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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

[인문교육]
나에게 주는 힘과 위로

인문학이 필요한 순간은 언제일까?

 


우리는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위기, 그리고 느닷없이 찾아오는 상실감을 어떻게 감당해나갈 수 있을까. 물론 자신의 주위에 가족이나 형제, 친지와 친구가 많다면 물심양면으로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함께 살던 가족공동체가 해체된 지금은 대부분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자신의 위기 상황에 대해 털어놓고 위안을 구할 수 있는 말 할 상대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대부분 혼자 끙끙 앓고 심지어 우울증, 나아가 공황장애를 겪거나 심지어 자살을 하기도 한다. 인문학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힘들고 지칠 때, 하소연할 대상이 없을 때 친구가 되어주고 상담사가 되어주고 용한 점술사가 되어주는 그런 존재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인문학은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아니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이 마들렌 과자 맛은 내가 콩브레에서 일요일 오전에 고모에게 아침 인사할 때 고모가 홍차나 보리차에 적셔서 주었던 바로 그 맛이야.” 소설에서 주인공 마르셀은 잠 못 이루는 밤에 유년의 날들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데 그 매개체가 되어준 게 바로 어린 시절 어머니가 준 차와 함께 먹던 마들렌이라는 과자다. 잠 못 이루는 밤 유년시절의 기억을 떠올려 글을 쓰려고 애를 쓰던 주인공은 어느 겨울 오후 어머니가 사람을 시켜 사오게 한 마들렌을 홍차에 적셨을 때 순간적으로 과거의 기억들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마들렌과 홍차는 주인공의 오래된 기억 속의 미각과 후각을 자극해 유년시절의 기억을 생각나게 한 것이다. 이런 오랜 감각적인 기억들을 하나둘씩 떠올리며 마르셀은 잊었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유년시절로 되돌아간다. 교회탑, 좁은 골목길, 작은 집들, 선량한 마을사람들을 비롯해 고향마을에 대한 이런저런 기억들을 생생하게 떠올리게 되면서 소설을 본격적으로 쓰게된다. “아침부터 저녁 때까지 마을 모습이 떠올랐다. 마을 광장이며 심부름하러 가던 거리며, 오솔길들…….” 말하자면 주인공은 어릴 때 먹던 마들렌의 기억을 되살리면서 유년 시절을 추억할 수 있었고 글을 쓰면서 불면증을 치유한 것이다.


 


우리들 또한 소설에서처럼 어떤 계기를 통해 유년시절로 되돌아가 삼촌을 만나고 이모와 고모를 만나고 또 어머니와 아버지를 만나면서 트라우마가 된 오래된 상처들이 치유되기도 한다. 마음의 평온이 찾아와 다시 살아갈 힘을 얻기도 한다. 나는 겨울철 차가운 홍시를 먹을 때면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곤 한다. 시골에는 감나무가 집집마다 있는 경우가 많은데 본가에도 그랬다. 늦가을 감을 따면 아버지는 곳간 나락(벼 이삭) 위에 감을 저장해 두었다. 한겨울이 되면 감은 익어 홍시가 되는데 밤이면 아버지 몰래 형들과 함께 뒤주를 열고 홍시를 꺼내먹곤 했다. 지금도 겨울철에 홍시를 먹으면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곳으로 시간여행을 떠나곤 한다. 그럴 때면 아련한 그리움으로 마음이 먹먹해진다. 상상 속에서 이미 돌아가신 아버지가 아직도 본가에서 일을 하고 있다.



 


빅터 프랭클의 명저 <인간이란 무엇인가>에서는 극한 상황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기억들을 떠올리며 상상으로 대화하면서 위안을 얻고 다시 살아야겠다는 희망의 끈을 이어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아내(남편)의 모습, 내 말에 답하는 그 목소리, 미소, 나에게 용기를 돋워주는 그 맑은 모습.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함으로써 괴로움을 잊는다.” 평소 사랑하는 사람과 나눈 대화와 미소, 목소리 등이 위기 상황에서 구원이 되어주는 가장 강력한 힘이라고 한다. 나는 아내와 가끔 크게 다툴 때도 있고 사소한 문제로 미워질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아내의 트레이드마크인 ‘생기 넘치는 얼굴’을 떠올리곤 한다. 또한 아내가 임신했을 때 배가 부른 채 뒤뚱거리던 모습을 떠올리면 미안한 마음이 되어 미움이 눈 녹듯 사라진다. 난해하기로 악명 높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같은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굳이 읽지 않아도 된다. 고전이라고 모두 유익한 내용만 있는 게 아니다. 때로 지루하기 짝이 없다. 다만 마들렌과 홍차가 나오는 그 대목만 이해하고 음미한다면 그만이다. 



‘인문학을 가까이하면 인류사를 통틀어 가장 지혜로운 사람들을 엄선해 자신의 참모로 쓰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이제 나만의 아련한 유년 시절로 시간 여행을 떠나게 해줄 ‘마들렌과 홍차’와 같은 매개체를 찾아보자. 그리고 나에게 위로와 힘이 되는 ‘사랑하는 사람의 미소’를 찾는 힐링 여행을 떠나보자.



 



 

인문학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인문서 




통찰력을 길러주는 인문학 공부법

안상헌 저 / 북포스


인문학 공부를 시작하고 싶지만 방대하여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입문자들을 위해 총 4부로 구성하여 설명한다. 1부에서는 인문학을 공부하는 태도를 인문학의 여러 분야 중에서도 철학은 2부, 문학은 3부, 역사는 4부로 나누어 설명하며, 어떻게 책읽기를 시작하고 지속할 것인지를 자세하게 안내한다.




나는 잘 살기 위해 인문학을 공부한다

신도현 저 / 행성B


문학, 사학, 철학 일명 문사철로 통칭되는 인문학의 전체 그림을 한눈에 보여주는 인문학 입문서이자 교양서다. 인문학이 무엇이고, 왜 공부해야 하며, 어떻게 공부하는 것이 좋은지 찬찬히 이야기하고 있다.




지중해 철학기행

클라우스 헬트 저 / 역자 이강서 / 효형출판


그리스·로마 철학이 탄생한 지역을 시대순으로 따라가며 유럽문화의 근원을 찾아보는 철학 순례기. 현장을 답사하는 여행자의 시각과 일상적 언어로 서양철학의 원류를 자연스레 소개한다. 어떻게 서양철학이 탄생했는지, 철학과 신화는 어떤 관련이 있는지 등을 잘 설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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