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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여행

[맛 기행]
남부럽지 않은 우리나라 조상님들의 원픽

K- 디저트

 


중국의 탕후루, 미국의 도넛, 영국의 푸딩, 프랑스의 프렌치토스트, 일본의 모나카만큼이나 우리나라의 후식 역시 다채롭고, 화려하다. 과거부터 맛잘알이었던 조상들의 입맛을 그대로 전해받은 우리 역시 다른 어떤 디저트보다도 K-디저트가 입에 잘 맞는 것은 당연지사. 해외 유명 디저트에 가려져 있던 진귀한 K-디저트가 역사에서 다시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과거와 현재와의 끊임없이 맛있는 대화

일찌감치 역사학자인 에드워드 카는 역사를 일컬어서 이렇게 말했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이를 대입해 보면 K-디저트야말로 과거와 현재와의 끊임없이 맛있는 대화라고 말할 수 있겠다. 역사 속 요리책에서 나온 디저트가 아니라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저트가 인기를 독차지한다. 

할매니얼의 입맛을 사로잡은 첫 타자는 약과였다. ‘약켓팅’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며 콘서트 티켓 구하기보다 약과 구하기가 더 어려웠다. 특히 조선시대부터 명성이 높았던 수원 약과는 인조가 병에 걸렸을 때 찾고, 제사용으로 진상했던 약과로도 알려져 있다. 반죽에 잣과 후추, 계피, 참깨 등이 들어가 고소하면서도 감칠맛이 강한 것이 수원 약과만의 매력이다. 요즘 트렌드는 약과에 서양 쿠키를 올리거나 약과를 빵에 넣어 즐기는 퓨전디저트다. 개성 주악 역시 유서 깊은 디저트로 꼽힌다. 찹쌀이 들어간 반죽을 발효시킨 뒤 조청이나 꿀에 재워 달콤함을 한껏 품은 개성 주악은 쫀듯하면서도 단맛이 특징이다. 여기에 생크림이나 아이스크림을 곁들이고, 아이스아메리카노와 함께 세트로 다과상이 차려진다.

과거 할머니의 입맛을 똑 닮은, 손자손녀들이 할머니가 드셨던 후식을 새롭게, 정감있게 만들어 내고 있으니, 그야말로 할미와 손자손녀의 입맛이 더해진 또 다른 맛의 세계가 펼쳐진다.


 

개성주악



뭉근하고 중독적인 단맛의 정수, K-디저트

우리나라의 전통 후식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뭉근하면서도 중독적인 단맛을 낸다는 점이다. 씹자마자 단맛이 터져나오는 디저트와는 달리, 씹을수록 오묘하게 단맛이 배어 나오며 다 먹고 나면 입 안에 남은 달콤함이 아쉬운 듯 퍼지는 것이 중독적이다. 게다가 과거로부터 그 맛을 인정받은 디저트만 현재까지 살아남았다. K-디저트계의 스테디셀러들만 모아두니 그 누가 반기를 들 수 있으랴.

서양식 빵에 물릴 때쯤 혜성같이 등장한 막걸리술빵을 보면, 쫀득하면서도 부드럽고, 은근한 단맛이 조화로워 다시금 손이 간다. 막걸리로 반죽하고 자연 발효한 빵은 이스트가 들어간 빵보다 훨씬 촉촉한 식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의 울음을 단숨에 멈추게 했던 곶감은 크림치즈와 만나 부드럽고 다채로워졌다. 곶감은 상주가 가장 유명한데, 상주 곶감은 상주 고유의 품종인 상주둥시 감을 이용해 만들어 당도가 높고, 과육이 부드럽기 때문이다. 곶감을 갈라 씨를 발려내고 여기에 견과류와 크림치즈를 올려 말아내고는 먹기 좋게 썰면 곶감크림치즈말이가 완성된다.


곶감말이


향과 당도가 높은 고흥의 유자를 이용한 유자단자도 주목받고 있다. 단자란 소를 넣고 꿀을 발라 고물을 묻힌 찹쌀떡이다. 경단과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경단이 익반죽해서 빚은 떡이라면 단자는 가루를 쪄낸 뒤에 치대고 맛을 낸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유자단자는 가운데 들어가는 유자청과 자연스럽게 씹히는 유자 건지가 상큼함을 책임지며 마지막에 코코넛 분말을 묻히면 더욱 고소함이 배가 된다. 

한편 다양한 곡물을 조청에 버무려 잘라낸 강정은 고소하면서도 달콤하다. 강정을 만드는 과정에서 건과일을 위로 오게 해 잘라내 면 눈으로 보기에도, 맛보기에도 색다른 과일강정이 완성된다. 기존 강정에 새콤한 과일 맛과 향이 더해져 또 다른 풍미를 느낄 수 있다. 

해외 유명 디저트가 물렸을 때에야 오히려 새롭게 다가온 전통 K-디저트. 먹을수록 정감이 가는 걸 보면, 우리가 지구를 돌고 돌아 찾았던 디저트는 바로 이 디저트였던 것만 같다.



과일 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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