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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여행

[여행]
봄 풍경 속에 따스한 위로를 얻다

남해 기행


유난히 길게 느껴지던 찬 겨울이 지나고, 조금이라도 더 봄의 기운을 느끼기 위해 남쪽으로 향했다. 소나무 외에는 아직은 갈색인 산자락마다 벚꽃 무더기들이 뭉게구름처럼 몽실몽실 피어올랐다. 앵앵 벌들 소리가 어지럽게 귓가에 메아리치고, 새하얀 색부터 옅은 보라색까지 미세한 편차의 색채와 빛의 잔치에 마음속에도 금세 봄의 향기로 가득 채워졌다. 이렇게 도시를 벗어나 순식간에 찬란한 계절의 한가운데로 빠져들 수 있다는 게 봄 여행의 미덕이 아닐까. 




쉼표 같은 늑도와 다랭이논의 봄 풍경에 빠지다


남해 사천의 아름다운 풍광을 바라보며 삼천포대교를 건너면 고즈넉한 섬 늑도가 있다. 숨 가쁘게 달려온 시간을 쉴 겸 늑도항에 들렀다. 작은 선착장에는 서너 명 낚시꾼들과 가족 모임을 나와 돗자리를 깔고 앉은 한 무리 외에는 인적이 드물었다. 작은 붉은 등대 하나와 낮게 형성된 마을, 그리고 잔잔한 바다가 만들어내는 고요한 풍경에 여행자도 숨을 고른다.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조용히 숨어있는 늑도 같은 마음의 쉼터가 필요하다. 

청정한 남해 바다에 인접한 사천의 들녘에는 싱싱한 초록빛으로 가득하다. 파랑과 빨강 마을 지붕들 옆으로 초록색의 밭들과 남해 바다와 산들, 섬들이 어울려 한 폭의 수채화가 절로 그려진다. 화려한 봄의 여신 플로라가 색 잔치를 벌인 듯 그 들녘에 유채꽃까지 한가득 피었다. 푸른 남해 바다 옆으로 노랑 유채 바다가 펼쳐졌고, 계속 이어지는 봄 풍경에 감탄하다가 어느새 가천마을에 다다랐다. 남면해안도로 해안선을 따라 가파른 언덕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지고 그 언덕을 거슬러 오르며 층층이 곡선의 계단식 논이 펼쳐졌다. 이렇게 45도 경사의 산비탈을 따라 층층이 형성된 계단식 논을 다랭이논이라고 부른다. 거의 108층 규모에 680여 개의 논이 펼쳐진 다랭이논 뒤로는 수려한 산세가, 앞으로는 넓게 트인 남해바다가 펼쳐진다. 다랭이논 중턱에 자리잡은 가천마을은 작고 아담하다. 다랭이마을은 근처에 있는 빛담촌을 거쳐 항촌-사촌-유구-평산 바닷가를 걷는 다랭이지겟길의 출발점이다. 또한 다랭이마을 해안 숲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은 가장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산책로이기도 하다. 평산마을에서 숙호마을까지 이어지는 15km 정도의 남면해안도로는 곡선의 좁은 길로 이어져 있는데, 이태리 남부의 아말피 해안처럼 절경을 선사한다. 조금은 느리게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며 바람결에 눈처럼 휘날리는 벚꽃을 보다가, 봄날처럼 눈부신 희망을 꿈꾸어 본다.



 늑도


 

