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
'특별한 디저트' 도넛
특색 있는 프리미엄 도넛이 MZ 세대를 매료시키고 있다. 긴 대기 줄과 개당 3천 원이 넘는 가격을 감당해야 하지만, 많은 이들은 기꺼이 도넛에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다. 웰빙 열풍으로 인기가 시들해졌던 도넛이 최근 MZ 세대의 ‘잇템’으로 떠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MZ 세대는 ‘도넛 앓이’ 중
도넛의 커다란 인기는 SNS에서 실감할 수 있다. 2월 현재 ‘도넛’을 태그한 게시물은 인스타그램 기준 35만개를 넘었으며, ‘도넛맛집’ 태그를 붙인 게시물도 10만개에 달한다. 예쁘고 알록달록한 도넛 사진과 먹는 모습은 물론, 매장이 열리기 전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찍은 이른바 오픈런 인증샷도 심심치 않게 확인 할 수 있다.
2017년 탄생한 프리미엄 도넛 브랜드 노티드 도넛은웰빙과 자기 관리 트렌드 때문에 설 자리를 잃어가던 도넛 업계를 되살린 선두주자다. 남다른 맛, 감성적인 인테리어와 패키지 디자인, 자체 캐릭터를 활용한 굿즈 등으로 MZ 세대를 사로잡았는데, 개당 3천 원이 넘는 가격에도 각 매장의 완판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수제 도넛 브랜드 랜디스 도넛은 2020년 제주도 애월에 우리나라 첫 매장을 열었다.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하며 국내 팬들의 관심을 모은 랜디스 도넛은 영화에 등장한 사인보드를 매장 전면에 배치했는데, 구매한 도넛과 함께 인증샷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항상 붐빈다. 한편 작년 12월 파주에 생긴 도넛브랜드 말똥도넛의 매장은 오픈과 동시에 MZ 세대의 핫플레이스로 거듭났다. 이국적이고도 화려한 내?외부 인테리어가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는데, 그 모습 자체로 인기가 매우 높아 카메라 셔터 누르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도넛을 둘러싼 경험을 구매하다
몇 년째 줄곧 이어지고 있는 도넛의 인기, 그 배경에는 복합적 이유가 존재한다. 물론 도넛도 식품인 만큼, 프리미엄 도넛에는 그에 걸맞은 특별한 맛이 있다. 좋은 식재료를 바탕으로 정성껏 만들었으니 기성품 대비 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MZ 세대 사이에서 부는 도넛 열풍은 이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다.
전문가들은 도넛 매장이 MZ 세대의 놀이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에 주목한다. 도넛 매장을 찾는 사람들은 단순히 특별한 도넛을 맛보는 데 만족하지 않는다. 누구나 누릴 수 없는 도넛의 구매 과정 자체를 즐긴다. 오픈런과 긴 줄도 불사할 정도다. 도넛을 구매하면 예쁜 모양과 디자인을 사진으로 담는다. 매장 곳곳의 포토존에 들러 자신이 핫플레이스에 왔음을 인증하는 사진과 영상을 찍고, 각각의 매장이 풍기는 이색적인 인테리어와 분위기를 마음껏 즐긴다. 나아가 이를 SNS에 올리고 나누며 기쁨을 느낀다. 단순히 하나의 도넛을 넘어, 도넛을 둘러싼 다채롭고 색다른 문화 요소를 두루 경험하고 구매하는 것이다.
도넛을 사 먹으며 수많은 인증샷을 남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가 특별한 경험을 했다는 사실을 알림으로써 비교 우위에 올라서려는 심리는 인증샷과 SNS 업로드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이를 ‘주목 경제(Attention Economy)’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세간의 주목을 받는 것이 경제적 성패의 주요 변수가 된 시대가 도래했으며, 이에 따라 노력하지 않으면 얻지 못하는 희소한 제품과 경험을 향해 너도나도 달려든다.
실제로 도넛의 프리미엄화를 이끈 노티드 도넛은 MZ 세대를 사로잡을 만한 요소가 매장과 도넛에 가득하다. 미국 만화 속 가게를 떠올리게 하는 알록달록함,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와 패키지 디자인, 귀여운 곰 인형 캐릭터, 누구나 한 번쯤 먹고 싶어 기꺼이 줄을 서는 도넛. 이런 요소들을 오감으로 느끼기 위해 MZ 세대는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고 노티드 도넛을 찾아 나선다.
도넛 그 이상을 향한 다각적 노력
MZ 세대의 사랑을 받는 도넛은 경제적 여건이 풍족하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도넛을 먹으려면 돈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매장 문이 언제 열리는지, 도넛이 언제 나오는지 공부해야 하고 여기에 맞춰 기민하게 움직이는 것은 물론, 기나긴 줄을 이겨 내야 비로소 원하는 도넛을 손에 얻을 수 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트렌드 코리아 2022>에서 희소한 상품을 얻을 수 있는 소비자의 능력을 ‘득템력’이라고 정의했다. 도넛 매장에서 여러 가지 경험을 한다는 것은 높은 득템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MZ 세대는 기성 세대가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도넛을 구매하고, SNS를 통해 자신의 득템력을 자랑한다.
각 도넛 브랜드는 지금의 큰 인기를 일시적인 유행 이상의 지속적 트렌드로 격상시키려는 노력을 이어 나가고 있다. 새로움에 열광하는 MZ 세대를 위해 차별화된 맛의 도넛을 꾸준히 출시하는 한편, 도넛을 넘어선 세계관을 구축하기 위해 힘쓴다. 일례로 노티드 도넛은 제주도에 큰 부지를 마련해 실존하는 ‘노티드 월드’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도넛을 둘러싼 다각적인 각축전은 앞으로 어떤 미래를 만들어 낼까.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