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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여행

[여행]
도시를 매혹하는

서울의 건축 Best 5

 

기원전 1세기 로마의 건축학자 비트루비우스는 <건축십서>를 저술하며 건축의 본질을 견고함(Firmitas), 유용성(Utilitas), 아름다움(Venustas)으로 규정했다.
이는 ‘좋은 건축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인류의 첫 가치 척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사회는 새로운 삶의 양식을 이루었고, 건축의 가치관도 크게 달라졌다.
이런 입장에서 서울의 무수한 건축물 가운데 우리 사회가 몰두하고 있는 중요한 가치를 대변하는 성공 사례를 뽑았다.

 

 



Pick 1

송파 마이크로 하우징
by 건축사사무소 SsD


디지털과 인터넷이 이룬 지식은 정보의 공유시대를 넘어 산업, 경제, 인문, 예술 너나 할 것 없이 공유에 천착하고 있다. 송파 마이크로 하우징은 1인 주거를 모은 다세대 주택으로, 공유 주거라는 실험적 형식을 도입한 건축물이다. 각 세대는 세 평 남짓한 법정 최소면적 12㎡로 이루어졌지만 필요에 따라 이들을 연결하고 확장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설계되었다. 법정 주차 수와 임대 면적을 늘리는데 급급한 다세대 주택의 현실에 비추어보면 이 건물은 마치 작은 세상을 이룬 것처럼 보인다. 5층 규모의 다세대 건물에 이렇게 풍요로운 외부 공간과 편의시설이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 지하에 위치한 극장 겸 카페를 비롯해, 2층 갤러리까지 모든 입주자가 함께 쓸 수 있는 공유 공간이 저층부에 마련되어 있다. ‘나 혼자 산다’는 정서적 고립감을 공유를 통해 함께 해소해 가는 것이다. 이 건축물은 공간 문화의 첨병답게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스타일과 공간감으로 무장하고 있다. 또 건물을 감싼 수직 스테인리스강 띠와 개방적인 공용 공간이 하나의 작은 열린 공동체를 이룬다. 경제적으로 생산되고 작동될 수밖에 없는 다세대 주택에서 보인 건축적 시도와 성취에 찬사를 보내야 마땅하다.
 서울시 송파구 송파대로 48길 14




Pick 2

플레이스 원
by 더시스템랩건축사사무소


빨판처럼 튀어나온 돌출부에 178개의 아트 디스크가 형형색색 패턴을 이루고, 그 사이사이로 움푹 들어간 개구부가 건물의 속살을 내비치고 있는 플레이스 원은 고층빌딩이 즐비한 삼성동에 새로운 종의 출현을 알리는 선언적 형태를 보인다. 게다가 이렇게 파격적인 건물이 은행이라는 사실에 다시 놀라게 된다. 어떻게 콘크리트로 플라스틱처럼 매끄러운 3차원 곡면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플레이스 원은 공장에서 사전 제작한 3차원 프리패브 UHPC(Ultra High Performance Concrete) 모듈로 하나하나 이어 붙였다. 리모델링을 통해 고루하고 특징 없는 양복에서 전위적인 코트로 환골탈태한 셈. 게다가 원의 조형성이 돌출부와 개구부에만 적용된 것이 아니라 기둥, 난간, 바닥패턴, 조명 등이 실내외에 디자인 요소로 사용되면서 일체감 있는 색다른 공간적 흥취를 선사하고 있다. 플레이스 원이라는 새로운 건축적 DNA의 출현이 일대의 도시 풍경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직접 확인해보자.
 서울시 강남구 영동대로 96길 26




Pick 3

솔라파인
by HG Architecture


솔라파인은 친환경 이슈를 감각적 형태와 논리적 기능으로 결부시켜 미래지향적으로 풀어냈다. 보통 건축은 특정 장소에 뿌리내리는 한계를 갖는데, 솔라파인은 하나의 상품처럼 자유롭게 유통되고 어디든 설치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인천 청라국제도시 그린파크에서 시작한 프로젝트가 서울 상암동까지 확대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솔라파인은 태양광 발전 쉼터다. 지붕 상부의 태양광 패널에서 전기에너지를 생산하고, 이것이 자체 소비 전력과 가로등 같은 주변 시설에 전원을 공급한다. 파고라에는 온열벤치와 미세먼지 감지 조명, 무선 인터넷과 휴대전화 충전, 블루투스 스피커 기능이 설치되어 공공을 위한 편익을 제공한다. 현대 생활의 모빌리티를 위한 일종의 공간적, 기술적 패키지라고 할 수 있다.
 서울시 마포구 증산로 14서울에너지드림센터 내 태양의 놀이터 잔디마당




Pick 4

국민은행 청춘마루
by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 이영수, 이현호, 장용순, 이경선, 김수란


허름한 공장의 분위기를 살린 카페와 빈티지한 편집숍, 막다른 골목길 끝 주택을 리모델링한 레스토랑, 심지어 발전소를 바꾼 복합문화시설까지….
이러한 재생 건축 가운데 최근 가장 주목할 만한 건물이 바로 홍대 앞에 자리한 국민은행 청춘마루다. 국민은행은 홍대 앞 영업점을 과감하게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건물의 특징적인 뼈대는 남기고, 지하부터 옥상까지 계단의 주름을 지그재그로 이어간 건축물은 명쾌하면서도 창의적인 공간을 구현하고 있다. 로마의 스페인 계단이나 파리의 몽마르트르 계단처럼 국민은행 청춘마루의 노란 계단 또한 홍대 앞의 역동적인 문화와 이벤트를 스펀지처럼 받아들인다. 국민은행 청춘마루는 단순한 건축의 재생을 넘어서 이 거리와 우리 건축의 이야기를 소생시킨 것이다.
 서울시 마포구 홍익로 18




Pick 5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by 조호건축사사무소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는 프랑스 패션 브랜드 루이까또즈를 운영하는 태진인터내셔날이 조성한 복합문화공간으로, 패션과 예술이 조우하는 경계 없는 플랫폼으로 주목 받았다. 건물의 세 입면을 가로지르는 현란한 선들은 치밀하게 계산된 입체적 매듭이다. 3가지 타입의 알루미늄 루버가 은은한 광채를 발하며 실처럼 건물을 휘감고, 밤이 되면 과감한 조명 속에 새로운 치명적 자태로 주변을 매혹한다. 이 외피의 기하무늬는 루이까또즈(루이14세)가 정립한 바로크 기하학을 건축가가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한 것이다.
이 단단한 이미지를 뚫고 안으로 들어서면 4층 높이로 열린 중정이 방문객을 환대한다. 외피 디자인이 건물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장치였다면 이 중정은 우리의 마당과 유럽의 중정처럼 이채로운 하늘 아래 다양한 이벤트를 수용하는 장이 된다. 이 건물로 우리는 건축과 패션이 얼마나 풍요롭게 대화하고 교류할 수 있는지 새롭게 확인했다.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 133길 11






Writer 박성진 건축칼럼니스트 / 사이트앤페이지 디렉터

건축공간전문포털 사이트앤페이지(Site&Page)의 디렉터로, ‘낭만적 합리주의’를 기반으로 공간을 기획하며 건축 콘텐츠 를 생산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 미래유산보존위원회 위원, 월간 <공간> 편집자문위원, 홍익대학교 설계스튜디오 강사를 겸하 고 있다. 저서로는 <모던스케이프>, <문화를 짓다>, <언젠가 한 번쯤 스페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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