남면해안도로


다초지 튤립과 장평저수지 벚꽃의 색채에 물들다


남해 장평저수지 앞에는 이국적인 튤립정원이 있다. 튤립은 머리에 두르는 터번을 뜻하는 터키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다양한 원색의 튤립들의 화려한 잔치가 펼쳐지는 그곳은 다초지라는 곳이다. 마치 꽃을 사랑하는 튤립의 나라 네덜란드에 와 있는 듯 곱고 아름다운 곳이다. 백합과에 속해 있는 튤립의 꽃말은 색깔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보라색은 영원한 사랑. 빨강은 불멸의 사랑. 새로운 시작. 흑색은 나는 사랑에 불탄다. 노랑은 바라볼 수 없는 사랑을 의미한다. 이 모든 꽃말의 공통분모는 바로 사랑이다. 치열한 현실 속에서 사랑에 대한 끝없는 갈구와 소망은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다. 몸을 낮춰 튤립을 바라보면 왕관 같은 꽃잎은 세상 가장 눈부신 사랑이고 칼날 같은 이파리는 세상 가장 단단한 용기를 표현하는 것만 같다. 늦은 오후 구름 속에 은은한 태양빛은 오히려 튤립 정원의 아름다움을 빛나게 한다. 튤립 정원을 마주 보고 있는 장평저수지는 바람이 불지 않는 날에는 맑은 거울처럼 고요하다. 그리 높지 않은 저수지 둑을 따라 활짝 핀 벚꽃 군락이 남해의 봄을 완성한다. 한 무더기 벚꽃과 하늘이 거울처럼 고요한 물에 비쳐 한 폭의 데칼코마니가 완성되었다.



다초지


남해의 새로운 랜드마크, 스카이워크


송정솔바람해변에서 1km 남쪽에 있는 작은 어촌 설리마을에는 남해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자리잡고 있다. 백사장이 하얀 눈을 닮아서 붙여진 설리(雪里)는 이국적인 휴양지를 닮은 해변마을인데, 이곳에는 아름다운 남해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설리 스카이워크가 있다. 국내 최초로 ‘비대칭형 캔틸레버(한쪽 끝은 고정되고 다른쪽 끝은 받쳐지지 않은 상태의 보) 교량’으로 건설된 스카이워크는 남해의 새로운 건축물로 사랑을 받고 있다. 스카이워크의 끝부분은 하단이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어 발 아래로 해안 절경이 아찔하게 펼쳐진다. 스카이워크의 명물 ‘하늘 그네’는 스카이워크의 가장 끝부분에 설치되어 있는데, 그네를 타는 순간, 마치 허공에 홀로 떠 있는 채로 발아래로 푸른 바다가 펼쳐지는 스릴을 느끼게 해준다. 남해의 낭만적인 일몰 명소이기도 하고 밤이 되면 조명으로 색다른 분위기를 전해준다.



 설리 스카이워크 ⓒ남해군청


멸치쌈밥과 바다 위 카페의 낭만에 빠지다


여행의 즐거움은 현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진미이다. 남해의 별미는 청정한 남해바다에서 잡아낸 싱싱한 모둠회, 생선구이 정식이나 죽방멸치로 유명한 남해답게 멸치쌈밥을 추천한다. 대부분의 식당들이 멸치쌈밥이나 멸치회를 간판에 내걸고 있는데, 삼동면에는 멸치쌈밥거리가 있을 정도다. 삼동면 건너편 창선면에 있는 호원정의 멸치쌈밥이 평이 좋다. 멸치쌈밥, 뽈락구이, 멸치회무침으로 구성된 세트가 인기다.

남해 여행의 마지막 여정으로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섬 같은 낭만 가득한 사천 선상 카페 씨맨스로 향했다. 어둠이 내리면 카페로 들어가는 다리를 따라 조명들이 동화처럼 불을 밝힌다. 철썩이는 파도 소리와 함께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은은한 불빛이 그림 같은 풍경을 선사한다. 바다 위 작은 카페의 루프탑에서 황홀한 일몰을 감상하고 난 후, 밤바다를 바라보며 향긋한 커피향에 취하는 기분이야말로 남해 여행의 마침표로 삼기에 제격이 아닐까.


멸치쌈밥


남해 유채꽃 






 Travel Info 



선상 카페 씨맨스

주소 : 경남 사천시 해안관광로 381-5

전화 : 055-832-8285

영업시간 : 월~금 11:00~21:00, 토~일 11:00~22:00/태풍이나 파도 심한 날은 휴무


설리 스카이워크

주소 : 경남 남해군 미조면 미송로 303번길 176

전화 : 070-4231-1117

운영시간 : 매일 10:00~20:00(계절에 따라 변동)

요금 : 스카이워크 2,000원, 그네 6,000원(군민 50% 할인)

주차 : 승용차 34대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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