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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

[인문교육]
사춘기 관리는

초등학생 때부터



요즘은 초등학생에게도 ‘사춘기’가 낯선 표현이 아니다. 그저 학부모만 ‘초등학생이 무슨 사춘기?’라며 이를 거부하고 회피하거나, 억압하려 한다. 많은 초등 아이들이 속으로 사춘기를 간직하고 그 시기를 견딘다. 아직은 사춘기를 자신 안에서 어떻게 꺼내야 할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소년, 소녀에서 멈추지 않기를


초등학생 때 사춘기를 억누른 채 자란 아이는 중고등학생이 되어 다시금 사춘기를 슬쩍 꺼내 본다. 이때 부모는 다른 무기를 꺼내 든다. “너, 지금 방황하다가는 공부 시간 다 놓친다. 일단 입시에 집중해. 그게 우선이야.”


겉으로는 부모들이 사춘기 자녀 때문에 고민하는 것처럼 보인다. 실상 많은 아이들이 사춘기를 제대로 겪지 못해 더 많이 아파한다. 사춘기를 제대로 표현하고 그 혼란스러움에 용기 있게 직면하는 가정은 몇 안 된다.


사춘기에 직면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 시기를 잘 보낸 아이가 어른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 아이는 계속 소년, 소녀로 남게 된다. 스스로 책임지는 주체적 자아로 성장할지, 그 시기를 계속 미룰지는 사춘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달려있다.





사춘기를 맞이한 아이의 첫 번째 관심, 이성(異性) 

 

사춘기(思春期), ‘생각 사(思)’와 ‘봄 춘(春)’을 합친 단어다. ‘봄을 생각하는 시기’라는 뜻이다. 여기서 ‘봄’은 나와 다른 ‘이성(異性)’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엄마와 아빠라는 테두리에서 벗어난 또 다른 존재 ‘타인’에 대한 인식이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대상들과 어떻게 관계 맺기를 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사춘기를 맞이한 자녀의 첫 번째 관심은 ‘이성’이다. 자녀가 ‘남친’, ‘여친’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관심을 보인다면 일단 사춘기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당황한 부모는 대부분 이렇게 대응한다. “남자친구? 무슨 벌써……, 지금은 안 돼. 대학 가서 만나.”


상담 온 학부모들은 대게 이성 친구를 사귀게 허락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질문한다. 이럴 때 답은 일단 이성에 관심 있어 하는 상황 자체에 관심 가지라는 것이다. 겁부터 먹고 주춤하는 순간 더 이상 아이는 문을 열지 않는다. 누군가 마음에 들어 한다면 어떤 부분에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 그 순간을 공유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그러한 공유는 안전하면서도 성숙된 사춘기를 보내는 첫걸음이 된다. 마음속에 담긴 감정을 고백할지,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할지, 만약 먼저 고백을 받는다면 어떤 기분이 들지, 특히 거절된다면 그땐 어떤 마음일지 등을 나누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춘기는 애착의 대상이 변화하는 시기


영유아기의 중심은 오직 ‘자기자신’이다. 유년기에는 그 중심이 ‘부모’에게 옮겨진다. 유년기를 벗어 청소년기에 들어서면 처음으로 가족을 넘은 ‘타인’으로 확대한다. 그 타인의 위치에서 바라봐지는 자신의 자리(존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춘기는 애착의 대상이 부모에서 타인으로 바뀌는 과정이다. 그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고, 나누고 싶어 한다. 내 걸 다 꺼내 보였다가 실망하기도 한다. 이러한 시기 부모의 역할은 사춘기 자녀의 타인 관계에 섣부른 위로를 주지 않는 것이다. 아이들이 친구의 관계에서 배신감을 느끼고 서운함을 느껴 방에 혼자 들어가 운다. 이때 그 기분을 풀어준다고 바로 무언가 해 주려는 모습이 ‘애도’의 시간을 놓치게 한다.


타인과의 관계성에서 애도는 무척 중요하다. 슬퍼하면서 자신을 위로하는 시간이다. 많이 아프고,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것 같고, 수치스럽고, 심지어 그냥 이대로 죽어버리고 싶은 생각마저 든다. 그 시간을 슬퍼하면서 자신을 위한 눈물을 흘릴 시간을 충분히 준 뒤에 아이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좋다. “그냥 그까짓 거 잊어버려. 나중에 보면 다 별일 아니야. 엄마가 재밌는 영화 보여줄 테니까 기분 풀어.” 이렇게 애도하는 시간 없이 마주한 아픔을 건너뛰게 하는 섣부른 위로는 사춘기 자녀가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모든 성장의 마지막은 독립


모든 성장의 기본 패턴은 충분한 애착과 그 후에 찾아오는 분리를 통한 독립이다. 사실 사춘기를 잘 보내려면 이러한 애착과 분리의 사전 경험이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사춘기를 어려워하는 이유는 그간 충분히 겪어야 했을 애착과 분리 과정을 제대로 치른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찬찬히 되짚어 내 자녀의 어린 시절, 어떤 애착과 분리과정을 겪었는지 기억해 보는 것이 지금의 사춘기를 겪는 데 도움이 된다. 모유에 대한 충분한 애착이 있었는지, 모유를 떼고 이유식으로 분리하는 과정을 잘 응원했는지, 아이의 기저귀 착용에서 적절한 시기에 배변 훈련이 이루어졌는지, 그 과정 중에 수치감은 없었는지, 아이가 애착을 보인 인형과 충분히 이별 의식을 치렀는지, 초등학생 이후 엄마와 아이의 애착 관계에서 적절한 경계선이 있었는지 등을 떠올려 보기 바란다.


분명 아쉬움도 있고, 억압도 있었고, 회피도 있었을 거다. 그 순간들에 대한 기억이 중요하다. 비록 지금껏 우왕좌왕했지만, 사춘기만큼은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사춘기만 잘 보내도 지금껏 미숙했던 부분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그러기 위해 자녀가 타인에 대해 충분히 관심 갖고 애착과 분리의 과정을 거치도록 함께 응원해 주어야 한다. 그 과정 중에 이제 부모로서의 애착 연결점은 과감히 내려놓으면 좋다. 부모와 적절한 거리감이 없이 타인과 관계 맺기는 어렵다.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은 자아(自我)를 인식하기 위한 최종 관문에 놓여 있다. 그 문을 지나면 자존감 있는 어른이 된다.





Writer 김선호 초등교육전문가

현재 유석초등학교 진로인성부장교사로 근무중이다. 한겨례신문 교육칼럼리스트를 겸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초등사춘기, 엄마를 이기는 아이가 세상을 이긴다>, <초등 자존감의 힘>, <내 아이는 괜찮을까?>, <초등직관수업>, <조금 달라도 괜찮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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