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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여행

[맛 기행]
취하지 않고 즐기고 싶어요

뉴노멀 시대 변화하는 음주 트렌드



코로나19로 기억될 2020년은 우리의 삶을 일시적으로 바꾼 게 아니라 새로운 기준을 세우는 해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업무, 휴식, 여행, 취미, 문화 등 전 분야에서 일어나는 이런 변화는 자연스레 음주 문화에도 영향을 끼친다. 저도주와 홈술, 막걸리, 스탠딩 바 등 최신 음주 트렌드에 대해 알아본다.





순할수록 사랑받는다! 저도주의 인기 상승
사실 저도주의 유행은 예전부터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전체 주류 소비가 감소하고 여러 사람과 어울리는 회식 문화보다는 개인의 시간과 미식을 즐기는 2030세대가 늘어나면서부터다. 마트나 편의점에서 간편하게 사 먹을 수 있는 HMR 안주 제품의 출시도 그 원인 중 하나. 다만 2020년 코로나19가 진행되며 천천히 자리 잡고 있던 홈술 문화가 급격하게 발달하며 저도주의 인기를 더욱 가속시켰다.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건 국민의 대표 술, 희석식 소주다. 2006년 20도, 2012년 19도, 2014년 18도로 꾸준히 낮아지다 최근 몇 년간 ‘17도’ 경쟁을 벌였던 소주는 올해부터 16.9도 기준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복고풍 병모양으로 인기를 끌었던 ‘진로이즈백’ 등이 대표적인 제품이다. 16.9도의 소주는 단순히 저도주 유행에만 부합한 것이 아니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르면 17도가 넘는 술은 지상파 TV, 라디오에서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 사이에 광고를 할 수 없다. 하지만 16.9도 소주는 오후 10시 이후에도 광고를 할 수 있어 기존보다 더 많은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전반적인 저도주 유행 현상은 소주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종에서 드러나고 있다. aTfis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2019~2024 예상 매출액 증가 기준’으로 향후 뜨고 있는 주종은 놀랍게도 1위 무알코올 음료, 2위 혼성주, 3위 와인으로 집계됐다. 가볍게 술 마시는 기분을 내고 싶지만 취하고는 싶지 않은 요즘 트렌드를 잘 반영한 주류라고 할 수 있다. 이중 무알코올 음료 시장은 연평균 23.1% 성장률을 보이며 주요 시장으로 주목 받고 있다. 반대로 인기가 줄어들고 있는 주류는 1위 보드카, 2위 럼, 3위 주정강화와인 순으로 고도주가 차지했다.





집에서 만들어 먹는다고? 막걸리의 부활
도수가 낮은 막걸리는 유통 과정이 짧아 과거 젊은 세대가 찾는 트렌디한 주점에서는 쉽게 주문할 수 없었다. 종류도 단순하여 선택의 고민도 없었지만 최근에는 민속주점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막걸리를 파는 젊은 감각의 주점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막걸리는 2030세대에게 큰 사랑을 받으며 지난 2년 동안 연평균 13%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막걸리의 성장은 저도주 유행과 더불어, 한식과의 마리아주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술이 메인이 아닌, 맛있는 음식을 즐기려는 젊은 층이 늘어나면서 기존의 전통 안주들을 새롭게 재해석하고 맛을 업그레이드시키는 젊은 가게들에 손님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때문에 막걸리를 와인처럼 큐레이션 해주는 전문점이 등장하고 자체 브랜드를 가진 양조장 주점이 연일 생겨나고 있다.



 


좋아하는 술을 직접 담가 먹으면 어떨까? ‘워라밸’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들은 옛 ‘가양(家釀)’ 문화를 이으려는 듯 이제 집에서 술을 빚기 시작했다. 누룩과 항아리, 깨끗한 물만 있으면 쉽게 만들 수 있는 막걸리는 가양을 하기에 최적의 술이라고 할 수 있다. 막걸리 업체들의 체험형 이벤트뿐만 아니라 지역별 소규모 클래스, 막걸리학교, 한국전통주연구소 등 전문 교육 훈련 기관도 점차 늘어나며 마시던 취미가 직접 술을 빚어 먹는 단계로 확산되고 있다.





혼술, 홈술과 찰떡궁합! 안주 HMR의 약진
유독 배달 문화가 발달한 국내 외식 시장의 특징으로, 한밤중 술을 즐기기 위해 야식을 시켜 먹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혼자 살거나 가볍게 즐기고픈 사람들에게 배달음식은 비용과 양 모두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안주 HMR 제품의 등장은 안주 요리를 간편하게 집에서 먹고 싶었던 사람들에게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 기존의 국과 탕 위주였던 HMR과 달리, 곱창과 닭발, 오돌뼈 등 포장마차에서 즐기는 안주의 등장은 혼술?홈술 트렌드와 딱 맞아떨어졌다. 마트나 편의점 등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것도 장점. 시장 조사 기관 닐슨의 데이터에 따르면 2016년 196억 원에 불과했던 냉동 안주 HMR 시장은 2019년 84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야외에서 휴대가 간편한 상온 안주 HMR도 출시되어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또 냉동 치킨을 비롯해 홈 펍 안주, 찍어 먹는 소스류 등 한층 더 다양한 제품군의 안주가 출시될 예정으로 혼술, 홈술 트렌드가 장기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다리 아프기 전에 일어나자! 스탠딩 바의 복귀
술이 좋아 집에서 ‘홈술’을 즐기지만 가끔은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퇴근길에 나누고 싶어진다. 단, 기존처럼 많은 사람이 어울리지 않고 부어라 마셔라도 없는 시간을 가지고 싶어질 때 찾기 좋은 ‘선술집’이 유행하고 있다.


일본을 비롯한 외국에서는 안주 없이, 또는 아주 간단한 안주에 저렴하게 술을 잔으로 즐길 수 있는 스탠딩 바가 오래 전부터 자리하고 있었다. 국내에서는 최근 힙스터들의 성지로 거듭난 을지로를 중심으로 ‘진짜’ 서서 마셔야 하는 스탠딩 바가 새로이 생겨나고 있다. 소주, 맥주뿐만 아니라 하이볼, 칵테일, 와인 등 판매하는 술과 안주도 다양해 무국적성을 띠는 경우가 많다. 혼자서, 많게는 셋 정도가 찾아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는 곳. 적게 먹고 적당히 기분 좋을 때, 다리가 아프기 전에 훌훌 떠날 수 있는 초소형 스탠딩 바의 인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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