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여행
해조류의 맛있는 유혹
톳칼국수 @hzeeya_1026
바다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끝없는 수평선과 상쾌한 바람, 시원한 파도 소리로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런 바다는 우리에게 풍성한 식재료로 그 이상의 풍요로움을 선사한다. 특히 해조류는 국물 요리에 깊은 감칠맛을 더하는 것은 물론 그 자체로도 우수한 영양과 신선한 향, 매력적인 식감으로 우리의 밥상을 장식한다.
바다의 채소? 바다의 잡초?
한국인이라면 누군가가 생일을 맞았으나 미역국을 못 먹었다는 이야기를 할 때 어딘가 마음이 불편해지고, 갓 출산한 산모가 미역국을 먹지 않겠다고 하면 큰일 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육수를 우릴 때 다시마가 빠지면 섭하고, 말린 다시마가 그대로 들어가 있는 라면이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도 이러한 해조류 사랑은 크게 다를 바 없으며, 제사 음식이나 특별한 행사에 제공할 음식을 만드는 데도 즐겨 사용한다. 우리에게 해조류는 육지가 아닌 바다에서 자라는 일종의 채소다.
그런데 해외, 특히 서양 나라에서는 미역, 다시마, 김을 포함한 대부분의 해조류를 ‘바다의 잡초’ 정도로만 여긴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김과 미역을 먹어본 적이 없다는 사람이 다수이고, 일부는 이를 먹을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다. 이런 차이는 왜 발생한 것일까?
한국, 일본처럼 나라가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각종 해산물을 친숙하게 사용해 왔다. 해안선이 복잡하게 발달한 만큼 다양한 해조류가 서식하기에도 적합하므로, 여러 가지 해조류를 일상적인 식재료로 자연스럽게 사용해 왔다.
하지만 서양에서는 전통적으로 육류, 곡류, 유제품을 중심으로 한 식단이 주로 발달했다. 해조류의 식재료로서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덜 인정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특히 북유럽처럼 바다가 굉장히 차가운 환경에서는 서식 가능한 해조류의 종류가 워낙 제한적이라 채취해 먹는 식문화가 발달하기 어려웠다. 때문에 서양인들에게는 해안가에서 자라는 해조류가 관리나 채취가 필요없는 ‘잡초’처럼 여겨졌을 가능성이 높다.
다시마국수 @toton_eao
연간 5kg, 한국인의 해조류 사랑
우리나라 바다에 서식하는 해조류 중 무려 50여 종이 식재료로 쓰이고 있다. 일반 가정에서 즐겨 먹는 해조류만 해도 미역, 김, 매생이, 톳, 파래, 우뭇가사리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1인당 연간 해조류 섭취량이 5kg에 달한다는 통계만 보아도 한국인의 해조류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한반도에서 나는 미역은 예로부터 질이 무척 좋았다. 일찍이 고려시대에 몽골로 미역을 수출했다는 기록이 있고, 조선시대에도 국산 미역은 중국에까지 명성을 떨쳤다. 이렇게 질 좋은 미역이 많이 나니 미역을 이용한 요리가 많이 발달한 것도 당연하다. 대표적인 요리는 역시 미역국. 여름에는 무더위를 날리기 위해 냉국으로 만들어 먹기도 하고, 상큼한 미역무침도 입맛을 돋우기에 최고다.
미역만큼이나 우리가 즐겨 먹는 해조류는 바로 김이다. 김은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11~2월에 제철을 맞이하는데, 소금과 기름을 발라 바삭하게 구운 김만큼 밥반찬으로 먹기에 안성맞춤인 식재료는 또 없다. 국물 요리에도 김을 잘게 부숴 넣으면 고소한 맛이 물에 녹아 깊은 맛을 즐길 수 있으며, 부침개 형태로 만들어 고소함을 극대화시켜도 누구나 좋아한다.
12~1월이 제철인 매생이 역시 겨울의 보물이다. 고운 결과 보드라운 식감을 자랑하기에, 죽이나 리소토처럼 부드러운 음식에 사용하기 좋다. 밀가루 반죽에 매생이를 섞어 바삭하게 부치거나, 연어처럼 기름진 생선과 함께 넣고 솥밥을 만들어 부드러움과 함께 다양한 식감을 함께 즐겨도 별미다.
매력적인 식감 하면 톳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톳은 간단하게 데치기만 해도 특유의 바다향과 꼬독한 식감을 선사해 사랑받는다. 톳은 특히 제주에서 기근이 들었을 때 구황식품으로 많이 먹었을 정도로 일상적인 식재료인데, 제주 내 여러 식당에서는 칼국수, 김밥, 피자 등에 톳을 더해 새로운 맛과 식감을 창조하며 인기를 끈다.
매생이전 @primp0000
세계인, 해조류의 매력에 빠지다
먹거리의 지속가능성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이제 해외에서도 그간 무시해 왔던 해조류의 매력에 눈을 돌리고 있다. 해조류는 햇빛과 이산화탄소만 있어도 혼자서 잘 자라고,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한식이 세계 식문화를 선도하게 되면서 한국에서 즐겨 먹는 해조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도 했다. 예전에는 ‘동양인들은 검은 종이를 먹는다’며 비웃던 서양에서도 이제 짭짤하고 건강한 스낵으로 김을 즐겨 찾는다. 김을 넘어 그간 가려져 왔던 미역, 톳, 파래 등의 매력이 해외에서도 재조명받을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