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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여행

[맛 기행]
요리의 문법이자 멜로디,

소스

라틴어의 ‘소금물(Salus)’에서 유래된 소스(Sauce)는 음식에 맛을 더하고 식욕을 돋우는 감초 역할을 한다.

19세기 프랑스 요리의 아버지라 불리는 마리 앙투안 카렘은 ‘요리에서 소스는 언어의 문법이고 음악의 멜로디와 같다’고 말할 정도로 소스를 중요시했다.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소스와 이를 베이스로 만든 요리를 살펴보자.




 소스계의 클래식  토마토 소스
이탈리아 라비올리, 스페인 가스파초



세계에서 가장 대중화된 소스를 꼽자면 바로 토마토 소스다. 토마토 소스는 잘 익은 토마토의 껍질을 벗긴 뒤 가는 체로 걸러 농축해 만든다. 다른 재료나 향신료도 중요하지만 주재료가 되는 토마토 맛이 시거나 떫지 않고, 너무 달지도 않아야 한다.


밀가루와 유독 잘 어울리는 토마토 소스는 파스타와 피자의 밑재료로 이탈리아 요리에서 많이 사용한다. 라비올리(Ravioli)는 파스타 반죽에 치즈, 새우, 고기 등을 넣어 토마토 소스를 곁들여 먹는 이탈리아식 만두. 특히 코스의 첫 번째인 프리모 피아티(primo piatti)로 나올 때는 토마토 소스와 치즈에 버무려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더운 여름철, 토마토 소스를 시원하게 즐기려면 스페인 남부 요리인 가스파초(Gazpacho)를 추천한다. 토마토 소스에 각종 채소와 빵을 갈아 넣고, 식초와 올리브오일을 더해 차게 먹는다. 조리가 간단하면서도 맛이 상큼해 한여름의 더위를 잊게 만든다.



라비올리는 갖은 재료를 넣은 이탈리아식 만두로, 토마토 소스를 곁들여 먹는다. 






 발효식품의 대명사  소이 소스
일본 니쿠자가, 중국 청증어


니쿠자가는 그야말로 '일본인의 밥도둑'이다.


아시아의 대표적인 소스인 간장, 즉 소이 소스는 콩을 발효시켜 소금과 설탕, 향료 등을 섞어 만든다. 음식에 풍미와 감칠맛을 더하며 특히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 양념 재료로 자주 쓰인다.


일본의 대표 반찬인 ‘니쿠자가’는 고기와 감자, 양파 등을 기름에 볶은 뒤 소이 소스와 설탕 등을 넣어 조린다. 우리나라의 장조림과 맛이 비슷하나 좀 더 달짝지근한 것이 특징. 19세기 영국에서 유학한 도고 헤이하치로가 비프 스튜를 맛보고 반해 일본에서 소이 소스로 따라했다는 설도 있다.


중국 광둥 요리 중에는 민물 생선을 소이 소스에 조려 먹는 ‘청증어(淸蒸魚)’가 있다. 먼저 생선에 칼집을 넣어 저민 생강을 넣고 찐다. 여기에 소이 소스와 설탕, 청주를 넣고 살짝 끓여 생선 위에 붓는다. 마지막으로 파채와 고수, 실고추 등을 올리고 끓는 기름을 끼얹으면 완성. 예상보다 담백한 맛에 놀라게 된다.



 민물생선에 소이소스와 뜨거운 기름을 부어 만드는 청증어






 기분 좋은 매운 맛  칠리 소스
미국 칠리 콘 카르네, 싱가포르 칠리 크랩


칠리 콘 카르네는 멕시코 음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미국 텍사스주에서 탄생했다.


땀이 뻘뻘, 입에서 불이 나지만 자꾸 먹게 되는 매운 맛. 붉게 익은 칠리 고추가 들어간 칠리 소스는 음식에 자극적인 맛을 더할 때 쓰인다. 칠리 고추는 멕시코의 대표적인 고추로 1~10cm 정도 크기로 자라는데 작을수록 매운맛이 강하다. 칠리 소스는 여기에 파슬리, 오레가노, 라임즙, 설탕, 소금 등을 넣어 걸쭉하게 만든다.


칠리 소스가 들어간 대표적인 요리로 ‘칠리 콘 카르네(Chili Con Carne)’가 있다. 멕시코 음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미국 텍사스주에서 시작된 ‘텍스멕스(Tex-Mex)’ 요리다. 칠리소스에 간 소고기, 강낭콩, 토마토, 마늘, 양파, 쿠민 등을 넣고 끓인다. 완성된 요리는 또르띠야나 핫도그 등에 넣어 먹기도 한다. 고소한 고기와 향신료가 칠리 소스의 매콤함과 어우러져 중독성이 있다.

싱가포르의 ‘칠리 크랩(Chili Crab)’ 역시 칠리 소스로 만든 아시아 요리다. 1956년 싱가포르의 한 부부가 바닷가 노점에서 머드 크랩을 볶은 뒤 칠리 소스를 묻혀 완성했다. 매콤달콤한 맛이 인기를 끌며 단숨에 싱가포르 국민요리로 떠오른 칠리 크랩은 2011년 CNN이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50대 요리’ 중 35위를 차지했다.



 칠리 크랩을 먹지 않았다면 싱가포르에 다녀온 것이 아니다. 






 바다를 담은 한 스푼  굴 소스
중국 동파육, 태국 팟 팍 루엄


팟 팍 루엄을 먹을 때 고수를 잔뜩 올리면 태국 현지의 느낌이 물씬 난다.


어두운 갈색에 바다 향을 품은 굴 소스는 신선한 생굴에 소금을 넣고 발효시켜 걸쭉하게 만든다. 중국을 대표하는 소스 중 하나로 볶음이나 조림, 튀김 등 각종 요리에 두루 사용된다. 굴 특유의 향미가 강하게 남아 적은 양을 써도 충분히 감칠맛을 내는 마성의 소스다.


송나라 시대 시인 소동파가 즐겨 먹었다 하여 이름 붙여진 ‘동파육(東坡肉)’은 큼직한 삼겹살 덩어리를 통째로 삶고 튀긴 뒤, 굴 소스와 각종 양념을 넣어 졸여 먹는 음식이다. 기름기가 쏙 빠져 담백하고 야들야들한 식감이 일품이다. 굴 소스는 중국 뿐 아니라, 태국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팟 팍 루엄’은 굴 소스를 넣어 만든 태국 전통 볶음 요리. 채소를 넣으면 팟 팍 루엄 밋, 새우를 넣으면 쿵 팟 팍 루엄 등 다양한 재료에 응용할 수 있다.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 동파육은 남녀노소 모두 좋아하는 인기 메뉴다.






Writer 최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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