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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

[인터뷰]
진선규는 여전히

진선규다



제38회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 시상이었다. <범죄도시>의 위성락, 진선규의 이름이 호명됐다. 진선규는 무대 위에 올라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저는 조선족이 아닙니다”. 수상소감은 수없이 회자됐다. 그렇게 진선규의 삶이 송두리째 바뀌는 줄 알았다. 올해의 인물로 <무한도전>에 출연했을 정도니까. 그런데 바뀌지 않았다.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 같다.



영화관에서 내려왔지만 <범죄도시> 인기가 여전한 것 같아요.
방금 전에도 사람들이 사진 찍으려고 줄 서 있던데요?

맞아요.(웃음)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죠. 청룡영화상 수상 소감까지 화제가 돼서 태어나 처음 겪는 일을 매일 경험하고 있어요.


아파트에 현수막도 걸렸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니까요, 태어나 제 이름이 적힌 현수막은 처음 봤네요.(웃음)


자동차 광고까지 찍으셨더라고요. 혹시 식품 광고도 제의가 들어온다면 가능할까요?

미원 모델인 김희철 씨처럼 귀엽게요. ‘픽미 픽미 픽미원!’

할 수 있겠죠?(웃음) 고추장 광고라면 자신 있을 거 같아요. 청정원 고추장으로 떡볶이를 만들어 먹는 거죠. 매운 걸 원래 잘 못 먹었는데, 떡볶이를 주식처럼 먹는 와이프 덕분에 지금은 굉장히 즐겨 먹고 있거든요.





말하는 모습을 보면 영화 속 위성락과 현실의 진선규는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아요. 선과 악이 극명하게 대비된다고 해야 할까요.

요즘 말로 악한 모습은 ‘1’도 없어 보여요.

위성락의 사고를 좇아가기 위해 고민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악해지더라고요. 캐릭터의 주관? 그런 것들이 제게 생기기 시작하면서 크게 어렵다고 느끼지 않았던 거 같아요. 되려 ‘나한테 이런 눈빛이 나오나?’ 신기해서 재밌었어요. 외형적인 건 분장팀이나 의상팀에서 만들어 줬고요.


진선규의 실제 성격은 어떤가요?

지금 같은? 언제나 유쾌했으면 좋겠고, 즐거웠으면 좋겠어요. 악이랑은 상당히 거리가 멀어요.


배역에 대해 많이 공부했을 거 같아요. 위성락은 사람을 죽이고도 눈 하나 깜빡 안 하는 캐릭터잖아요.

참고한 캐릭터는 따로 없고 분장·의상팀에서 가지고 있던 사진을 참고했어요. 진짜 중국 조폭 사진이었는데, 그중 유독 눈에 띄는 사진이 있었어요. 머리는 빡빡 밀고, 문신은 가득하고, 굉장히 말랐죠. 그렇게 담배를 물고 있는데 너무 무서운 거예요. 그 사람이. 그 사진을 보고 영감 아닌 영감을 얻었어요.


수상 소감으로 조선족이 아니라고 한 말이 굉장히 화제가 됐어요. 진짜 조선족 아닌 거죠?(웃음)

경남 진해 사람이에요.(웃음) 말은 크랭크인 한 달 전부터 재중동포 선생님께 배우면서 연습했어요. 촬영하는 동안에도 선생님이 현장에 계셔서 발음이나 표현 같은 걸 교정해 주셨고요. 슛 들어가기 전에도 선생님께 꼭 물어봤어요. 이렇게 하는 거 맞냐고.


<범죄도시>엔 배우들이 몸을 써서 통쾌한 타격감을 주는 액션 신이 굉장히 많아요. 잔인하리만치.

액션 연기는 할만 했나요?

배고픔을 가진 캐릭터에게서 뿜어져 나올 수 있는 살기를 위해서 살을 많이 빼야 했어요. 두 달 동안 탄수화물을 입에도 안 댈 정도로요. (흑룡파) 세 명이서. 대신 이하늬 씨가 모델인 청정원 고구마츄로 배를 채웠죠. (윤)계상이가 촬영장에 매일 가져오더라고요.(웃음) 그래도 한 컷 한 컷 찍을 때마다 배가 고파서 굉장히 고생했어요.


액션 신이 많은 영화 촬영 땐 배우들이 먹을 거에 민감할 거 같아요.

그래도 전 무난한 편이에요. 좋아하는 음식만 잘 챙겨 먹으면 돼요. 닭가슴살하고 카레를 굉장히 좋아해서 영화 촬영 땐 특히 많이 먹는 거 같아요.


