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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

[인문교육]
학습이 전부가 아니다

홈스쿨링


코로나19로 인해 유례없는 온라인 개학과 홈스쿨링을 하게 된 아이들.
집에서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한숨이 나온다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마음처럼 되지 않는 집에서의 학습, 무엇이 문제일까?




학교라는 관성이 만들어낸 그간의 교육


대다수의 부모는 아이가 학교에 잘 적응하고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삶의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막연한 희망을 품는다. 하지만 학교를 나오고 나서야 알았다. 학교를 꼭 다녀야만 하는지, 왜 가야 하는지, 정말 그러하고 싶은 것인지, 그 모든 것들을 묻지 않은 채 너무나 당연하게 관성적으로 다니고 있었다는 것을.


어떤 경계의 틀 밖으로 나와야 할 때는 틀 안에 적응하는 것보다 더 큰 힘이 필요할 뿐 아니라 무리에서 낙오된 감정마저 들기도 한다. 그만큼 홈스쿨링을 감행할 때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2020년은 학교의 절대적인 경계가 무너지고, 모든 부모가 ‘신개념 홈스쿨링’을 병행해야만 하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코로나19가 너무나 당연하게 누려왔던 교육의 근간을 흔들어 놓은 것이다.




아이 스스로 도움을 청할 때가 홈스쿨링의 시작


온라인 개학이라는 상황은 수업을 가정으로 옮겨오며 갈등을 만들었다. 저렇게 둬도 되나 싶어 계획표도 짜보고, 문제집도 사두고, 도저히 TV나 스마트 기기만 쳐다보는 모습을 두고 볼 수 없어 학원에 보낸다는 부모가 적지 않다.


아이들도 여태까지 학교에서 주어진 것을 의무적으로 배우고, 집에서는 숙제를 하는데 익숙하다. 스스로 시간을 계획하고 능동적으로 혼자 공부해 볼 기회가 거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아이가 자기주도학습을 척척 해내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가 있다. 결국 부모가 사다 놓은 문제집을 눈치 보며 푸는 척하다가 말아버리기 일쑤다. 그냥 “실컷 놀아라~!”하고 내버려 둔 것보다 학습에 진전이 없다. 뿐만 아니라 공부가 싫다고 단정 지어버리거나, 부모와 자식 간의 좋았던 관계까지 틀어져 버린다.


홈스쿨링의 기본은 아이가 스스로 필요를 느끼고 도움을 청하기 전까지는 절대 앞서가지 않는 것이다. 부모의 진심이 자식에게 온전히 닿으려면 대화를 기본으로 서로 간에 ‘관계’를 잘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이가 커가면서 스스로 인생의 주인으로 살아갈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존중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누군가의 조언이 필요한 시기에 부모의 의견에 귀 기울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모가 이번 기회에 학습 좀 시켜보겠다는 욕심이 앞서 좋은 관계마저 흔드는 실수를 범하고 만다.



집안을 엉뚱한 행동으로 어지럽히더라도 가만히 지켜봐주는 것이 홈스쿨링의 시작이다.





홈스쿨링은 학습이 전부가 아니다


준규와 홈스쿨링을 시작하면서 새해마다 연간 계획표를 작성했다. 첫해에는 학습에 관한 계획들이 대부분이었다가 해가 갈수록 신기하게도 인생 계획표로 바뀌어 갔다. 나 역시 처음에는 조급한 마음에 이런저런 학습을 시도하며 실패를 반복한 것이다.


준규는 홈스쿨링 첫해에 무기력하고 자존감이 낮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아이가 갖고 있던 호기심과 가능성이 희미해지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학습을 강요하는 것은 아이를 더 궁지로 몰아세울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저 기다리고 옆에서 보듬어주며 아이의 편이 되어주는 일 말고는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몇 달 내내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종이만 접는 세월도 숱했고, 내 눈에 필요 없어 보이는 것들을 만드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듯 보일 때도 많았다. 그렇지만 아이는 조금씩 몰입하며 자신만의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나갔다. 이후 점차 아이의 표정은 밝아지기 시작했고, 조금씩 의욕도 생기는 듯했다. 어느덧 수없이 접어왔던 종이접기를 바탕으로 일일장터에 나가는 의욕을 보이기도 하고, 마을 서재에서 꼬마들을 위한 종이접기 교실을 여는가 하면, 최근에는 <게임 종이접기>라는 종이접기 책을 내기에 이르렀다. 매일 집안을 어지럽히며 만들던 쓸데 없어 보이던 놀이는 어느새 로봇이라는 영역과 만나 TV프로그램 <영재발굴단>에 로봇 영재로 소개되기도 하고, 로봇 대회에서 장관상을 받는 영예까지 누렸다. 그리고 로봇에 대한 관심은 수학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로 이어졌다. 절대 아이의 성과를 자랑하려는 게 아니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그 침잠해 있던 시간, 오롯이 놀이이자 유희의 시간을 통해 스스로의 몰입 경험을 만들고, 그로 인해 하고 싶은 것들을 조금씩 찾으며 자존감을 회복하고, 무엇이든 도전해보고자 하는 아이로 바뀌어 간 모습을 말하고자 함이다.



직접 만든 종이접기 작품을 마을장터에서 판매하고 있는 준규.




마을 서재에서 동네 아이들에게 종이접기를 가르치고 있다.





로봇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레 수학과 과학 공부로 이어졌다.





홈스쿨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동기부여


우리는 섣불리 학교 수업을 성실히 듣고, 과제를 잘 제출하는 정도로 아이들의 교육과 홈스쿨링을 규정짓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홈스쿨링은 무엇을 배우고 싶은가 궁리하고 고민하는 기회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학교의 물리적 경계가 수시로 변환되는 상황은 끊임없이 찾아올 테고, 그때마다 임시방편으로 부모가 관리하거나 학원을 보내는 방법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놀이를 통해 호기심을 키우며 몰입을 경험하고, 초등학교 고학년부터는 학습 동기가 될만한 것들을 찾을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어야 한다. 물론 부모가 끈기를 갖고 노는 아이를 묵묵히 지켜보는 일이 쉽지 않겠지만,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시간을 주도적으로 살아가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이는 비단 홈스쿨링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 시대에 필요한 창의적이고 주체적인 인재로 키우는 첫걸음이기도 하다.


어른도 매일매일 출퇴근의 반복 속에서 정신없는 날들을 보내다 보면, 하고 있는 일과 인생에 대한 깊은 고민을 미루게 된다. 그저 하루하루를 보내다 일 년이 지나가고 만다. 어쩌다 여유가 생기면 그제야 ‘이대로 좋은가?’ 하는 본질적인 고민을 하게 된다. 아이에게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학교라는 학습의 반복에서 벗어나는 상황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할 기회의 시간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이제 홈스쿨링은 남들보다 조금 늦더라도, 때로는 궤도를 벗어나는 일이라도 부모가 아이의 옆을 지키며 응원하는 교육의 방식으로 인식되어야 할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진정한 부모의 역할일지도 모른다.







Writer 김지현

2019년 발간한 <준규네 홈스쿨>을 시작으로 교육 관련 작가로 활동 중이다. 또 ‘홈스쿨링이 궁금하다면’ 모임 운영과 더불어 부모독서모임,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롯데문화센터 등에서 ‘가정중심의 교육, 미래형 인재 교육법, 내 아이 공부법’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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