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
팝콘과 라면에 ‘미원’이 붙은 이유
몇 년 전부터 시작된 레트로(Retro?복고) 열풍이 여전히 거세다. 온갖 제품들이 20세기 중후반의 촌스러운 색감과 디자인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복고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오마주한 뉴트로(New-tro)는 이미 MZ세대(밀레니엄+Z세대?1980~2000년대생)의 주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식품업계도 젊은 소비층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레트로와 뉴트로를 시도하고 있는데, 가장 두드러지는 흐름은 ‘이색적인 협업’이다. 편의점 PB(Private Brand) 밀맥주에 밀가루 상표나 구두약 브랜드를 붙이는 식이다.
이러한 전략이 연이어 성공을 거두고 있는 이유는 레트로 문화의 이중적 성격 덕분이다. 레트로는 중장년층에게 있어 아름다웠던 청춘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다. 그리운 젊은 시절에 즐겼던 문화이기에 친근하고 익숙하며, 그렇기에 한 번 더 눈길을 주게 된다. 한편 MZ세대에게 복고는 철 지난 과거의 유행이 아니라 새롭고 신기한 일종의 놀잇감이다. 하루가 다르게 트렌드가 달라지다 보니 MZ세대조차 그 흐름을 따라가기 쉽지 않은데, 레트로 문화는 수십 년에 걸쳐 그 기반이 충실하게 닦여 있다. 더군다나 이미 과거 세대에게 화제성을 검증받은 나름대로의 ‘우수한 대중문화’이기에, 젊은 소비자들은 레트로를 ‘이상한 것’이 아닌 ‘낯설지만 새롭고 투자할 가치가 충분한 아이템’으로 인식하고 있다. 같은 문화를 공유함으로써 세대 간 소통과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다는 점도 레트로의 성공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1956년 출시 후 65년 동안 ‘대한민국 대표 발효조미료’로서 활약해 온 미원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장년층이 즐겨 사용하는 조미료라는 이미지가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미원 특유의 레트로한 감성과 정감 가는 신선로 모양 상표를 바탕으로 복고 열풍의 앞자리에 올라탔기 때문이다.
우리 그룹과 편의점 업체 GS25는 작년 10월 2일, ‘미원맛소금팝콘’을 단독 출시했다. 대상식품연구소와 GS25 상품 담당자들이 약 6개월간 53차례의 샘플 테스트를 통해 미원맛소금의 감칠맛을 팝콘의 고소함과 절묘하게 조화시킨 것이 특징이다. 덕분에 미원맛소금팝콘은 출시 한 달 만에 30만 개 이상 팔렸으며, 이는 미원의 인지도 및 이미지 향상으로 이어졌다.
미원맛소금팝콘의 인기는 라면으로 이어졌다. 지난 5월 27일 미원의 감칠맛을 라면에 더한 ‘미원라면’이 GS25를 통해 선보인 것. 육개장 베이스를 바탕으로 마늘과 고추의 얼큰한 맛을 더했으며, 65년간 사랑받은 미원의 감칠맛이 ‘신의 한 수’를 맡았다. 훌륭한 맛과 함께 미원의 레트로 감성이 듬뿍 담긴 패키지 디자인까지 두루 즐길 수 있는 미원라면은 현재 MZ세대의 ‘인증샷 열풍’을 불러오며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MZ세대로 고객층을 확대하기 위한 미원의 노력은 2010년대 초반부터 줄곧 이어졌다. 2014년 홍대에 ‘밥집 미원’ 팝업스토어를 열어 젊은 층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2년 뒤인 2016년에는 슈퍼주니어 출신 아이돌 김희철을 내세운 ‘픽 미원’ 광고를 공개하며 주목을 받았다. 2020년 2월 요리 월간지 <이밥차>와 손잡고 ‘미원 한 꼬집’으로 감칠맛을 더하는 60여 가지 요리법을 담은 레시피북 <미원식당>을 선보이며 혼밥족들의 큰 호응을 얻었으며, 작년 10월에는 미원의 부캐릭터인 ‘흥미원’을 모델로 삼은 스페셜 패키지와 광고를 출시해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여기에 MZ세대의 미원맛소금팝콘과 미원라면까지 성공을 거두고 있으니, 찬장 속 감칠맛에 머물렀던 미원이 일상의 감칠맛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닐 듯하다. 미원이 MZ세대 안에 무난히 안착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