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
우리 시대의 N잡러, 허휘수 인터뷰
‘본캐’인 댄서부터 유튜버, 미디어 기업 대표, 칵테일 바와 의류 브랜드 사장, 그리고 작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캐’를 가진 허휘수는 MZ세대를 대표하는 프로 N잡러다. 좋아하는 일을 모두 직업으로 삼아버렸지만, 여전히 그는 새로운 세계를 갈망하고 있다. 이처럼 멈추지 않고 도전을 계속 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가 ‘허휘수다움’을 만들어나가는 방식을 들어보자.
Q 다양한 직업을 갖고 계신데,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제 본캐는 댄서입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쭉 춤을 춰왔고, 현재도 댄스 스튜디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안무를 창작하고 있어요. 본업이 무엇이냐고 질문받는다면 망설임 없이 댄서라고 답할 거예요. 제 삶에 가장 의미가 큰 직업이죠. 이와 더불어 유튜브 채널 ‘소그노’를 운영하고 있는 유튜버이기도 합니다. 유튜브를 시작한 건 스물 여섯 무렵이었는데요. 여성을 위한 콘텐츠를 주로 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미디어 업계에서 여성의 입지에 대해 고민하게 됐고, 여성 미디어인의 자립을 돕는 ‘주식회사 소그노 영상제작소’를 설립하게 됐습니다. 또, 그동안 다양한 일을 협업하면서 만난 인연들과 함께 스튜디오 포비피엠이라는 팀을 구성해 칵테일 바를 열었고, 의류 브랜드로 론칭했습니다. 최근에는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라는 에세이집을 출간하며 작가라는 새로운 모습으로 독자들과 만나고 있어요. 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다양한 무대가 마련된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Q 유튜브 등 SNS 상에서 ‘휘슬’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계신데,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닉네임에 담긴 의미를 질문받은 건 처음이네요. ‘휘슬’은 제가 2015년 참가한 댄스 배틀에서 사용한 댄서 네임이에요. 저는 제 이름에서 ‘휘’라는 음절이 발음될 때의 느낌을 좋아해요. 그래서 제 이름과 발음이 비슷한 단어를 찾아보았죠. ‘휘파람’이라는 단어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의미가 같아서 선택하게 됐습니다.
Q 다양한 일을 꾸준히 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은무엇인가요?
사실 모든 일을 시작하기 전에 거창한 목표를 두진 않았어요. 그저 ‘일단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부딪혔죠. 새로운 일을 벌일 때 느껴지는 적당한 긴장감이 좋아요. 계속해서 하고 싶은 게 생기고, 그걸 실행에 옮길 뿐이죠. 예전에는 일을 줄여야 하나 고민도 했어요. 하지만 일을 하나 줄이면, 또 새로운 일이 하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일을 줄이기보다는 좀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그게 바로 ‘협업’이었어요. 좋아하는 일을 모두 직업으로 삼을 수 있었던 건 혼자가 아닌 ‘함께’가 주는 시너지 덕분이에요. 일을 일단 벌이는 스타일이지만 뒷심이 부족할 때가 많은데, 동료들이 부족한 뒷심을 채워줘요. 물론 여러 사람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데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어요. 하지만 우리만 의 규칙을 세우고, 서로에게 불필요한 것들은 삭제하면서 관계의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 한 가지의 원동력을 더 꼽자면, ‘책임감’입니다.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시작한 일에 최선을 다하고 책임을 지기 위해 노력합니다.
Q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저 또한 새로운 도전을 할 때마다 두려움이 앞서는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멈춰 있을 때의 막연한 불안보다는, 새로운 도전을 통해 느껴지는 적당한 긴장감이 오히려 삶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해보세요. 새로운 것을 찾고 계속해서 변화하고자 한다면 스스로를 발전시킬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치팅(Cheating)하는 느낌으로 재미있게 도전하면서 인생의 파이프라인을 늘려 보세요.
Q 최근 첫 에세이집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를 출간하셨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는 나 스스로의 이야기이자,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여성들에 대한 응원을 담고 있어요. 책을 출간하면서 유튜버로 활동했을 때보다 오히려 더 많은 연락을 받았어요. 특히 어머니의 친구분들이 제 이야기에 많이 공감해 주셨어요. 비록 세대는 달라도, 여성으로서의 삶에 교집합을 이루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또, 소설가이신 제 어머니께서도 많은 응원을 주셨어요. 누구보다도 어머니께 인정받은 점이 기쁩니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고 맡고 있는 일은 책임지며 해야 할 일에는 나서는 여성의 유쾌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 에세이
Q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우선 올해는 권투를 배워볼까 해요. 그리고 해외여행을 가고 싶어요. 지금까지는 그런 욕심이 없었는데, 팬데믹으로 자유롭게 해외를 나가지 못하니 괜히 욕심이 나네요. 아티스트 레지던시 시설이 잘 구축되어 있는 독일이나 미국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Q N잡러 허휘수가 아닌 생활 속 허휘수의 모습은 어떤가요?
좀 더 바쁘게 생활할 뿐 특별할 건 없어요. 칵테일바를 새벽까지 운영하기 때문에 9시에서 10시 사이에 일어나요. 헬스와 필라테스를 지속적으로 하며 체력을 관리하고 있죠. 그리고 집에 있을 땐 되도록 요리를 직접 해먹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어묵탕처럼 멸치 육수를 활용한 따뜻한 탕을 좋아합니다. 칵테일 바를 운영하고 있다는 데서 느끼시겠지만, 가끔씩 술 한 잔하며 여유를 즐기기도 해요. 그리고 제가 돼지 껍데기를 참 좋아하는데, 안주야(夜)를 종종 애용하고 있어요. 청정원 안주야(夜)양념벌집 껍데기도 좋고 매운껍데기도 좋아해요. 진짜 전자레인지에 돌리기만 해도 야채를 더해 볶기만 해도 어느 식당 부럽지 않더라고요. 오늘 <기분 좋은 만남> 인터뷰를 위해 대상 제품 멘트를 준비해온 것이 아니니(하하) 오해 안 해주셨으면 해요. 진짜 평소에 껍데기를 즐겨먹어서요.
Q 독자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는 결국 ‘우리 함께 잘 살아가자’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그건 제 삶의 가치관과도 일맥상통해요. 2022년 새로운 시작을 앞둔 독자 여러분께, 제 책의 가장 마지막 구절을 읽어 드리고 싶네요. “하시는 일 모두 잘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