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
챗봇 기술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에게는 든든한 지원자가 있다. 바로 인공지능 비서 자비스다. 자비스는 토니 스타크의 어떠한 질문에도 대답하고, 토니 스타크의 요청은 무엇이든 해낸다. 현실에서 가장 자비스와 유사한 서비스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챗봇을 꼽을 수 있다. 챗봇은 대화(Chat)와 로봇(Robot)의 합성어로, 사람과 대화가 가능한 시스템을 의미한다.
챗봇은 음성 명령이나 텍스트 채팅을 통해 사람과의 대화에서 상대방의 의도와 목적에 대한 답을 내놓는 서비스다. 챗봇의 시작은 미미했다. 미리 설정된 명령어에 행동하고 반응하도록 설정해놓는 것이 최초의 챗봇이었다. 예를 들어 “밥 먹었니?”라는 질문을 받으면, “네, 먹었어요.”라는 답변을 하도록 챗봇을 설정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챗봇은 “밥 먹었니?”라는 질문에만 대답을 한다. 사람이 “밥 먹었니?”와 비슷한 질문인 “식사했어요?”라고 질문해도, 챗봇은 최초 설정된 명령어와 다르기 때문에 대답하지 못한다. 이를 정해진 대본대로만 읽고 반응한다는 점을 표현하기 위해 시나리오형 챗봇이라고 부른다. 시나리오 챗봇은 미리 질문과 답을 설정해주면, 어떤 질문에도 답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시나리오형 챗봇의 장점을 잘 활용하고 있는 기업이 바로 카카오뱅크다. 카카오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답게 일찍부터 고객 상담 분야에 챗봇을 도입했다. 2021년에는 카카오뱅크의 전체 고객 상담 문의 응대 중 50% 이상을 챗봇이 담당하고 있다고 하니,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시나리오형 챗봇에는 단점도 있다. 바로 대화의 상대방이 하나의 뜻을 가진 단어를 여러 가지 다른 단어로 표현한다면, 일대일 대응이 어렵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돈’이라는 단어는 지폐, 동전, 화폐, 현금 등 다양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시나리오형 챗봇을 도입한 기업들은 질문의 예시를 포함하며, 상대방이 챗봇에 설정된 단어만 사용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상담 챗봇에서 ‘쉬운 말로 정확하게 질문해주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적금 금리는?’, ‘카드 혜택 궁금해’, ‘대출상품 추천’ 등 올바른 질문의 예시를 보여주고 있다. 챗봇이 대답할 수 있는 질문으로 상대방이 문의해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나리오형 챗봇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IT 회사들은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대표적인 회사가 구글이다. 구글은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검색의 본질은 사용자가 궁금한 내용을 검색창에 텍스트로 입력하고 답을 받는 것이다. 검색의 본질은 챗봇의 본질과 같다. 챗봇도 상대방과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입력하는 질문과 텍스트의 의도와 목적에 맞게 답을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구글이 검색 서비스의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개발하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을 살펴보면, 챗봇의 미래도 그려볼 수 있다. 구글은 자비스처럼 어떤 질문에도 대답할 수 있는 인공지능형 챗봇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구글의 연중 행사 중 하나인 연례개발자회의 2021에서 구글은 2가지 인공지능 기술을 공개했는데, 이를 통해 챗봇의 미래를 엿보도록 하자. 첫 번째 인공지능 기술은 멈(MUM; Multitask Unified Model)이다. 멈은 이미지나 동영상으로 검색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인공지능 기술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자신의 등산화를 사진으로 찍고 구글에게 “이 등산화로 한라산을 등반할 수 있을까?”라고 물어본다면, 멈 기술이 적용된 경우 가능 여부에 대한 답을 줄 수 있다. 멈이 챗봇에 적용되면 어떨까? 챗봇은 더이상 정해진 질문과 대답에만 의존하지 않고 이미지나 동영상을 활용해 질문하는 경우에도 대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두 번째 인공지능 기술은 람다(LaMDA; Language Model for Dialogue Applications)이다. 람다는 모든 질문에 대답하며, 대화를 무제한으로 생성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심지어 사람이 아닌 물체나 동물 혹은 식물 등 해당 사물을 자신으로 인식하고 상황에 맞게 대화를 할 수 있다. 즉, 역할 놀이(Role-Playing)가 가능한 것이다. 예를 들어, 명왕성과도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소리다. “내가 명왕성에 가면 뭘 볼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면, 검색 서비스는 “나에게 오면 거대한 협곡과 빙산, 분화구를 볼 수 있을 거야”로 대답하게 된다. 구글의 CEO인 선다 피차이는 람다를 설명하며, 언어의 풍부한 유연성은 컴퓨터 과학의 가장 어려운 퍼즐이지만 람다로 퍼즐 조각 하나를 찾았다고 비유했다. 챗봇이 가진 언어 유연성의 한계를 람다가 보완해줄 것으로 기대를 갖게 되는 이유이다. 람다를 챗봇에 적용하게 된다면, 사용자는 어떠한 대상과도 대화를 할 수 있게 되며,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국내에서도 인공지능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LG, 네이버, KT는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빠르게 분석하여 결괏값을 도출해내는 ‘초거대 AI’를 개발하기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LG는 기존 인공지능 분석 정보의 양을 2021년 말까지 3배 이상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네이버는 글로벌 상용되는 기술보다 한국어 데이터를 6,500배 더 많이 학습한 인공지능 기술을 만들어 한국에 특화된 인공지능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KT는 2021년 5월 KAIST와 공으로 AI연구소를 설립하고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이 같은 국내 기업들의 노력으로 챗봇은 어떤 인공지능을 선택하고 적용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강점을 가진 챗봇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방영되고 있는 장수 TV 프로그램의 제목이다. 챗봇이 영화 아이언맨의 자비스처럼 인공지능형 챗봇으로 발전하고 자리 잡는다면, 이 프로그램의 제목처럼 챗봇은 우리의 모든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서비스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