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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여행

[맛 기행]
고소하고 담박한 순백의 맛

충청도 비지장



서울의 어육장, 강원도의 막장, 전라도의 집장, 경상도의 시금장 등 메주를 다른 방식으로 띄우거나 특별한 재료를 섞어 맛을 내는 별미장이 국내에 140여 종이나 있다. 이중 충청도를 대표하는 별미장은 바로 비지장이다. 두부를 만들기 위해 불린 콩을 갈아 두유를 짜고 남은 찌꺼기를 ‘콩비지’ 또는 ‘되비지’라고 하는데 충청도에서는 이를 찌개뿐 아니라 밥, 떡, 전 심지어 장으로도 담가 먹는다.





비지의 다채로운 향연, 충청도


우리나라 전통 발효식품인 장(醬)의 주원료인 콩. 원산지가 만주와 한반도인 콩은 우리나라 팔도 어디에서나 잘 자라는 식물로 쌀만큼이나 중요한 식재료다. 콩을 잘 불려 두유를 짜내 응고제와 간수를 넣어 두부를 만든다. 이때 남은 찌꺼기, 비지가 나온다. 주말에 등산을 하고 산밑으로 내려오면 으레 보이는 순두부 식당. 배불리 수제 두부 요리를 먹고 나오면 비닐봉지에 싼 비지가 널브러져 있다. ‘집에 가져가 드세요!’ 인기가 많은 식당일수록 순식간에 비지가 동이 난다.


돈도 받지 않고 거저로 주는 비지를 가지고 특별한 맛을 내는 지역이 있다면 단연 충청도다. 충청도에서는 비지를 활용한 음식 종류만 수십 여 개에 이른다. 이중에는 속담에도 등장하는 음식이 있으니 바로 비지떡이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은 ‘가격이 저렴한 제품은 그만큼 질이 나쁘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하지만 이 속담에는 충청도의 넉넉한 인심을 뜻하는 속이야기가 담겨있다. 과거시험을 보기 위해 상경하던 선비들이 자주 머무는 충청도 산골 주막집에서 가난한 선비들을 위해 싸준 것이 바로 비지떡이었다는 설이다. 어쨌거나, 전국 팔도 모두 콩이 많이 나지만 유독 충청도에서만 비지를 즐겨 먹은 이유는 무엇일까? 심지어 장까지 만들어 먹을 정도로.







비지장 하나면 밥 한 그릇 뚝딱!


비지장은 수도권에서는 낯설지만 충청도를 비롯, 영남·강원 지역에서는 널리 사랑받는 음식이다. 소백산맥 줄기의 산간지역에서는 두부를 만들고 남은 것이 아니라, 비지장을 담그기 위해 비지를 만들기도 한다. 비지장을 만드려면 먼저 비지를 볶아서 무명 쌀자루에 담아 하루 정도 뜨끈한 아랫목에서 발효시킨다. 너무 오래 두면 썩은 내가 나고 미지근한 곳에 두면 쉰내가 난다. 또, 날이 아주 더운 날에는 비지장을 만들 수 없다. 하루가 지나 잘 발효된 비지장에 소금으로 간하여 삭힌다. 충분히 삭은 비지장은 뚝배기에 넣고 김치와 함께 지져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갓 지은 밥에 쓱쓱 비벼 한 입 먹으면 보슬보슬한 식감과 뒤이어 느껴지는 구수한 향이 비지찌개와는 확연히 다른 맛이다.


비지장은 콩의 식물성 영양소가 다량 함유돼 있는 건강식이다. 단백질, 철분, 나이아신, 레티놀, 베타카로틴, 비타민 A·B1·B2·B6·C·E 등 성분은 비만과 당뇨 같은 성인병을 예방하고 ‘식물성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이라 불리는 이소플라본은 여성의 갱년기 증상을 완화시켜준다.


최근에는 수입 콩을 쓰는 공장식 두부가 늘어난 탓에 두부를 직접 만들어 파는 맛집을 수소문해 찾아가야 한다. 이번 주말, 깨끗한 환경에서 자란 국산콩으로 만든 두부와 함께 비지장을 맛보러 떠나보는 건 어떨까.




 



충분히 삭은 비지장은

뚝배기에 넣고 김치와 함께 지져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물 맑고 깨끗한 곳에서 자란 국산콩을 사용합니다.  
 종가집 국산 청국장      
식물성 유산균으로 발효된 국산콩 100%로 만든 청국장입니다. 국산콩 특유의 구수한 장맛이 살아 있습니다. 







Writer 안세준 푸드 칼럼니스트

먹거리를 주제로 산업, 문화 등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푸드 칼럼니스트.

주로 향토 문화와 농업, 신토불이 음식에 관련된 글을 전문적으로 기고하고 있다.

<농업경제신문>과 월간 <귀농>의 필자로도 활약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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