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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

[인터뷰]
우리가 미처 몰랐던

배우 송재희의 얼굴



송재희를 만났다.

화면보다 멋진 외모로, 진심을 다해 ‘송재희’를 얘기하는 그의 맨얼굴을 마주했다. 시종일관 눈을 바라보며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했고, 깊이 생각한 후 ‘진심’을 담아 답했다. “더 좋은 배우,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얘기할 때의 눈빛에는 절실함이 묻어났다. 지금부터 하려는 얘기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진짜 송재희’의 이야기다.


Scene #1

살림하는 남자, 송재희


‘저런 남자라면 결혼하고 싶어.’ 미혼 여성들의 가슴에 살랑살랑 봄바람이 불게 하더니, 주부들의 마음까지 점령해버렸다.

KBS 2 <살림하는 남자들>(이하 ‘살림남’) 속, 아내 지소연을 향한 송재희의 달콤함이 대한민국 여심을 제대로 저격했다는 거다.



“얼마 전 ‘살림남’ 마지막 녹화를 마쳤어요. 내일 저희 부부의 마지막 방송이 나가겠네요(웃음). 많은 고민 끝에 시작한 프로그램이었고, 촬영을 하면서도 우리의 모습을 카메라를 통해 보여준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어요.”


드라마나 영화처럼 짜여진 ‘대본’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100% 리얼한 모습이라 할 수도 없다. ‘예능적 재미와 감동’이 될 법한 모습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다. 편집을 거치면서 어떤 모습은 화면에서 지워지기도 하고, 또 다른 모습은 과장되어 부각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송재희는 ‘살림남’이 고맙다. 두 사람이 하나가 되어 ‘인생’이란 긴 여행을 떠나는 출발점. 그 나날들이 ‘기록’되고 언제나 꺼내볼 수 있는 추억으로 남게 됐으니 말이다. 얼굴도 모르는 많은 이들이 보내준 축복과 응원은 ‘살림남’이 준 또 하나의 선물. ‘사랑에 빠진 송재희의 얼굴’이 얼마나 매력적인 지를 보여준 건, ‘살림남’이 준 보너스쯤 되겠다.


“예능에 꼭 출연하고 싶어서 소속사에 여러 번 부탁을 했어요. 그렇게 출연하게 된 프로그램이 KBS <해피투게더>였고 반응이 꽤 좋았어요. 드라마 속 지적이고 차분한 모습과는 달리 엉뚱한 모습이 새롭게 느껴졌나 봐요.”




‘송재희의 재발견’, ‘예능 블루칩’이라는 타이틀을 단 기사들이 이어졌다. 예능 첫 출연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입담에 소위 말하는 ‘끼’를 타고 났다는 칭찬도 받았다. “사실 저는 절실했어요. ‘완벽한 실장님’이라는 캐릭터에 가려진 또 다른 송재희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였으니까요. 드라마 PD님들과 대중들을 대상으로 한 오디션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준비하고 치열하게 녹화했죠.”


‘완벽한 실장님’ 송재희의 ‘엉뚱한 매력’은 제대로 통했다. SBS <정글의 법칙>, MBC <복면가왕>, tvN <시간을 달리는 남자>, JTBC <힙합의 민족 2> 등 예능 섭외가 이어졌고, ‘살림남’을 통해 대한민국 여심까지 사로잡았다. ‘빳빳한 수트’ 속에 가려졌던 편안하고 유쾌한 송재희의 모습이다.





‘송재희의 재발견’, ‘예능 블루칩’이라는 타이틀을 단 기사들이 이어졌다.

예능 첫 출연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입담에 소위 말하는 ‘끼’를 타고 났다는 칭찬도 받았다.



Scene #2

14년차 배우, 송재희


송재희는 14년차 배우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데뷔작이라 알고 있는 MBC <해를 품은 달>(2012년 방영)의 ‘허염’ 역은 무려 8년의 무명 생활 끝에 만난 고마운 역할이다. ‘포기하지 않고 잘 견뎌낸 무명 생활’에 대한 칭찬에 “포기할 용기가 없었을 뿐”이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쉽고 멋지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뭘까 생각하다 연기를 택했어요. 영화과에 진학한 후 2004년에 광고 모델로 발탁됐을 때만 해도 잘 될 거란 자신감이 있었어요. 이후로 몇몇 작품에 단역으로 출연하기도 했지만, 거기까지였어요. 준비도 안 되어 있었고 연기에 대한 절실함도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었죠. 연기가 절실해서가 아니라 다른 걸 시작할 용기가 없어서 그냥 그렇게 시간을 보냈어요.”



 


통장 잔고와 마음이 비어가는 속도는 동일했다. 우울증이 왔고 삶에 대한 미련을 내려놓았을 때, 변화는 찾아왔다. ‘선한 영향력을 주는 배우가 되겠다’라는 명확한 목표가 생기자 열정과 열심이 저절로 따라왔다. 그렇게 ‘꿈이 있는 무명 배우’가 됐다.


