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
혼자서도 잘해요
독립심은 어려운 일을 혼자 해내는 것에서 키워지는 능력이 아니다. 작은 일이라도 스스로 선택하고, 그에 따른 결과에 책임지는 경험을 쌓으며 기르게 된다. 자녀의 주위를 맴돌며 SNS를 비롯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이른바 ‘드론 부모’가 늘고 있는 요즘, 독립심은 아이들이 꼭 지녀야 할 마음의 힘이다.
올해로 열 살이 된 큰딸은 아침마다 낭랑한 목소리로 “엄마, 옷~”을 외친다. 그러면 분주한 와중에도 체육 수업이나 안전 교육 등 과목과 행사, 날씨에 맞춰 옷을 골라 놓는다. 습관처럼 해온 일이었는데 얼마 전 유치원생 동생의 소풍 준비로 동동거리던 아침, 혼자 입으라는 말을 꺼내자 아이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뭐 입을지 모르는데”라며 울상을 짓는 아이 앞에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돌아보면 딸아이는 외식할 때 메뉴판을 앞에 두고 “뭐 먹지?”라고 한참을 고민하고, 주말 계획을 세울 때면 “엄마는 어디가 좋은 거 같아?”라고 의견을 묻곤 했다. 사소한 선택 앞에서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늘 망설였다. 이렇게 먹고 싶은 음식, 하고 싶은 놀이, 입고 싶은 옷도 선택하지 못하는 아이가 나중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성인이 된다고 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 필요한 일에 대한 판단력이 높아지고, 독립적으로 행동할 수 있을까. 오히려 대학 전공이나 직업을 선택하는 등 큰 결정을 앞두고, 전전긍긍하며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는 않을까.
독립심이 강한 아이는 자존감도 높다
독립심 혹은 자립심은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일어서는 마음이다. 독립심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마음의 문제가 아닌,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을 내려 행동하는 등 삶의 태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독립심이 강한 아이는 친구들과 놀고, 학교생활을 하는 일상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스스로 선택하고 행한다. 자연스럽게 ‘나는 혼자 힘으로도 잘할 수 있다’는 성취감을 느끼고 자존감이 높아진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떠한 것을 잘하고, 어떤 일을 할 때 즐거운지 등 본인을 들여다보고 느끼는 기회를 갖게 된다. 반대로 독립심이 부족한 아이는 익숙지 않은 환경에 처하거나 혼자 있게 되면 불안감을 느낀다. 늘 친구와 부모의 도움을 바라고 의존해, 선택의 경험이 부족하고 자신감도 떨어진다.
적당한 거리가 독립심을 키운다
문제는 요즘의 양육 환경이 아이가 독립심을 키울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많은 부모는 아이의 작은 실패를 인생의 큰 오점으로 확대 해석하고, 아이가 조금이라도 상처를 받을까봐 대신 나서서 갖가지 문제를 해결한다. 어릴 때부터 존엄성을 지닌 한 개인으로 인정하지 못하고, 자신의 분신으로 여기는 등 자녀와의 거리를 지키지 못한 탓이다. 나 역시 그동안 아이를 위한다는 미명 하에 엄마가 원하는 바를 강요하는 쪽이었다. 음식점에서 아이가 돈가스를 고르면 비빔밥이 먹음직스러워 보인다며 회유하고, 방과 후 비즈 공예를 하고 싶다는 말에 창의 과학이 재미있겠다며 설득하곤 했다. 이렇게 스스로 내린 작은 선택과 결정을 인정받지 못하면 아이는 의존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
독립심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독립심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어떤 환경에 처하느냐에 따라 독립적인 아이가 될 수도 의존적인 아이로 자랄 수도 있다. 독립심을 키우는 것은 돌 이전부터 가능하다. 이유식을 먹을 때 사방에 음식물을 흘리더라도 직접 숟가락을 쥐여 주고, 오래 걸려도 직접 신발을 신고 싶어 하는 아이 옆에서 기다려주는 것 또한 독립심 교육이다. 독립심 교육을 심화하는 시기는 학령기, 즉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이다. 본격적인 사회생활과 학습이 시작되는 때로 혼자 샤워하기, 스스로 아침에 일어나기 등 기본 생활습관에서부터 차례 지키기, 줄서기 등 질서와 규칙 따르기, 식사 후 그릇 치우기, 재활용 쓰레기 정리 등 집안일의 역할 분담, 숙제하기, 학교 가방 및 준비물 챙기기 등 자기 주도적 학습 습관을 확립하는 일이 필요하다.
