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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여행

[맛 기행]
우울할 땐

고기 앞으로

전쟁, 기근에도 사람들은 고기를 먹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이어왔다. 좋은 부위를 잘라내고 버려지는 부속을 모아 오래두고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재탄생시킨 것.

이제는 별미가 된 세계의 육가공품을 알아본다. 




찬 공기가 만든 날(生) 것의 맛
이탈리아 프로슈토



이탈리아어로 햄을 뜻하는 프로슈토는 다른 유럽 국가와 미국에서는 이탈리아산 고급 햄의 의미로 사용된다. 질 좋은 어린 돼지 넓적다리를 염장한 뒤 매달아 수분을 제거한 생햄이다. 이탈리아 각 지방의 프로슈토 생산자에 따라 고유의 향신료와 목재를 사용하고, 3년 이상 말리는 등 제조 방법이 천차만별. 보통 그늘지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건조시키지만 볕에 바짝 말리기도 한다. 지역이나 생산자의 이름에 따라 프로슈토의 종류가 결정되며 ‘프로슈토 디 모데나’, ‘프로슈토 토스카나’ 같은 이름을 붙인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프로슈토는 ‘프로슈토 디 파르마’로, 강렬한 향과 높은 염도를 자랑한다.


이탈리아 대부분 레스토랑의 메뉴판에서 가장 윗줄을 차지하는 메뉴도 바로 ‘프로슈토 에 멜로네(Prosciutto e Melone)’다. 짭짤한 생햄을 달콤한 멜론 위에 얹어 한입에 먹는 음식이다.






서양에서 삼겹살을 먹는 법
미국 베이컨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고르라면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삼겹살’이다. 돼지의 배와 옆구리살로 기름기가 많아 다른 나라에서는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부위다. 그나마 미국인들은 이 삼겹살로 만든 베이컨을 좋아하는데, 사과나무로 훈연할 때 고기에 배는 진한 향을 즐기기 때문이다. 사과나무에서 나오는 향은 지용성이라 베이컨을 구울 때 나오는 기름과 섞여 독특한 풍미를 자아낸다. 과거에는 다른 육가공품과는 달리 부유층만 먹을 수 있는 식품이어서 ‘Bring home the bacon!(성공하다, 밥벌이를 하다는 뜻)’이라는 관용어가 쓰이기도 했다.


영국을 비롯한 영연방 국가에서는 삼겹살보다 등심으로 만든 베이컨을 더 선호한다. 영국에서 베이컨이라고 말하면 실제로 등심 베이컨을 내어준다. 기름기가 적어 다소 퍽퍽한 편.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돼지고기가 부족했던 영국이 캐나다에서 등심을 수입해 베이컨을 만들어 먹은 탓에 미국에서는 아직도 등심 베이컨을 ‘캐네디언 베이컨’이라 부른다.






이것이 유럽의 순대
영국 블랙푸딩




한국의 대표 아이돌 BTS가 영국 방송에 출연했을 때 맛본 음식으로 이슈가 된 블랙푸딩. 영국에서는 나름 독특하고 혐오스러운 음식이라고 생각한 것 같지만 곧잘 먹는 BTS 멤버들의 모습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돼지 피로 만든 이 소시지가 한국의 순대와 비슷하다는 걸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블랙푸딩은 돼지 피와 지방에 오트밀 혹은 보리를 더해 만든 검은색 소시지로 영국의 전통 음식이다. 한국의 순대와 그 형태와 맛이 비슷한데 ‘푸딩’이라는 명칭이 붙을 만큼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특징. 블랙푸딩은 잘게 잘라 튀긴 양파에 돼지 피와 기름을 섞은 뒤 익힌 오트밀과 소금, 후추 등을 넣어 만든다. 잘 씻은 돼지의 창자나 인공 케이싱에 속을 채우고 소시지 모양으로 중간 중간 매듭을 지어 봉한다. 냄비에 물이 끓기 직전에 불을 줄인 뒤 블랙푸딩을 넣고 20분 간 삶으면 완성된다.






정열의 나라에서 온 빨간 맛
스페인 초리소

 



초리소는 붉은 벽돌색을 띠는 스페인의 소시지로 돼지고기와 비계, 마늘, 파프리카를 섞어 만들어 독특한 맛과 향을 지니고 있다. 매운맛의 초리소는 삐칸테(picante), 단맛이 나는 것은 둘체(dulce)라고 부른다. 초리소는 스페인에 돼지고기 보존식이 대중화되기 시작한 중세시대에 시작됐으며 ‘소금에 절인’이라는 의미를 가진 라틴어 ‘살시치움(salsicium)’에서 유래됐다. ‘살시치아(salsiccia)’는 스페인어로 ‘소시지’를 통칭하는 의미로도 쓰인다.


일반적으로 초리소는 살코기와 지방의 비율을 7:3 정도로 섞어서 만들며, 케이싱에 채우고 30~40cm 정도의 길이로 잘라서 묶은 후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매달아 3개월 정도 건조와 숙성을 시킨다. 파프리카를 속재료에 넣어 붉은 색을 띠는 것이 특징. 이탈리아의 살라미(salami)처럼 단단한 초리소는 얇게 썰어 타파스(tapas)로 먹거나 담백한 맛의 빵 사이에 끼워 샌드위치로 만들어 먹는다. 단단하지 않은 초리소는 생으로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반드시 익혀 먹어야 한다.






Writer 최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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