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미식&여행

[맛 기행]
고추장의 맛은 시간이 낸다

순창 찹쌀고추장



오래 묵은 찹쌀고추장은 시간의 맛이다.
색은 예쁘지 않더라도 시간이 만든 고추장 맛은 그 모자람을 채우고도 남는다. 갓 지은 밥에 묵힌 찹쌀고추장이면 밥 한 공기 뚝딱이다. 오랜 발효 과정에 찹쌀은 단맛으로, 콩은 감칠맛으로 끊임없이 변했기에, 시간이 내는 맛은 과학으로 흉내 낼 수는 있어도 같은 맛을 낼 수는 없다.




묵으면 묵을수록 검은 고추장


하늘색은? 사과색은? 아이에게나 할 질문을 어른에게 던져도 열에 열은 파란색, 빨간색이라 답할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하늘이 매일 파랗던가? 미세먼지로 뿌연 하늘이 아니더라도 흐린 날도 있고, 구름이 낀 날도 있기에 항상 파랗지만은 않다. 사과는 또 어떤가? 동화 속, 혹은 만화 영화 속의 백설 공주가 먹었던 빨간 사과를 실생활에서 본 적이 있는가? 없다. 심지어 사과는 파랗거나 노란 것도 있다. 한 번 인식한 것은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빨갛지 않은 사과를 보면 낯설어한다. 이는 사과뿐만 아니라 비슷한 빨간색의 고추장도 마찬가지다.


광고 속의 고추장과 고추장으로 만든 음식을 보면 밝은 빨간색이다. 슈퍼마켓에서 사 온 고추장을 열면 빨간색이 반긴다. 고추장을 먹다 보면 시나브로 검은 빛을 띤다. 한동안 음식을 하지 않다가 어느 날 열었을 때 밝게 빛나던 고추장 대신 거무칙칙한 고추장이 반기기도한다. 검게 물든 고추장을 먹어도 되는지에 대한 질문이 끊임없이 고추장 전문 업체 게시판에 올라온다. 고추장의 색이 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빛과 산소에 의해 고추장을 빨갛게 빛나게 하던 캡산틴(Capsanthin) 색소가 갈변 반응으로 색이 바랜다. 시간이 쌓일수록 붉은색은 점차로 검은빛으로 물들어 종래에는 진하고 진한 검붉은 색이 된다. 묵으면 묵을수록 고추장이 검다. 



 


오래 묵은 찹쌀고추장은 시간의 맛이다.

시간이 내는 맛은 과학으로

흉내 낼 수는 있어도 같은 맛을 낼 수는 없다.




고추장 명가 순창에서는


순창에는 고추장을 만들고 판매도 하는 고추장 민속 마을이 있다. 고추장 민속 마을에 놀러 온 이들은 고추장 본연의 색을 아는 이들과 모르는 이 두 갈래로 나뉜다고 한다. 아는 이들은 검붉은 고추장을 보고 반색을 하고 모르는 이들은 불편해한다. 고추장 민속 마을에서는 적어도 2년은 묵어야 고추장 행세를 겨우 할 수 있다. 대부분 3년 이상 묵어야 장독대에서 판매장으로 이동시킨다. 그렇기에 판매장의 고추장들은 모두 검붉다. 겉을 헤쳐 속을 봐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비슷하다. 시간이 고추장 독에 쌓이는 만큼 색은 점점 더 진해진다.




순창 찹쌀고추장이 특별한 이유


재래식 고추장의 재료는 단순하다. 보리, 콩, 찹쌀, 고춧가루, 소금 다섯 가지면 된다. 순창 고유의 독특한 고추장 맛은 모양이 남다른 메주다. 먼저 보리와 콩으로 메주를 만든다. 메주를 여름에 만들기에 벽돌 모양 된장 메주와 모양새가 다르다. 일반적인 메주는 고온다습한 환경에 잡균 번식이 용이해 쉬이 상하기 때문이다. 순창에서는 메주 만들기에 불리한 환경을 도넛 모양으로 만들어 이겨냈다. 가운데 뻥 뚫린 모양으로 공기 순환이 잘되게 했다. 보리로는 엿기름을 만들고 찹쌀을 섞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맹한 맛이었던 찹쌀 전분이 단맛 나는 성분이 된다. 메주와 엿기름으로 삭힌 찹쌀, 고춧가루와 소금을 넣고 버무리면 10% 정도 완성된 고추장이다. 나머지 90%는 다른 재료가 있어야 완성된다. 1,095일, 즉 3년의 세월이 재료로 더해졌을 때 비로소 맛깔난 고추장이 된다. 된장이나 간장처럼 고추장도 묵어야 맛이 나고, 된장, 고추장, 간장 모두 시간이 쌓일수록 색이 진해지면서 검은빛을 띤다. 색만 진해지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발효 과정을 통해 감칠맛까지 진해진다.






고추장으로 만든 최고의 밥반찬


고추장으로 할 수 있는 반찬들이 많지만, 그중에서 최고는 장아찌가 아닐까 싶다. 장아찌는 여느 반찬과 시간의 궤가 다르다. 쉽게 사 먹을 수 있기에 김치 만드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한다. 절이는 채소에 따라 다르지만 소금에 몇 개월 절인다. 그다음 절인 채소의 소금기를 뺀 다음 고추장에 넣는다. 절인 채소에서 물기가 나오면 고추장에서 꺼내 살짝 말린다. 말린 다음 새로운 고추장에 채소를 넣고 절인다. 이런 과정을 두세 번 해야 비로소 장아찌가 된다. 단순히 고추장에 채소를 넣었다고 장아찌가 되지 않는다. 소금으로 절이고 고추장으로 몇 번 삭혀야 장아찌가 된다. 장아찌가 비싼 이유는 시간과 재료가 많이 들기 때문이다.




순창 찹쌀고추장을 제대로 맛보려면


순창의 고추장 맛을 보기 위해 굳이 먼 거리를 이동해 순창까지 찾을 필요는 없다. 청정원에서는 깨끗한 원료와 정통의 제조 공법을 사용해 맛있는 고추장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통적인 항아리제조방식을 응용한 발효숙성공법인 ‘항아리원리 신발효공법’을 통해 공기를 순환해 쌀발효물을 1차 숙성시키고, 2차로 고춧가루를 혼합해 한 번 더 숙성시킨다. 또, 태양광 원리 살균공법을 통해 유해균을 관리해 안전하게 맛볼 수 있다.






Writer 김진영 푸드 칼럼니스트
25년간 식품 MD로 활동하면서 식재료 산지를 찾아 전국 곳곳을 누빈 전문가. 여행과 먹거리에 담긴 이야기를 접목해 바른 식재료 콘텐츠를 생산하는 ‘여행자의 식탁’ 대표이기도 하다. 현재 여러 신문에 칼럼을 연재하고 방송에도 출연하고 있다.

페이지 위로
알림

대상그룹의 건강한 소식지 <기분 좋은 만남>을 정기적으로 만나보세요

무료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