“상황은 달라진 게 없는데 마음이 달라지니 하루하루가 소중하더라고요. 오디션도 열심히 보고 항상 떨어지고…(웃음). 그러다 처음으로 오디션에 합격한 작품이 2010년에 촬영한 <로드넘버원>이에요. 4차 오디션까지 모두 다른 군복을 입고, 일부러 흙에서 뒹굴다가 갔어요. 그렇게라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얼마나 간절한지를....”


그렇게 만난 생애 첫 배역 ‘양강태’. 송재희는 당시 첫 대사를 지금도 기억한다. “대전 바닥에서 ‘양강태’하면 다들 토낀다는 거지.” 대본을 받고 이 한마디를 여러 가지 톤으로 수백 번 연습했다. 정작 현장에서는 너무 긴장해 NG를 냈지만 말이다.


주변 지인들조차 “너는 언제 나오냐”라고 물어볼 정도로 작은 역할이었지만, 송재희는 이 작품을 하면서 ‘감동을 주는 배우’를 꿈꾸게 됐다. 3년 후 <해를 품은 달>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위로와 행복을 줄 수 있었던 이유다.





젠틀하고 진지한 얼굴로, 예능 속 유쾌하고 편안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다가온 송재희.

우리가 미처 몰랐던 송재희의 또 다른 얼굴들을 차근차근, 오래도록 마주할 수 있길 바라본다.


 

Scene #3

우리가 만나게 될, 송재희


요즘 송재희는 참 행복하다. 아버지께서 “네가 제일 잘 한 건 소연이랑 결혼한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바로 그 평생의 동반자를 만났다(인터뷰 당일에도 아내 지소연 씨는 직접 만든 작은 선물을 들고 촬영장을 방문했다!). 배우 송재희의 2막을 시작할 좋은 작품도 행복하게 마무리했다.


“2012년에 <해를 품은 달>을 마치고 바로 일일드라마의 주인공 역에 캐스팅이 됐어요. 너무 감사하고 기쁜 일이었지만, 동시에 스스로의 부족함을 느껴야했죠. 대사를 외우는 것만으로도 벅찼으니까요.”



<욱씨남정기>, <당신은 선물>, <다 잘 될 거야>, <가족끼리 왜이래> 등 많은 작품을 만나 다양한 역할을 연기했다. 대본을 암기하는 요령도 생겼고 카메라를 대하는 부분도 능숙해졌지만, 송재희는 ‘두 줄이 넘는 대사를 처음 받아봤던’ <해를 품은 달> 때의 연기가 더 빛났다고 생각한다.


“그때는 하루에 한두 장면 정도밖에 안 나왔어요. 그 장면을 어떻게 표현하고 연기해야 깊은 인상을 줄 수 있을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연습했죠. 물론 기술적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연기였지만, ‘허염’이란 인물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참 행복했어요.”


3월에 방영을 시작한 드라마 <대군>은 그 행복을 다시 발견하게 해준 작품이다. <해를 품은 달> 이후 6년 만에 만난 사극인데다가, 드라마 데뷔작인 <로드넘버원>을 함께 했던 스태프들이 여럿 참여했다. 특별 출연이다 보니 분량도 <해를 품은 달> 때처럼 얼마 되지 않는다. 처음에는 4회 정도 분량이었는데 어쩌다보니 9회까지 나오게 됐다.


“정말 열심히 준비하고 즐겁게 촬영했어요. 분량이 많지 않다보니 준비하고 연습할 시간이 많아서 좋았어요. 그동안은 ‘감동’을 주는 ‘좋은 배우’가 되고 싶었다면, 이제는 ‘감탄’을 줄 수 있는 ‘잘 하는 배우’가 되고 싶은 욕심도 생겼거든요.”




올해는 분량과 상관없이 작품을 통해 또 다른 송재희를 보여주고 싶다. ‘감탄’이 나오는 연기를 통해 ‘감동’까지 주는 배우가 되기 위해 더 고민하고 노력할 생각이다. ‘살림남’을 통해 보내주신 많은 분들의 응원을 잊지 않고 좋은 남편, 좋은 아빠도 되고 싶다. 더불어 대상(주)에 대한 애정도 잊지 않는다.


“무명 시절 ‘청정원’ 제품들이 저의 일용할 양식이었는데, ‘살림남’ 촬영 때도 아내랑 마트 가서 청정원 제품들만 구입했어요. 이 정도면 저도 ‘대상 가족’ 아닌가요?”
오랜 무명 시절을 지나 드라마 속 젠틀하고 진지한 얼굴로, 예능 속 유쾌하고 편안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다가온 송재희. 우리가 미처 몰랐던 송재희의 또 다른 얼굴들을 차근차근, 오래도록 마주할 수 있길 바라본다.







Writer 박향아

Photographer 김현희

Place 그랜드뮤즈 02.6407.6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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