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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국밥 한 그릇의 힐링

예능 <서진이네2> 속 꼬리곰탕

2023년, <뉴욕타임스>에서는 뉴욕에 위치한 한 한식당에서 파는 돼지곰탕을 뉴욕 최고의 음식 중 하나로 선정했다. 해당 음식은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음식’ 등의 문구로 묘사됐다. ‘국물의 민족’인 한국인만 국밥을 ‘힐링 푸드’로 여기는 줄 알았더니, 국밥이 전하는 치유의 정서가 다른 문화권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이러한 사실은 예능 <서진이네2>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몸과 마음을 녹이는 국밥 한 그릇

계절이 바뀌고 바람이 조금씩 선선해져 올 때, 제법 쌀쌀한 날씨에 옷깃을 절로 여미게 될 때. 한국인이라면 으레 따스한 국밥 한 그릇 떠올리기 마련이다. 뜨거운 국물 한 숟갈을 입에 넣는 순간, 찬 바람에 싸늘해진 몸은 물론 마음속까지 훈훈해지는 그 감동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깊고 진한 국물에 밥 한 그릇 말아 뚝딱 끝내고 나면 시베리아 추위와도 싸워 이길 수 있을 것처럼 든든한 힘이 생긴다. 마주한 사람과 약주 한 잔 기울일 때 곁들이기도 좋다. 뜨순 국물이 전하는 훈훈함 때문일까, 이럴 땐 평소 꺼내기 힘들었던 진솔한 이야기도 꺼낼 수 있게 된다. 날카롭고 쓰린 이야기도 따스하게 데워져 아프지 않게 나눌 수 있을 듯하다. 이렇게 국밥은 한국인의 소울푸드이자 힐링푸드로 자리한다.

국밥이 ‘힐링푸드’인 과학적인 이유

사실 국밥은 과학적으로 보아도 ‘힐링’ 푸드가 맞다. 국물을 우릴 때는 보통 살코기와 뼈, 연골을 사용하는데, 여기서 풍부한 콜라 겐과 단백질이 녹아나기 때문이다. 굳이 고기 고명을 먹지 않아도 국물만으로 다양한 영양소를 얻을 수 있다. 추운 날씨에 따뜻한 국물을 섭취하면 체온이 상승하면서 추위로 인한 불편함도 감소된다. 혈액순환이 촉진되면서 신체 기능이 원활해지고, 수분을 공급해 몸의 피로감을 줄여주기도 한다.

심지어 국밥은 엔도르핀과 같은 행복 호르몬 역시 분비시킨다. 우리의 신경 세포막에는 열에 반응하는 TRPV1(Transient Receptor Potential Vanilloid 1) 수용체라는 것이 있는데, 팔팔 끓인 뜨거운 음식을 먹으면 열의 자극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엔도르핀을 분비시킨다. 땀 뻘뻘 흘리며 ‘완뚝’하고 났을 때 스트레스가 날아간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인종과 국적을 넘어 인간이라면 어쩔 수 없이 국밥에서 힐링과 행복을 찾을 수밖에 없달까.

아이슬란드에 전해진 뚝배기의 온기

“이거 진짜 따뜻하고 영혼을 데워주는 것 같아.”

“어쨌든 몸에 좋으니까! 오늘 고생하기도 했고…”

“맞아! 그래서 맞는 선택이긴 했어.”

- 2화 꼬리곰탕을 먹은 손님들의 대화

"이거 진짜 따뜻하고 영혼을 데워주는 것 같아"

예능 <서진이네2>에서는 이러한 국밥의 매력이 해외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우리나라에서 비행기로 19~23시간을 날아가야 도착할 수 있는 머나먼 땅, 아이슬란드에서도 뚝배기에 팔팔 끓인 꼬리곰탕이 현지인들의 주목을 받은 것이다. 물론 불순물을 제거해 가며 정성으로 푹 고아낸 꼬리곰탕이 맛있어서이기도 하겠지만, 그 진하고 깊은 국물 맛을 본 손님들은 하나같이 ‘영혼을 데워준다’, ‘위안이 되는 음식이다’라는 평을 내렸다. 그들에게는 꼬리곰탕이 낯선 메뉴임에도 우리가 국밥을 먹을 때 느끼는 감성이 그대로 전달된 것을 보면, 뚝배기 안에 담긴 따뜻한 온기와 깊은 맛이 문화와 언어를 초월해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2023년 구글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키워드가 ‘비빔밥’이라고 했던가. 쌀쌀한 계절, 어쩌면 한국인의 소울푸드인 ‘국밥’이 전 세계인의 마음을 녹이며 새로운 힐링푸드 트렌드로 거듭날 수도 있지 않을까? 시원하게 잘 익은 김치까지 곁들여주면 세계의 식탁 제패도 문제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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