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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