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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

[인문교육]
나는 특별하지 않아

얀테의 법칙을 아세요?



Law of Jante
북유럽 가족은 그들의 집안 인테리어만큼이나 관계가 포근하고 따뜻해 보인다. 아이에게 친구 같은 부모와 학업 스트레스 없이 늘 행복해 보이는 아이들. 미디어 속에 비춰진 북유럽의 모습은 우리에게는 먼 이상향처럼 느껴진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적당함을 추구하고, 북유럽 사람들의 신념이 된 ‘얀테의 법칙’을 기반으로 한 스웨덴의 교육 철학을 들여다보자.




비교나 경쟁을 강요하지 않은 스웨덴 교육


옆집 스웨덴 엄마는 아이의 스웨덴어 읽기 실력이 좋아졌다며 밝은 얼굴로 말을 걸었다. 이번에 학교에 들어간 옆집 아이는 스웨덴어가 부족해서 1년동안 보충 수업을 받고 있던 중이었다. 보충 수업을 계속 받게 하고 싶다고도 했다. 한국 엄마들은 대부분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한글을 깨우치게 하는 것은 기본, 보충 수업을 받게 되면 빨리 실력을 늘리기 위해서 과외라도 시켰을 법한데 스웨덴 엄마는 여유로워 보였다. 우리 사회는 어릴 때부터 너무 익숙하게 서로를 비교해왔다. 언제 기기 시작했는지, 언제 말을 하는지, 언제 기저귀를 떼는지 항상 숫자로 비교를 하며 부모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이런 숫자 비교가 당연해진 부모들은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경쟁을 하게 되고, 직간접적으로 아이에게 조바심을 표출하게 된다. 주변과 비교하기 때문에 내 아이가 못하고 있다고 느끼고, 아이가 잘하는 부분을 보지 못한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시간은 저마다 다른데 그 시간을 기다려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스웨덴 교육은 아이가 잘하는 분야를 격려하고, 비교나 경쟁을 강요하지 않는다. 또 남보다 뛰어나길 바라지 않는다.




평등보다 경쟁을 강조하니 떨어지는 학업 성취도


우리나라 아이들의 학업 성취도는 항상 세계 상위권이다. 국제학생평가프로그램(PISA, 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에서 우리나라는 매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사실 스웨덴의 순위는 생각보다 높지 않다. 2000년까지는 높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계속 하락세를 보이다 최근 들어서야 다시 높아지는 추세다. 스웨덴 교육 수준이 떨어지게 된 이유로 학교 선택권에 있어서 자율성 강화를 위해 사립학교를 크게 늘린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학교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교육에서 평등보다 경쟁을 강조하다 보니 학업 성취도가 오히려 떨어진 것이다. 스웨덴은 학생 개인의 성과를 강조하는 교육 제도로 변화한 것이 오히려 개인의 성과를 후퇴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평가했다. 한때 스웨덴에서도 PISA 순위가 높은 우리나라 교육에 관심을 갖기도 했다. 하지만 학업성취도는 높을 지라도 자율성이 부족하고 학업에 억눌려 있는 한국 교육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을 이내 깨달았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적당함


스웨덴에서 만난 친구 중 하나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도심에서 벗어나 외곽으로 이사를 갈 것이라고 했다. 아이가 학교에 진학할 때가 되면 자연을 느끼며 더 활동적으로 놀아야 하는데, 시내는 아이한테 답답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내에는 입학 전의 유아들이 많이 살고, 막상 아이가 학교에 갈 시기에는 외곽으로 많이 이사를 간다.
라곰(Lagom)은 스웨덴 문화에서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적당함’을 의미한다. 바이킹 시대에 술을 돌려 마시면서 내가 너무 많이 마시면 다른 사람이 덜 마시게 되고 내가 너무 조금 마시면 다른 사람이 너무 많은 술을 마시게 되니 적당히 마시는 습관에서 출발한 문화다. 스웨덴 사람들은 이런 적당함을 좋아한다. 당연히 아이들이 커가는 과정에도 라곰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선진 북유럽 아이들의 지침서, 얀테의 법칙


100년 전, 북유럽 국가들은 공존을 추구하는 사회 체계를 만들기 시작하며 개인적인 성공보다는 평등을 중시하는 풍토를 만들었다. 이때 ‘얀테의 법칙’이 생겨났고 북유럽 문화에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말라’, ‘자신이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말라’ 등 강한 어조의 ‘얀테의 법칙’은 다소 충격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북유럽이 추구하는 평등은 자존감을 낮추라는 말이 아니다. 경쟁에서 이겨 높아진 자존감이 아니라 자신을 존중하고 소중히 여기는 주체적인 삶을 살자는 의미에 가깝다. 이중에서도 개인적으로
9번 항목이 가장 눈에 띈다.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신경 쓴다고 생각하지 말라.’ 남을 의식하지 않고, 남과 비교하며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자녀 교육은 긴 호흡이 필요한 과정이다. 아이들이 가는 속도보다 부모가 앞장서서 부모의 속도에 맞추기 위해 강요하지 말아야한다. 앞만 보고 달리면 아이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고, 서두르다 보면 제대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아이들이 충분히 생각할 수 있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기다려야한다. ‘얀테의 법칙’은 아이에게도, 그 이상으로 부모에게도 중요한 지침이 되지 않을까? 모두가 행복한 스웨덴을 보면 말이다.






 얀테의 법칙
Law of Jante / Jantelagen


1.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2. 자신이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3. 자신이 남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4.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낫다고 자만하지 않는다.
5.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6.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7. 자신이 어떤 것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8. 다른 사람들을 비웃지 않는다.
9.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신경 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10. 다른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홍민정 작가
도시설계를 전공하고 석사 졸업 후 외교통상부를 거쳐 현재 대기업에서 글로벌 마케팅 및 전략 기획 전문가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질 수 있고 지적 호기심을 나눌 수 있어 작가라는 직업을 좋아한다. 저서로는 스웨덴에서 두 딸과 함께한 이야기를 담은 <완벽하지 않아서 행복한 스웨덴 육아>, <북유럽 인문 산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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