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라이프&스타일

[인문교육]
우리 아이가 책과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

오늘, 아이와 함께 읽은 책은 무엇입니까?


 

아이들이 새학기를 맞은 지도 벌써 몇 달이 지났다. 이제와 새삼스럽게 독서의 필요성을 들먹이는 것도 괜스레 멋쩍은 일이지만 좀 더 책과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부모의 책임이자 역할일 것이다. 아이와 함께 꾸준히 책을 읽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 사실 하나만 되새긴다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 테다. 오늘 아이에게 읽어주는 단 한 권의 책이 자녀의 인생에 굳건한 나침반이 되어줄 수 있으리라는 믿음 말이다.



꾸준히 내공을 쌓아야 생기는 우리 아이 독서력


나는 교실에서 1학년부터 6학년까지의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준다. 누군가가 읽어주는 책을 귀찮아할 것 같은 6학년 아이들도 1학년만큼이나 책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열려있다는 것을,  꾸준히 책 읽어주기를 하며 절실히 느끼고 있다. 어른들의 생각보다 아이들은 무엇이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이러한 나의 작은 실천이 아이들에게 자신만의 생각과 논리를 만드는 데 작게나마 도움을 줄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독서 그리고 책 육아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뜨거운 요즘이다. 지난해 대입수학능력평가의 국어영역 난이도가 높아지면서, 수능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대안이 바로 국어, 그리고 곧 독서라는 인식이 보다 확고해진 덕분이다. 결국 필요한 능력은 이것이다.



‘지문을 읽고
내용을 해석해서
나만의
생각과 논리를 더해
말하고 쓰는 힘’



우리는 이것을 흔히 ‘독서력’이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한다. 독서력은 안타깝게도 빨리 습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능력을 단기간에 빠르고 확실하게 키워주는 속성반이 없기에 결국 미취학 시절부터 꾸준히 쌓은 독서내공이 곧 독서력이 되고, 그 독서력으로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과 논리를 세우고 거기에 살을 붙일 수 있는 것이다.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말은 이제 거의 진리에 가까워진 듯하다. 그래서 책을 많이 읽혀야한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책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내 아이가 떠올라 마음이 무겁기도 하다는 학부모들의 고민도 많다. 독서라는 의무감에서 우리 아이가 힘들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시작하기에 이미 늦어버린 것은 아닌지 노파심이 생긴다는 고백도 많이 들려온다.





독서 교육의 첫 걸음, 책 들려주기


이런 고민에 대한 답으로 나는 항상 ‘책 들려주기’를 권한다. 책을 읽으라고 지시하기 전에 ‘이 책 한 번 같이 읽어보자’, ‘읽어줄게’라는 말을 먼저 해보는 것이다. 아이의 독서력은 아이 혼자서만 키울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의 독서력에 물꼬를 트는 방법은 ‘이 책 읽어줄게 같이 읽자’는 한 마디, 그리고 10분 남짓의 시간이 전부다. 나는 이것을 ‘듣는 독서’라고 부른다. 귀로는 음성으로 된 문장을 듣고 눈으로는 그림책의 전체적인 분위기, 세세한 복선들을 알아챈다. 이것은 스스로 책을 붙잡아 눈으로 읽고 해석하며 느끼는 것과는 또 다른 기쁨과 효과가 있는데, 그렇다면 ‘듣는 독서의 힘’에는 무엇이 있을까.


때로는 초등학교 1, 2학년 어린이들에게도 책을 굳이 읽어주어야 하냐는 학부모들의 질문을 받을 때도 있다. 읽기독립(스스로 책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된 아이들에게도 책 읽어주기(한 책 같이 읽기)는 필요하다. 귀로 듣는 음성을 통해 청해력이 길러지고, 이해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아이들 혼자서는 하기 어려운 ‘정독’을 부모님과 함께 할 수 있다. 요즘 아이들은 정독보다 속독을 즐기는 경향이 많다. 하루 한 권 정도의 짧은 그림책을 부모님과 함께 정독하는 것은 1, 2학년 어린이들에게 공부 내공을 견고하게 해주는 주춧돌이 된다.