자녀의 주위를 맴돌며
SNS를 비롯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이른바 ‘드론 부모’가 늘고 있는 요즘,
독립심은 아이들이 꼭 지녀야 할 마음의 힘이다.
예행 연습을 통해 부담없이 시작한다
간혹 독립심 교육을 한다며 어느 날 갑자기 “오늘부터 초등학생이 되었으니 네 방에서 혼자 자”라며 밤에 떨어뜨려 놓는 등 어려운 과제를 주는 부모들이 있다. 이 경우 아이들은 겪지 않아도 될 실패를 경험하면서 좌절감을 느끼고, 자신감이 떨어진다. 평생 습관을 들여준다는 생각으로 여유를 갖고 시작해 보자. 처음부터 “혼자 책가방을 다 싸봐”가 아니라 “알림장을 같이 보면서 준비해 볼까”라고 말하며 함께 해보고, “문방구까지 혼자 다녀와”가 아니라 문방구 앞까지 같이 간 후에 “들어가서 필요한 준비물을 사와 볼래?”라고 권하는 식이다. 미리 연습하는 것도 좋다. 예를 들어 문방구에서 준비물을 사와야 할 경우 “아파트 1층으로 나가서 놀이터 옆길로 가는 거야, 그 후에 문방구에 들어가서 ‘○○ 주세요’ 라고 해 볼래? 힘들면 엄마랑 먼저 연습해 보자”라며 동선을 알려주거나 문방구 아저씨께 필요한 것을 말하는 연습을 한다. 무리 없이 시도할 수 있는 일을 여러 번 반복한 후 아이가 잘하면 “혼자서 ○○ 사 와볼까?”라고 점차 단계를 높인다.
아이의 일을 옆에서 도와주거나 대신하는 일은 쉽다. 오히려 잘하지 못하는 것을 지켜볼 때 마음이 답답하고, 속이 상한다. 하지만 순간의 상처, 잠깐의 실패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부모가 나설 경우 아이의 의존성은 점점 커진다. 부모의 지시를 따르고,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아이들은 또 다른 선택 앞에 불안해할 뿐이고, 그런 모습에 또다시 부모들이 나서서 아이들의 삶을 조종하는 악순환이 일어날 뿐이다. 아이의 독립심을 키워주고, 성인이 된 후 주도적으로 자신의 삶을 이끌어가길 바란다면 간섭하고 지시하고 대신 해주고 싶은 유혹을 참아야 한다. 결과에 집착하지 말고,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믿어주고 기다리는 여유가 필요하다.
독립심을 키워주기 위해 부모님들은 이렇게 행동해 보세요
하나. 아이들이 자부심을 느끼도록 격려해주세요.
자기 일을 스스로 할 때 “잘했어”, “착하네”라는 표현 대신 “스스로 자랑스럽겠다”, “혼자서 해내다니 축하해” 등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격려를 해준다. 뿌듯함을 알게 되고, 더욱 독립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둘. 책임감이 따른다는 것을 인지시켜 주세요.
독립심 교육만큼 중요한 것이 자신의 선택과 판단, 행동에 책임이 따른다는 점을 알려주는 일이다. “혼자서 문방구에 다녀오는 것은 좋은 행동이야. 하지만 길을 잘 살피지 않고 건너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해. 스스로 안전을 챙겨야 해”라는 식으로 충분히 살피고, 판단한 뒤 행동에 옮겨야 한다는 것을 교육한다.
셋. 시도하는 것에 의미를 두세요.
소심하고 불안감이 높은 아이들은 자신이 어떤 일을 했을 때 ‘망치면 어떡하지’ 등 결과에 대한 걱정이 크다. 또한 자신의 실수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비난을 두려워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아홉 살이 이걸 혼자 해보려고 마음먹은 것만으로도 대단해”라며 시도한 것에 의미를 부여한다.
Writer 이경선 교육 칼럼니스트
교육 문화 전문가로 <맘&앙팡>의 교육 문화 팀장을 비롯해 <퀸>, <여성조선>의 기자로 활동했다.
<조선일보>, <주간동아> 등에 교육과 문화를 주제로 기사를 실었으며 저서로 <1세 아이 잘 키우는 육아의 기본>, <행복한 늦부모되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