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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여행

[맛 기행]
나만 알고 싶은 여름 별미

보리된장


6월에는 장난치듯 피부를 톡톡 건드리던 햇살이 7월과 8월이면 날카롭게 찌른다. 그 강도가 세질수록 입맛은 시나브로 사라진다. 이럴 때 보리된장을 준비한다면 집 나간 입맛이 발길을 돌려 다시 찾아온다.




한여름에 만나는 황금, 보리


여름의 시작, 6월 즈음 산지 출장을 다니면 가을 분위기의 황금 들녘을 가끔 만나곤 한다. 대체로 보리밭이다. 잘 여문 보리를 바라보면 예전에 먹던 보리밥이 떠오른다. 사실 보리는 밥을 해 먹기 쉽지 않은 곡식이다. 쌀보다 호화(전분이 부드럽게 되는 과정)가 늦기에 밥을 하려면 미리 물에 불려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었다. 예전에는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할맥(반으로 자른 보리), 압맥(살짝 쪄서 누른 보리)으로 가공해 밥을 지어 먹기도 했다. 지금이야 눈부시게 발전한 육종 기술 덕분에 쌀과 같이 불려 밥을 해도 된다. 이처럼 사시사철 손쉽게 보리밥을 지을 수 있는 시대지만, 그럼에도 보리가 가장 맛있는 계절은 7월부터 시작되는 한여름이다. 바로 갓 수확한 보리가 나올 때다.


이미 청국장이나 즙장 등 ‘장은 묵어야 제맛’이라는 말을 뒤집는 맛있는 장을 소개한 적이 있다. 우리가 매일 흰쌀만 먹지 않고 여러 가지 잡곡을 섞어 먹듯, 조상들은 지역에 따라 수확한 곡물을 넣은 다양한 맛의 장을 만들었다. 조선 숙종 때 실학자 홍만선이 엮은 대표적인 생활백서 <산림경제(山林經濟)>에는 여름철 보리로 만든 보리된장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다.




보리된장의 매력은 바로 달짝지근한 맛


된장을 만들 때 콩의 양을 줄이고 다른 곡물을 넣으면 특별한 맛의 된장이 완성된다. 오롯이 콩으로만 만든 된장보다 감칠맛은 모자라도, 곡물이 가진 단맛이 다른 맛을 내기 때문이다. 여름철 보리를 넣어 된장을 만드는 이유는 콩으로 만든 것보다 단맛이 좋아서다. 지금이야 모자란 단맛은 설탕을 넣어 채우지만, 과거 설탕이 없던 시절에는 보리가 대신이었다. 보리는 전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를 미생물이 효소를 통해 포도당이나 엿당으로 잘게 잘라낸다.


이때 나는 설탕과 다른 달짝지근한 맛이 보리된장에 매력적인 풍미를 더한다. 설탕을 넣지 않은 은은한 단맛. 요리를 잘하는 사람들은 단번에 쌈장이나 강된장을 떠올릴 것이다. 보리된장 자체로도 쌈장 역할을 충분히 하지만 여기에 멸치와 다시마 등의 감칠맛을 더해 강된장을 만들면 더 좋다. 개인적으로는 멸치액젓이나 까나리액젓을 넣어 된장의 아미노산과 액젓의 핵산을 더해 곱절이 넘는 감칠맛을 만들어내는 걸 좋아한다. 화룡점정으로 표고버섯까지 넣으면 강된장을 끓이는 뚝배기 안에서 감칠맛의 대폭발이 이뤄진다.





여름 별미에 빠지지 않는 보리된장


보리된장으로 만든 강된장과 깡보리밥의 조합을 빼놓고선 여름 별미를 논할 수 없다. 여러 채소가 들어가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괜찮다. 강화도에는 보리강된장을 파는 편가네 식당이 있다. 볶거나 삶은 채소를 넣고 비벼 먹는 맛도 좋지만, 이 집의 강된장만 넣고 비빈 꽁보리밥 또한 맛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참기름은 없어도 된다. 도리어 강된장의 구수한 향을 방해할 뿐이다.


보리된장으로 맛을 낼 수 있는 요리로는 장칼국수도 있다. 강원도 막장에는 보리가 들어가는데 예부터 강원도에서는 쌀보다는 보리 등의 잡곡 농사를 많이 지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장을 담글 때 보리를 넣기도 한 것이다. 춘천 시내에서 춘천댐 방향에 자리한 손칼국수집은 막장을 넣은 장칼국수로 손꼽히는 곳이다. 산 너머 속초의 붉은빛 장칼국수와는 다른 모양새. 막장 특유의 검은빛이 도는 국물이지만 감칠맛은 모자람이 없다. 은은한 단맛과 감칠맛이 젓가락을 쉼 없이 움직이게 만든다.


입맛 없는 여름철, 장이 맛있으면 따른 부재료가 필요없다. 냉장고를 열어 비빌 만한 재료가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이다. 하지만 달짝지근한 보리된장이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이참에 무더운 여름을 견디기 위한 보리된장을 준비해 놓자.







청정원 순창 제주보리된장
100% 제주산 보리로 만든 프리미엄 재래식 된장으로, 구수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입니다.

보리된장 특유의 개운하고 담백한 맛을 살린 국물 요리는 물론, 무침 및 쌈요리에도 잘 어울립니다.
소비자가: 8,350원 / 중량: 900g





→ 구입 및 문의 / 정원e샵(http://www.jungoneshop.com)




Writer 김진영

25년간 식품 MD로 활동하면서 식재료 산지를 찾아 전국 곳곳을 누빈 전문가. 여행과 먹거리에 담긴 이야기를 접목해 바른 식재료 콘텐츠를 생산하는 ‘여행자의 식탁’ 대표이기도 하다. 현재 여러 신문에 칼럼을 연재하고 방송에도 출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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