위성락이란 캐릭터는 진선규가 지금까지 연기한 캐릭터와는 전혀 달라요. 순진하지도, 정직하지도 않죠.

아내이기 전에 배우인 박보경 씨는 뭐라고 얘기해 주던가요?

평소 연기에 대해 서로 얘기를 잘 안 해요. “여보, 조선족 연기할 때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안 들었으면 좋겠어”라고 얘기해준 정도였어요. 과정에 있어서는 배우 대 배우니까, 조언을 지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잖아요.





이제 막 알려졌잖아요. 그래서 다시 시작인거 같아요.

시나리오가 좋고, 그 시나리오 속에서 매력적인 사건을 겪는 캐릭터라면 뭐든 할 거 같아요.


아내와 결과물은 언제 처음으로 함께 보셨어요?

시사회 때. 와이프가 영화 끝나고 딱 한마디 하더라고요. “정말 징그럽고 못 되게 생겼네. 그래도 너무 좋다.” 칭찬 중에 최고의 칭찬이었던 거 같아요.


특정 작품으로 큰 인기를 얻었으니 다음 작품 선택에 굉장히 신중할 거 같아요.

이제 막 알려졌잖아요. 그래서 다시 시작인 거 같아요. ‘이런 역할을 하고 싶다’, ‘저런 역할을 하고 싶다’ 하기 보다 시나리오가 좋고, 그 시나리오에서 매력적인 사건을 겪는 캐릭터라면 뭐든 할 거 같아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아이언맨> 시리즈에 그만 출연하고 싶다는 얘길 했어요. 캐릭터가 한 가지로 굳어지니까.

비슷한 캐릭터가 다시 들어오면 고민이 깊을 거 같아요.

‘위성락보다 더 악랄하게 연기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은 들어요. 물론 그런 배역이 들어온다면 위성락과는 또 다른 악역의 모습으로 도전해보겠지만 당분간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어요.


진선규는 어떤 배우이고 싶어요?

제 모습으로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역을 맡아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목표라면 목표예요. 다음 작품이 잘 안 되더라도 하면서 부족하다고 느낀 걸 어떻게 채울지에 대해 고민하고 발전하는. 그런 과정을 밟아가는 배우면 좋겠어요.





지금의 진선규는 지난날의 진선규들에게 희망을 주는 선배가 된 것 같아요.

남우조연상을 받았을 때 10년을 함께한 대학로 동료들이 떠내려갈 듯이 기뻐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굉장히 행복했어요. 힘들지만 즐기면서 재밌게 하다 보니까, 무대 위에서 행복했던 사람이 되니까, 누군가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게 저로서도 영광이에요.


일이 잘 안 풀려서 힘들어하는 후배들한테 참고 열심히 하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말은 무책임하게 들릴 수도 있을 거 같아요.

한 신짜리, 한 줄짜리 대사를 하다가 두 신짜리, 두 줄짜리 대사를 하게 될 때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즐길 줄 안다면 좋은 기회가 찾아와 있을 거 같아요. ‘내가 이것 밖에 안 되나?’ 하는 자책만 하지 않으면요. 조금 더 즐기려고, 조금 더 행복하려고, 조금 더 고마워하려고 노력한다면 말이죠.


배우들 소망 중 하나가 시나리오를 받아보는 거라고 들었어요.

<범죄도시> 이후 인생 처음으로 “시나리오를 읽어 보시겠습니까?”라고 들어온 영화가 몇 작품 있어요.(웃음)


드라마 제의가 온다면 어떨 거 같아요?

아직은 영화를 하고 싶어요. 영화로 상을 받았고, 이제 막 영화 쪽에서 다른 캐릭터, 다른 배역으로 더 많은 관객을 만날 기회가 생겼잖아요. 좀 더 많은 관객을 만나고 나서 기회가 된다면 하고는 싶어요.





영화든 드라마든 다음 작품에서 진선규라는 배우가 어떻게 평가받으면 행복할 거 같아요?

“진선규라는 배우에게 저런 매력이 있었어?” 이렇게 봐주신다면 정말 행복하겠죠.


마지막으로 <기분 좋은 만남> 독자분들에게 인사 부탁드려요.

이번 인터뷰가 <기분 좋은 만남> 독자들에게 기분 좋은 만남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 재미없어도 재밌게 읽어주신다면 더 좋겠죠?(웃음)






Writer 곽봉석
Photographer 김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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