우리 아이의 경우는 아직 읽기독립 전이라 내가 매일 조금씩이라도 책을 소리내어 읽어주고 있다. 그렇다면 읽기독립은 언제 가능한 것일까? 읽기독립은 아이 스스로 눈으로 글자를 따라 읽는 속도, 그리고 입으로 소리를 내어 읽는 속도가 비등해져야 비로소 가능하다. 눈으로는 빨리 읽을 수 있는데 입으로는 더듬거린다거나, 눈으로도 입으로도 읽는 속도가 너무 느리면 읽기독립의 재미를 느낄 수가 없다. 그래서 그 시기 전까지는 꾸준히 책을 많이 읽어주어야 한다. 흔히 부모들은 책을 읽어주는 것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다며 고충을 토로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가랑비에 옷 젖는’ 것이 바로 책 읽어주기의 묘미다. 아이가 책에 푹 젖어, 독서에 대한 내공이 충분히 쌓일 수 있도록 꾸준히 ‘듣는 독서’를 실천해보자. 이 시기에 아이들이 갖추어야 할 제일 중요하고도 필수적인 방법이다. 그렇게 작은 실천을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새 생각이 무럭무럭 자라난 내 아이의 지혜를 발견하게 될 테니.




현직 초등학교 교사가 알려주는 독서 교육 꿀팁


 Q  책을 읽어주며 어떤 대화를 나눠야할지 모르겠어요.?

책을 함께 읽으면 좋은 점 중 하나는, 일상에서는 잘 나누지 않는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우리가 평상시에 아이들과 나누는 용어와 어휘는 생각보다 많이 한정되어 있다. 그런데 책을 함께 읽으면, 일상에서는 잘 나누지 못하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고, 생소한 어휘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다. 단순하게는 ‘방금 주인공이 뭐라고 했지? 무얼 찾는다고 했지? 어디에서 온 거지?’와 같은 단순 내용 확인의 질문을 할 수 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너라면 이럴 때 어떻게 할 거야?’, ‘너라면 이 때 기분이 어떨 것 같아?’라는 식으로 아이의 감정과 생각을 선택할 수 있는 질문을 할 수도 있다. 또 ‘목격’은 무슨 뜻일까?, ‘관찰’이라는 말을 무엇으로 바꾸어 말할 수 있을까? 라는 식으로 아이의 어휘력을 성장시킬 수 있는 질문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Q  어떤 책을 골라 읽어줘야 할까요?
책 읽기를 싫어한다고 말하는 교실 속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렇지만 정작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면 누구보다 흥미롭게 참여하며 이야기를 듣는다. 아이들이 재미있어할 만한 책을 골라서 읽어주기 때문이다. 책 읽기에 흥미가 없는 아이들은 ‘옛이야기’부터 읽어주면 좋다. 구전되어 내려온 이야기라는 것은  흥미성에서 선조들의 인정을 받았다는 뜻과 같다. 남녀불문, 나이불문 항상 좋아하는 옛이야기로 아이들의 흥미를 자극시켜 보자. 일부 아이들은 우주, 동물, 곤충, 실험과 관련된 소재의 이야기를 좋아하니 교훈을 주는 착한 내용의 그림책 말고도 그 범위를 넓혀서 책을 읽어주면 좋다.






Writer 김수현 정수초등학교 교사

현재 서울 정수초등학교에서 교사로 재직 중이다. 자녀를 직접 키우고 또 현장에서 가르치며 쌓아온 자신만의 교육 철학을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로 풀어내며 교육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듣는 독서로 완성하는 아이의 공부내공>, <한 권으로 끝내는 초등학교 입학준비>, <초등입학 전 학습놀이> 등이 있다. 

페이지 위로
알림

대상그룹의 건강한 소식지 <기분 좋은 만남>을 정기적으로 만나보세요

무료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