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
중국의 다도와 영국의 애프터눈 티
예로부터 중국에서는 차를 마시는 의식을 정립해 자연을 존중하고, 평정심을 가르치는 수양 방식으로써 다도를 즐겨왔다. 한편 영국에서는 아침 식사와 저녁 식사 사이에 차를 마시는 시간을 즐기며 음식을 곁들이기도 했는데, 이 즐거운 시간을 일컬어 제인 오스틴은 ‘오후의 햇살’이라고 표현했다. 이렇듯 동서양에서 차를 우리는 시간은 달리 흘렀다.
한낮의 즐거움, 차 한 잔의 즐거움
커피가 밤을 지새우게 해준다면, 차는 낮을 또렷하게 해준다. 예로부터 우리는 정신을 맑게 하려고,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차를 즐겨왔다. 차는 세계에서 물 다음으로 많이 소비되는 음료이기도 하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커피나 콜라 등과 달리 동서양을 가리지 않는다는 의미다. 차를 우리는 방법 역시 나라별로, 전통에 따라 모두 다르기에 그에 맞춰 주전자 혹은 티포트도 다양하게 발전되었다.
도기 주전자로 다도를 따르는 동양
차의 고향인 중국에서는 수백 가지의 차가 나온다. 이 중 중국차를 끓이는 방식을 ‘공부차(功夫茶)’라고 한다. 이는 ‘공을 들여 차를 끓인다’라는 의미이다. 공부차의 다구에는 찻주전자인 자사호와 맛을 음미하는 찻잔인 품명배가 있으며 다구에 물이 흥건해지지 않도록 하는 받침인 차판이 있다.
전통적인 자사호보다 크고 서양적인 형태로 만들어진 토기나 도기 찻주전자를 쓰기도 하며 찻주전자인 동시에 찻잔이기도 한 개완을 사용하기도 한다. 개완은 손잡이가 없는 작고 단순한 사발 모양에 뚜껑과 받침이 있다.
이때 차의 종류에 따라 자사호나 개완 중 하나를 전용으로 두고 사용하는 것이 좋다. 차향과 찻물이 든 흔적이 섞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또한 자사호와 개완 모두 단정하고, 깔끔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차를 우리는 동안 넘치거나 흘린 물은 차 수건으로 닦아내며 차를 다 마시고 나면 찻잎을 집게로 비운 뒤, 따뜻한 물로 깨끗이 헹군 뒤 말려둔다. 이때 세제 등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한편, 일본에서는 무쇠 주전자인 데쓰빙(철병,鐵甁)을 사용한다. 현대식 데쓰빙은 무쇠로 만들되, 안쪽에 법랑 가공을하여 오랫동안 따뜻한 상태를 유지한다. 또한 바구니 모양의 금속 인퓨저를 넣어 차를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한다. 또한 규스라는 작은 자기나 유리 차주전자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안쪽에 딱 맞는 필터가 들어있어 찻잎을 걸러준다.
차 우리는 방법을 다양화해서 즐기는 서양
영국에서 차 문화가 널리 퍼진 것은 17세기가량이다. 영국에서 가장 흔하게 차를 우리는 방법은 티백을 사용하는 것이지만, 고급스러운 차를 음용할 때는 직접 찻잎을 우려 마시기도 한다.
전통적인 영국식 티포트는 무공질 자기로 만들어진다. 자기 티포트는 아시아의 토기 찻주전자와 달리 찻물의 향이나 맛이 배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토기보다 열을 느리고 고르게 전도해 섬세한 녹차를 우리기에도 적합하다. 은이나 스테인리스 스틸 티포트도 널리 사용된다. 은제 티포트는 흠집이 나거나 깨지는 일은 없지만 열전도율이 너무 높아 녹차나 약산화 우롱차에는 적합하지 않으며 홍차에는 더 좋다. 유리 티포트 역시 차향과 맛이 배지 않으며 색이 우러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또한 서양식 차 도구에는 티포트와 찻잔뿐만 아니라 찻잎을 걸러주는 티 스트레이너나 찻잎을 넣어 우리는 도구인 인 퓨저가 함께 사용된다.
세계 최대의 차 생산국인 인도에서는 큰 냄비에 홍차와 향신료를 모두 넣어 끓인 뒤, 티 스트레이너에만 걸려 즐기기도 한다. 또한 북미에서는 피라미드형 티백을 애용하며 아이스티를 마시기도 하며, 티포트 안쪽의 바구니에 찻잎을 넣은 뒤 추출이 끝난 뒤에는 플런저를 눌러 넣어 물과 찻잎을 분리하는 프레스식 티포트를 사용한다.
찻잎을 뜨거운 물에 우리기 위해서 꼭 많은 재료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특별한 조리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차를 우리는 것은 그다지 간단하지 않다. 오히려 그렇기에 차를 우려주는 도구, 그 중에서도 주전자, 티포트 존재의 가치는 크다. 차를 더 향기롭게, 그리고 분위기 있게 즐기기 위한 주전자, 티포트를 골라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