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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여행

[맛 기행]
복쌈부터 감태김밥까지,

무궁무진한 김밥의 세계

감태김밥 @_la_petite_joie


김밥은 한국인의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국민 음식이다. 그런데 몇몇 지역에서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재료 대신, 그 지역만의 특별한 맛과 이야기를 담아 김밥을 만다. 각 지역 특산물이 어우러진 김밥은 그 지역의 미식 문화를 한입에 담아내는 것과 같다. 전국 김밥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지역별 별미를 맛보며 전국을 여행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생각보다 긴 김밥의 역사


간편하면서도 든든한 한 끼 식사로, 소풍이나 여행, 나들이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도시락 메뉴로 사랑받는 김밥은 언제 처음 만들어졌을까? 일각에서는 일본의 김초밥, 즉 마키즈시가 김밥의 원조라고 한다. 다수의 일본 음식과 서양 음식이 국내에 처음 소개되던 일제강점기, 마키즈시가 한국에 들어와 토착화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반하는 의견도 있다. 마키즈시의 변형이라기에는 들어가는 재료가 훨씬 다양하고, 밥을 간할 때 식초를 사용하지 않으며 참기름의 비중이 더 높다는 점에서 아예 다른 음식이라는 의견이다. 실제로 한국문화대백과사전에서는 김에 찹쌀과 반찬을 굴려 먹던 것이 김밥으로 발전했을 것이라는 가설을 제시한다. <세종실록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 <여지도서>, <대동지지> 등 여러 고서에는 경상도와 전라도 해안 지역과 강원도, 충청도 일부 지역에서 김을 즐겨 먹었던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또한 <열양세시지>, <세시풍요> 등에서는 채소잎이나 김에 쌈을 싸 먹는 ‘복쌈’이라는 음식을 소개한다. 일제강점기에 발행된 한 신문에서도 마키즈시를 ‘김쌈밥’이라는 용어로 소개했다는 사실에 미루어보면, 마키즈시가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전부터 김에 다양한 재료를 넣고 일종의 쌈 형태로 먹었던 문화가 존재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오히려 백제시대에 우리나라의 김밥이 일본으로 건너가 노리마키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 


원조가 누구이든, 김밥은 이제 명실공히 K-푸드의 대표 메뉴 중 하나다. 엄마 손맛 가득 담긴 집밥으로, 분식집에서 라면이나 떡볶이만 먹기 심심할 때 함께 주문하는 메뉴로, 가을 소풍날 가장 먼저 챙겨야 할 준비물로 사랑받던 김밥은 이제 미국인들이 줄 서서 먹고 세계인의 SNS를 들썩거리게 하는 글로벌 푸드가 됐다.



 

햄말이 꼬마 김밥 @lmjmj8044



저고리 삼각김밥 @yorieun



김밥의 변신은 무죄


김밥이라고 하면 흔히 단무지, 햄, 시금치, 계란지단 등을 넣어 정형화된 어떤 형태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과거에도, 지금도 김밥은 그 하나로만 정의되지 않았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는 김에 밥을 싸서 먹는 형태, 김 부스러기를 밥에 섞어 성형한 주먹밥 형태, 식초물로 간을 한 밥에 여러 가지 재료를 넣고 말아서 둥글게 만든 형태 등도 김밥의 범주에 포함시킨다. 밥이 바깥으로 나오는 누드김밥이나 한입에 쏙 들어가는 꼬마김밥, 밥만 김으로 싸 반찬을 곁들여 먹는 충무김밥, 편의점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삼각김밥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김밥의 종류도 다수다.


여기에 지역 특산품을 넣은 이색 김밥까지 더하면 김밥의 종류는 채 헤아릴 수 없이 많다고 할 수 있다. 일례로 거제에서는 각종 야채와 함께 특산물 톳을 듬뿍 넣은 톳김밥이 유명하다. 오독오독한 톳 특유의 식감이 단무지, 당근, 오이에 비할 데 없다. 부산에서는 바다에서 갓 잡아 손질한 성게알을 듬뿍 올린 김밥을 맛볼 수 있다. 오션뷰를 보며 먹는 성게알 김밥은 마치 바다를 한입에 담아내는 듯한 미식 경험까지 선사한다. 싱싱한 원재료를 사용해 만든 다양한 젓갈로 유명한 속초에선 명태회김밥이 인기다. 살짝 매콤하면서 새콤달콤한 맛까지 살아 있는 명태회김밥의 매력에 이를 파는 가게 앞에는 연일 관광객들의 줄이 길게 늘어선다고. 한편 제주도에서는 흑돼지 불고기나 딱새우튀김을 넣은 김밥이 사랑받고 있다. 청정 제주 바다에서 잡은 갈치, 꽁치, 한치를 넣은 김밥도 별미다.


김밥의 변화는 안쪽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김 대신 다른 재료를 사용해 화려한 변신을 계속하고 있는 것. 가정집에서도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는 김 대체품은 묵은지다. 묵은지를 깨끗이 씻어 짠 기를 없애고 참기름, 설탕으로 간한 후 넓게 펼쳐 밥과 각종 재료를 싸면 더욱 깊은 맛과 재미있는 식감을 더할 수 있다. 최근에는 김의 친척뻘이라 할 수 있는 가시파래, 즉 감태가 김 대용으로 자주 쓰이고 있다. 언뜻 김과 비슷하나 녹색을 띠어 녹조류로 분류되며, 좀 더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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