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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

[트렌드]
지구를 위한최선의 선택,

대체 먹거리 전성시대


 

무려 세계 인구 80억 시대… 과연 지구는 우리를 버틸 수 있을까?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할까?


친애하는 닭에게 보내는 편지, 치킨세의 단상

재작년 가을이었나? 뉴욕타임스 전면 인쇄 광고에 실린 한 통의 편지가 세상을 놀래켰다. 전부 ‘Bawk bawk ba-bawk bawk…’, 우리말로 따지자면 ‘꼬꼬댁 꼬꼬꼬꼬 꼬꼬댁 꼬꼬꼬꼬’ 닭들의 언어로 쓰인 이 글은 ‘세상의 모든 친애하는 닭들에게’ 부친 러브레터이자 희망 선언이었다. 내용인즉슨 동물 세포에서 키운 배양육이 미 FDA로부터 받은 ‘더 질문 없음’ 승인 편지에 대한 당당한 공포이자, 기존의 육식 시장에 대한 선전포고였던 것이다. 인류가 그토록 사랑해 마지않는 치킨의 세포 샘플을 채취해 적절한 영양분으로 3주간 배양을 시키면 제대로 된 닭고기 수확(?)해 먹을 수 있다는, 새로운 시대와 새로운 먹거리에 대한 거대 담론이었다. 세상에, 진짜 닭을 키우는 게 아니라 버섯처럼 단백질 효모를 배양해서 먹을 수 있다고? 게다가 맛과 영양이 기존의 닭과 다를 바 없다고? 

인류가 지구의 주 구성원으로 등장한 지질시대 ‘인류세’가 한 해에 무려 1억 톤의 닭이 소비되는 ‘치킨세’라고 불리는 지금의 지구촌에서 먹을거리에 대한 논의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대체 먹거리에 대한 고민을 배부른 투정이나 소수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이벤트로 치부해선 안 된다. 인공육을 넘어, 대체 생선, 대체 해산물 등 푸드 테크와 결합해 급성장하는 대체 먹거리 시장은 탄소, 기후변화, 다양한 생명권을 둘러싼 지구 전체의 고민이자 우리 모두의 일이기 때문이다.



지구를 위해 해조류를 요리하는 나라, 해의(海衣)를 아시나요?

이쯤에서 프랑스 일간지 <르 몽드>에서 대서특필한 우리의 미역을 다시 생각해본다. 한국해조류의 효능과 양식 환경, 환경보호, 경제적 효과 등에 주목한 기사의 제목은 놀랍게도 ‘지구를 위해 해조류를 요리하는 한국’이었다. 미국항공우주국 NASA도 남해안의 해조류 양식이 탄소를 크게 줄인다고 해조류 양식을 비롯한 한국인 특유의 친환경 식문화를 조명했다. 생각해 보면 크게 놀랄 것 없다. 한국인은 예부터 바다를 또 다른 문전옥답이라고 불렀다. 바닷가 ‘곽전’에서 미역을 따며 다시마, 톳, 파래, 청각, 감태, 매생이, 꼬시래기, 모자반, 우뭇가사리 등 무려 50여 종의 해조류를 요리했다. 서양인들은 ‘바다 잡초(seaweed)’라 통칭하며 꺼리던 것들이다. 이 바다 잡초를 어떤 것은 생으로, 어떤 것은 말려서, 또 어떤 것은 김치와 같이 삭혀서 저마다의 요리로 승화시켰다. 

지금으로부터 십여 년 전, 남도의 어느 바다에서 들었던 해조류의 이름은 다른 것이었다. ‘해우’인지 ‘해이’인지 헷갈리다 정확히 파악한 단어는 ‘해의(海衣)’였다. 저 바다에서 너풀거리며 시커멓고 푸르죽죽한 해조류에 ‘바다 옷’이라는 정답고도 도타운 이름을 붙여준 조상들을 생각한다. 예부터 미역과 김을 먹고 사는 일이 지구를 위한 일이었는지는 그들은 추호도 몰랐으리라. 그러나 생태나 환경에 대한 지금과 같은 인식 하나 없이, 아름다운 이름으로 부를 수 있는 세상 힙~한! 감성이 있었던 것이다.



 


세계인의 입맛은 지구를 위한 식탁 그리고 K-푸드로 향한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일들이 당연히 식탁 위에서도 벌어진다. 인류세를 대표하는 인종으로서 우리는 지구의 모든 생명들에 대한 가치를 마땅히, 하다못해 최소한 존중해야 한다. 그들의 삶에도 존엄을 부여할 수 있는 아량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공염불 같은 소리가 아니라 실제로 동물을 잔혹하게 다루는 축제나 음식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 무자비한 살생을 되도록 줄이고 더불어 행복한 음식을 먹자는 공통된 가치 추구의 목소리가 드높다. 이제 지속 가능한 식량 생산과 대체 먹거리는 지구 전체의 안위와 직결되는 화두가 됐다. 

미국인들이 냉동 김밥에 열광하며 ‘오픈런’하는 것을 보면 새삼 한식의 위상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까만 종이를 먹는다고 놀림 당하던 ‘김’은 세계 100여 개국으로 수출된다. 다시마와 미역 같은 해조류도 이제는 ‘seaweed’가 아니라 ‘seavegetable’로 고쳐 부르기 시작했다. 달나라도 가고 블랙홀을 비롯한 우주의 신비도 밝히는 이 마당에, 음식에 대해서라면 진심인 우리가 식재료에 대한 편견 없이 적극적으로 대체 먹거리 시장을 모색하고 향유한다면 우리 식탁이 훨씬 더 다채롭고 풍성해질 것을 믿는다. 


마지막으로 여담 하나 더! 지금은 멸종한 공룡의 DNA를 가장 많이 가진 지구상의 현재 동물은 뭘까? ‘Bawk bawk ba-bawk bawk… 아니 꼬꼬댁 꼬꼬’ 바로 치킨이다. 

치킨을 포기할 수 없는 우리의 습성은 어쩌면 핏줄 저 깊숙이 박힌 지도 모른다. 그리고숙명적으로 치킨공화국에서 태어나 저 수많은 치킨을 적으로 둔 우리의 진짜 숙제는 이제 시작인지 모른다. 내 아들과 손자의 손자가 지금의 이 치킨 맛을 즐길 수 있도록 오롯이 지구를 지키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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