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
A Cup of Tea
올해도 ‘휘소가치(휘발적+희소가치)’의 트렌드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유행에 편승한 듯 보이지만 자신의 취향과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마시는 것’을 선택하는 경쾌 발랄한 소장파(少壯派)들이 늘고 있다. 마침 이들을 위해 활짝 열린 신세계가 있으니, 바로 티(Tea)다. 하루 한 잔의 즐거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반가워할 티 트렌드를 만나보자.
휘소적 가치 트렌드, 희소적 티 트렌드를 만나다
젊은층이 즐겨 찾는 한 글로벌 카페 브랜드의 티 전문 라인에서 출시한 자몽 허니 블랙티가 론칭 한 달 만에 50만 잔 이상 팔렸다는 요즘이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휘소가치 세대와 티는 좀처럼 안 어울리는 조합이다. 티로 말할 것 같으면, 17세기 영국에 최초의 티하우스(당시에는 커피하우스라고 통칭)가 생긴 이래 영국 왕실부터 노동자 계급까지 계층을 초월해, 전통과 격조를 자랑하는 클래식 음료의 대명사 아니던가.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많은 전문가들은 불면증과 두통, 신경과민 등 카페인 과잉 섭취로 인한 부작용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기호식품의 맛과 향을 즐기되 카페인 섭취는 줄이려는 욕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대목은 지역별, 환경별 특성에 따라 디카페인 음료에 대한 취향이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 국내 유명 카페 브랜드의 조사에 따르면, 티 메뉴에 대한 선호도가 월등히 높은 지역은 부산. 유자차 같은 과일청 기반의 티, 과일을 조합한 블렌딩 티 메뉴가 높은 판매 순위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국내 대표 휴양지 제주에서도 카페인이 들어 있지 않은 음료를 찾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특별히 따뜻한 티 음료보다 아이스 메뉴를 선호했단다. 한편 커피를 가장 많이 찾는 지역은 서울로, 에프스레소나 샷 추가 등 진하게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해보면, 바다와 산 등 휴양 공간이 풍부한 친자연적인 환경과 여유로운 분위기일수록 티 음료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것을 알 수 있다.
티, 취향을 저격하다
콜드브루 티, 홍차 내음 가득한 청량감
요즘 대세는 사시사철 차갑게 즐기는 콜드브루 티다. ‘콜드브루’는 차갑다는 뜻의 ‘콜드 (Cold)’와 끓이다, 우려낸다는 뜻의 ‘브루(Brew)’의 합성어. 콜드브루는 커피뿐 아니라 정통 얼그레이와 과일과 함께 말린 블랙티(홍차) 종류와도 잘 어울린다. 블랙티는 널리 알려진 대로 폴리페놀의 일종인 카테킨 성분이 풍부한데, 강력한 항산화 기능이 있고 지방 분해 효과도 있어, 기름진 음식을 먹을 때 혹은 커피 대신 먹기 좋다. 물론 블랙티에도 카페인 성분이 포함돼 있는데, 커피의 40% 수준인 데다가 ‘테아닌’ 성분이 카페인 작용을 완화해준다. 콜드브루 블랙티 만드는 법은 매우 간단하다. 차 티백 또는 찻잎을 찬물에 넣어 냉장고에 반나절 가량 두고 우려낸 차를 음용하면 된다.
싱글보다 블렌딩, 카페인보다 과일
찻잎에 꽃이나 곡식, 허브 등을 더한 블렌딩 티는 또 다른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 이점 때문에 혹자는 블렌딩 티를 ‘차를 활용한 연금술’이라고 표현한다. 다양한 블렌딩 티가 사랑받아 왔지만, 요즘에는 과일청을 활용한 ‘과일 허브티’가 큰 인기. 캐모마일, 페퍼민트 등의 허브는 유럽에서 오랫동안 식재료와 약재로 사용했던 만큼 각종 식재료에 무난하게 잘 어울리고, 맛도 자극이 적을 뿐만 아니라 면역력 강화 및 항염 성분이 풍부해 각종 질병 예방과 치유에 큰 도움을 준다. 또 특유의 아로마가 과일과 잘 어울려 블렌딩 베이스로 최적이다. 매실과 오미자, 석류, 유자 등의 과일청과 더불어 건강을 위해 설탕이나 시럽 대신 꿀을 가미한 웰빙 블렌딩 티도 각광받고 있다.
미세먼지에 시달린 몸을 치유하는 디톡스 티
최근에는 체내 독소 제거뿐 아니라 눈 건강 및 염증 완화 등의 효능을 지닌 재료들을 블렌딩한 고기능성 디톡스 티가 눈길을 끌고 있다. 눈 건강에 효과적인 카로틴 성분과 항산화 물질인 카로티노이드 성분이 함유된 한라봉 티부터, 미세먼지 때문에 생길 수 있는 질병을 미리 예방하기 위해 면역체계를 끌어올려 주는 홍삼 티가 대표적. 호흡기 및 기관지에 좋은 약재로 알려진 오미자와 도라지를 넣은 티는 달콤한 풍미와 더불어 염증을 가라앉혀주는 효능이 있다. 독소에 손상된 간세포를 회복하는 데 효능이 있는 것 으로 알려진 서양 엉겅퀴에 민들레 뿌리, 우엉 뿌리, 생강 뿌리와 페퍼민트 등을 더한 허브티도 눈길을 끈다.
나에게 딱 맞는 티 가이드북
Level.1 ★☆☆☆☆
입문자를 위한 편안한 티 이야기,
<화요일의 티타임>, 노시은, 이른아침
차, 신화, 명화 이야기가 어우러진 독특한 에세이. 차를 좋아해 티 마스터 자격증을 따고, 신화와 전설 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는 저자 노시은의 말처럼,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저절로 한 잔의 따뜻하고 달콤한 차가 생각난다.
Level.2 ★★☆☆☆
내 취향에 맞는 블렌딩에 도전하기,
<티 + 푸드>, 안영숙, 동녘라이프
‘나만의 블렌디드 티 & 티 푸드 레시피’라는 부제답게, 홍차를 제대로 알고 즐길 수 있도록 안내한다. 홍차 전 문가이자 요리연구가인 저자가 집에서 쉽고 간편한 홈 메이드 블렌딩의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고, 다양 한 홍차의 매력을 경험할 수 있는 요리법을 소개한다.
Level.3 ★★★☆☆
본격 티 세계로 레벨업하고 싶다면,
<티마스터>,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
프랑스계 티소믈리에들이 티의 역사, 산지, 생산, 향미, 테이스팅 등을 체계화한 개론서. 준비부터 향유 방법, 음 식에 곁들이는 레시피까지 다양한 활용법을 통해 티를 알아가는 재미를 맛볼 수 있다.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는 이미 수년간 티 관련 부문 베스트 셀러에 오른 바 있다.
Writer 김나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