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
인공지능
인공지능이란 무엇일까? 언어 그대로 해석하자면 사람이 만들어낸 지능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인공지능은 사람이 만들어낸 ‘뇌’처럼 인간의 사고와 생각을 대신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가장 유명한 인공지능 중 하나인 알파고를 생각해보자.
알파고는 바둑 경기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2016년 이세돌과 대국을 하였다. 당시 알파고는 프로 바둑기사의 기보 3,000만 개를 학습한 뒤 승리할 확률이 가장 높은 최적의 수를 두었다고 한다. 아무리 뛰어난 인간이라도 알파고처럼 3,000만 개의 기보를 다 외울 수 없지만 알파고는 생각할 줄 아는 컴퓨터인 인공지능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처럼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인공지능은 이미 다양한 분야에 스며들어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그럼 이제부터 생활 속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인공지능 사례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화요일 오전 10시에서 12시 사이 미용실을 예약해줘.” 명령을 받은 인공지능이 미용실에 전화를 걸어 예약을 완료한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2018년 5월 구글이 발표한 듀플렉스는 인공지능이 실제 사람처럼 전화 통화하고 예약을 확정하는 인공지능 기반의 예약과 상담 서비스이다. 수십만 건의 온라인 예약 음성 녹음을 반복 학습한 듀플렉스는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인간의 언어로 말을 하기 위한 기술인 ‘자연어 처리’에 방점을 둔 인공지능이다. 특히 2년간의 발전을 거듭하여 2020년 10월 구글은 미국 일부 미용실에 듀플렉스를 실제로 도입했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미용실에 전화를 걸었을 때 내가 대화를 나누는 대상이 사람인지 인공지능인지 구분할 수 없는 날이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온 것이다. 실제로 듀플렉스를 시연한 영상을 살펴보면 인공지능의 전화를 받은 사람들은 자신이 인공지능과 대화한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고 할 정도이다. 앞으로 듀플렉스와 같은 음성 인식 인공지능이 더 발전하게 된다면 맞벌이 부모가 출근을 하였을 때 아이가 아프면 병원 예약을 대신하도록 할 수 있고, 해외 여행을 계획할 때 가장 저렴한 항공권을 찾아 예약하는 과정을 인공지능에게 맡길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 한 편이 흥행할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유명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는지, 대세 배우가 주연을 맡았는지, 유명 작가가 시나리오를 썼는지, 제작비용은 얼마를 썼는지, 개봉시기에 경쟁 작품은 무엇인지 등 여러가지를 고려해야 하겠지만, 다 안다고 해도 결코 흥행 여부를 장담할 순 없다. 하지만 84%라는 믿을 수 없는 확률로 영화의 흥행 여부를 맞추는 인공지능을 개발한 기업이 있다. 벨기에 스타트업인 스크립트북은 1970년부터 2016년 사이 미국에서 개봉한 약 6,500편의 영화 시나리오에 대한 데이터를 인공지능에 학습시킨 후 흥행 여부를 측정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흥행 여부를 알아보고 싶으면 스크립트북의 서비스에 시나리오를 업로드하면 된다. 그럼 5분 후에 시나리오를 분석하여 박스오피스 성적과 주요 고객의 연령과 성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이지만 스크립트북이 실험을 위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제작한 영화 62편을 스크립트북의 서비스로 분석한 결과 흥행에 실패한 22편을 골라내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이터 기업인 시넬리틱은 재미있는 시도를 하고 있다. 영화의 주연배우를 다른 배우로 교체하면 흥행 결과가 어떻게 바뀔지 예측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인공지능 덕분에 스크린 앞의 관객들은 양질의 영화를 볼 확률이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경력직으로 이직하는 친구들과 신입으로 입사하는 자녀들도 서류 심사와 면접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인공지능을 마주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류 심사 과정에서는 기존의 입사한 선배들의 글을 가져다 쓰는 행위를 했는지, 해당 지원자가 다른 지원자 대비 어떤 우수성을 가지고 있는지 1차적으로 판별하기 위해 인공지능 기반의 토픽 모델링(Topic Modeling) 기법을 활용한다. 토픽 모델링은 글을 단어별로 나누어 일관된 주제로 작성되었는지 맥락을 살펴보기도 하고, 다른 글 대비 특이사항을 추려내는 기법이다. 또한, 수천, 수만 건의 지원서를 담당자가 일일이 검토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검토를 위한 시간과 인력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통계에 따르면 1만 명의 자기소개를 평가하는 데 인사 담당자 10명 기준으로 하루 8시간 동안 총 7일이 소요되는 반면 인공지능은 총 8시간이면 평가를 완료할 수 있다고 한다. 면접의 경우에도 인공지능은 탁월하게 쓰일 수 있다. 인공지능 면접관은 30분가량 질문과 답을 들으며 수험생의 답변에서 자주 쓰는 어휘를 분석하기도 하고, 수험생의 얼굴에 68개의 가상의 점을 찍고 점이 미세하게 움직일 때의 변화를 감지하여 표정 변화를 읽어 내기도 한다. 인공지능은 지원자의 말투와 사용하는 어휘, 표정과 행동까지 분석하여 복합적으로 적합한 후보를 선발한다. 채용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학연, 지연, 혈연 등의 어뷰징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런 장점을 살려 영국의 다국적기업인 유니레버(Unilever)는 신입 사원과 인턴 직원 채용에 인공지능을 도입하였고, 마지막 단계인 대면 면접에서만 사람이 평가함으로써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에는 네덜란드의 인공지능 스마트 교통 시스템을 소개하겠다. 한국의 신호등은 초록불이 2분 30초 간 켜지고, 다음에는 좌회전 신호가 1분, 그 다음 빨간불이 2분 30초간 켜지도록 미리 정해져있다. 주변의 상황과 관계없이 미리 입력된 규칙에 따라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하지만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 방문하게 되면 인공지능이 적용된 새로운 신호등을 만날 수 있다.
네덜란드 기업 테크놀루션이 개발한 신호등은 정해진 규칙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교통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여 신호를 제시한다. 예를 들어 도로 상황이 한가한 월요일 새벽 5시를 상상해보자. 아직 인도에는 인적이 드문 시간이지만 보행 신호등이 초록불이 켜지면, 차량들은 멈춰서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네덜란드 신호등은 보행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이 없으면 보행 신호등에 초록불을 켜주지 않는다. 즉 차량들은 빨간불 신호에 걸리지 않고 쭉 달릴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주변환경을 시각적으로 인식하고 신호를 제시하는 신호등을 도입한 결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교통 체증은 약 20% 감소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사례처럼 인공지능은 일상생활에 큰 변화를 줄 기술이다. 세계의 석학들도 제4차 산업혁명의 시기에 인공지능이 미래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구글의 인공지능 연구조직인 구글브레인을 설립하고 중국의 인터넷 기업인 바이두에서 인공지능 총괄 책임자를 역임한 앤드류 응은 인공지능을 현대 사회에 필수적인 ‘전기’에 비유했다.
전기 없이 살 수 없는 현대인들처럼, 인공지능을 모르면 인공지능이 적용되고 있는 전방위 산업들의 미래를 제대로 예측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이해하기 위해 코딩과 인공지능 기술을 알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모바일의 내부 구조를 몰라도 모바일을 이용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는 것처럼, 전문적인 기술보다는 인공지능이 어느 분야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인공지능을 이해하는 데 무리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