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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

[트렌드]
‘나도 너처럼 그렇게 생각해’

Ditto 문화와 0차 소비

 

이전 세대의 소비는 명확했다. 그것이 음식이건 옷이건 아니면 서비스이던 간에 품질 대비 가격이 저렴하면 그만이었다. 물론 ‘명품’이라는 이름값을 더해 가격을 지불하는 특별한 가치의 소비도 있었다. 유명한 또는 남들은 다 알고, 하고 있는데 나만 모를까 봐 소외되기 싫은, 그런 ‘유행’의 소비였다.

현실과 SNS 공간을 넘나드는 요즘 세대의 소비에는 품질과 가격을 뛰어넘는 소비의 기준이 존재한다. 나의 개성이 더해진 특별함의 소비, 바로 ‘Ditto’와 ‘0차 문화’다.


# 어느 평범한 A 씨의 휴일

모처럼의 휴일, 29살 직장인 A 씨는 친구와의 점심을 위해 2주 전부터 예약한 맛집 주변의 산책하기 좋은 거리도 미리 검색해 둔다. 인플루언서로 활약하는 가수 S 씨의 최애 맛집인 만큼 웨이팅에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는 충분히 예상하기 때문이다. 식사 이후에 들를 수 있는 작은 사진 전시회까지 검색해서 친구와 공유한다. ‘오케이~’ 친구의 이모티콘 엄지 척이 날아왔겠다. 저녁에는 드라마 여주인공이 장착했던 가방을 사러 미리 봐 둔 편집숍에 갈 예정이다.

하루가 빠듯하지만 A 씨는 자기의 ‘최애’에 한 발짝 가까워진 듯 뿌듯하다. 이 열정의 대상이 6개월도 채 못가 다른 이로 바뀌겠지만, 그것도 나쁘지 않다. 지금 최애에게 충실하고, 스타가 보증하는 맛집의 시그니처 메뉴에 열중하고, 그야말로 ‘핫’한 트렌드 따라 움직이면 솔직히 말해 실패가 없다.


사람을 이해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쓸데없는 오해를 줄이기 위해, 인류를 가히 MBTI 16개 유형으로 일찌감치 파악하는 MZ들이 사는 법은 이토록이나 단순하면서도 또 한편으로 다이내믹하다. 스타와 나와의 괴리가 크게 없다. 선망하는 이들이 ‘먹는 대로’, ‘입는 대로’,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며 거대한 팬덤을 형성하고, 온오프라인에서 커다란 시장을 생성한다. 어느새 우리 문화를 리드하며 경제의 선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N차와 0차, 그리고 디토 문화에 대한 단상

솔직히 문화 트렌드에 적잖이 밝다고 생각해 온 터라, 여러 번 보고 체험한다는 ‘N차 문화’까지는 익히 들어봤지만 “0차 문화라니?” 어휘가 주는 생경함이 있어 후배들에게 물어봤다.

어쩐 일인지 20대 애들도 “0차 문화요?”하고 낯설어한다. 이때다 싶어 아는 체를 하려 했더니 이내 정색한다. “언니, 우리는 줄 설 시간에 다른 걸 찾아 즐기는 게 너무 당연한 일상이어서 어떤 문화라는 단어를 붙이는지도 몰랐어요. 분석하고 섹션을 나누고 명명을 좋아하는 기성세대의 작품 아니에요?”

어쩔 수 없이 약간의 꼰대(?) 냄새가 나는 걸 미처 몰랐구나. 솔직히 연예인이나 셀럽이 입은 옷이나 신발이 날개 돋친 듯 팔리는 게 하루 이틀 일도 아닌데 괜히 생각 없이 따라 한다고 평가절하하진 않았는지 반성한다.

아닌 게 아니라 ‘마찬가지’를 뜻하는 영어 ‘ditto’에서 유래된 ‘디토 문화’는 단순한 모방 소비가 아니라 추종 대상자의 생각이나 관념을 폭넓게 이해하고 라이프스타일까지 포용한다.

작년에 발매한 뉴진스의 히트곡 ‘Ditto’ 역시, 그런 맥락에서 세계적인 히트곡이 되었다. 뉴진스의 성장 세계관을 공감하는 이들은 단순한 ‘미투’를 넘은 ‘디토’ 소비 대열에 자발적으로 합류했다.



 ‘마찬가지’를 뜻하는 영어

‘ditto’에서 유래된 ‘디토 문화’는

단순한 모방 소비가 아니라

추종 대상자의 생각이나

관념을 폭넓게 이해하고

라이프스타일까지 포용한다. 



식문화 종횡의 진화

‘끼니를 때우다’가 아니라, 소중한 한 끼를 값어치 있는(절대 실패하지 않는) 경험으로 승화시키기 위해서는 인스타그램이나 스타가 보장하는 맛집에서의 기다림은 필수 조건일 터. 피할 수 없다면 즐기자! 단순히 음식을 먹는 것을 넘어, 이젠 시간을 먹는다. 경험과 체험 그리고 만족을 먹는다. 문화를 먹는다. 이렇게 MZ들은 맛있게 놀고 있다.

빨리빨리 민족성과 세계를 선도하는 IT 기술, 그리고 먹는 것이라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개방성과 흡입력을 지닌 우리는 식문화도 이토록 알차고 재밌는 놀이로 승화시킨 것이다.

땅을 넓게 파야 종국에는 깊게 팔 수도 있다고 했다. 이런 기꺼운 놀이 덕분에 우리 식문화는 질적으로 양적으로 팽창하며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음식을 먹는 것을 넘어,

이젠 시간을 먹는다.

경험과 체험 그리고 만족을 먹는다. 

문화를 먹는다. 

이렇게 MZ들은 맛있게 놀고 있다. 



지난 2021년 9월에 업데이트된 영국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halyu(한류)’를 비롯한 26개의 한글단어가 새로 등재됐는데 유독 한식과 관련된 단어가 많았다. ‘banchan(반찬_명사: 전형적인 한국 식사의 이루로 밥과 제공되는 작은 곁들임 요리)’, ‘mokbang(먹방_명사: 한 사람이 많은 음식을 먹으며 시청자에게 실시간 생중계하는 영상)’, 외에도 김밥, 치맥, 잡채, 동치미까지 옥스퍼드 사전에 당당히 그 이름을 올렸다. 세계가 이미 우리의 언어로 그 사물과 현상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만들고, 재해석한 ‘0차 문화’와 ‘디토 문화’의 향배는 과연 어떻게 될까?

벌써 흐뭇해지려는 찰나, 아뿔싸! 여전히 미래 동력이나 운운하는 나 자신은 꼰대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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