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
각양각색 유리잔의 반란
무라카미 류의 소설 제목인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라는 문구는 유리잔을 위한 찬사처럼 느껴진다. 보통의 유리잔은 당연히 그러할 터. 하지만 요즘 유행하는 유리잔은 각양각색, 그야말로 모양도 제각각이며 색다르다. 평범한 유리잔의 모습을 거부하는 이들을 위한 유리잔을 소개한다.
투명과 불투명 그 사이, 색다른 유리잔
잔에 채워지는 음료의 색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 유리의 전통적인 미덕이다. 그러나 음료가 비워지고 나면 아무 색이 없는 투명한 색으로 돌아간다. 그렇기에 유리잔은 다소 밋밋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밋밋한 유리잔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투명함을 어느 정도 포기해야만 한다. 투명함을 포기해도 빛에 따라 달라지는 특유의 맑은 느낌을 간직한 유리잔도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투명에 가깝지만 투명하지만은 않아 아름다운 유리잔으로 오로라 유리잔이 인기다. 홀로그램 유리잔으로도 불리는 이 유리잔은 빛에 비추어 보았을 때 홀로그램처럼 각도에 따라 그 빛깔이 다채로우면서도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음료를 담았을 때도 음료 색이 크게 다르게 보이지 않으면서 로맨틱한 분위기를 낼 수 있으니 특별한 자리에는 더 제격이다.
여기에 불투명도를 조금 더 높여보자. 유리의 반짝거림을 줄인 무광 글라스는 약간은 불투명하되, 묽으면서도 흰빛을 내서 부드러워 보인다. 아예 우윳빛의 불투명함으로 빈티지한 느낌을 주는 밀크글라스도 유리잔의 불투명한 매력을 자아낸다.
한편 투명하면서도 약간의 색을 넣어 셀로판지로 만든 것 같은 유리잔은 톡톡 튀는 분위기를 낸다. 테이블 세팅에 맞춰 다채로운 색의 유리잔을 매치해도 재미있고, 그라데이션 색감을 낸 유리잔은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멋스럽게 보인다.
우아함 혹은 키치함, 얼굴을 드러낸 유리잔
다른 소재와 달리 유리는 표면 모양을 달리하는 것만으로도 빛의 굴절로 인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며, 이에 따라 생겨나는 그림자로도 미감을 줄 수 있다.
세로 직선의 줄무늬를 새긴 유리잔은 심플해서 튀지 않으면서도 세련되어 보인다. 보기만 해도 시원해 보이고, 음료 양이 많아 보이는 것도 또 하나의 장점이다. 요즘에는 여기에 골드 림이나 우드 홀더 등의 추가적인 포인트를 주는 경우도 많으니, 취향에 따라 선택하자.
모자이크 모양의 유리잔은 얼음을 조각해 컵을 만든 것 같은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낸다. 이때 모자이크 모양이 클수록 대담하고 모던해 보이며, 모자이크 모양이 작을수록 아기자기한 분위기가 난다.
일렁이는 모습을 자아내게 만드는 물결 모양은 예로부터 우아한 분위기를 낸다고 하지만, 미쉐린의 몸통을 닮은 두꺼운 물결 무늬 유리컵은 볼록볼록 귀여워 보인다. 여기에는 아메리카노보다는 카페라테처럼 우유가 들어간 음료가 잘 어울린다.
미적 아이템으로도, 실용적 아이템으로도 주목받는 유리잔은 이중유리잔이다. 이중유리잔은 보기에도 즐겁지만, 차가운 음료를 담았을 때 유리잔 표면에 물이 맺히지 않고, 손도 시리지 않아 손이 자주 간다. 업무하면서, 책 보면서, 게임을 하면서 마시기에는 손에 물기가 묻지 않는 이중유리잔이 더욱 필요할 것이다.
무늬로만 개성을 표현하기 아쉽다면, 그림이나 로고, 패턴 등을 넣은 유리잔을 선택해 보는 건 어떨까. 그날의 감성이나 이벤트에 따라 어울리는 유리잔을 세팅하는 재미가 있다. 만약 마음에 드는 유리잔이 없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직접 만들어봐도 좋다. 전사지를 붙여 나만의 유리잔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욱 독특한 유리잔을 원한다면, 변온 유리잔을 선택할 것. 변온 유리잔은 일정 온도 이하로 떨어졌을 때의 색과 일정 온도 이상으로 올랐을 때의 색이 달라 유리잔을 보는 재미를 느끼게 한다. 무늬에 따라 꽃 색이 변화하거나, 캐릭터의 볼이 빨개지거나, 하트를 그리기도 하니 이 변화를 지켜보며 음료를 즐길 수 있다.
올여름을 더욱 힙하고, 감성적으로 만들어 줄 No.1 테이블웨어는 유리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