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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

[인터뷰]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작가 백세희

  


참을 수 없이 울적한 순간에도 친구들의 농담에 웃고,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허전함을 느끼고, 그러다가도 배가 고파서 떡볶이를 먹으러 가는 나 자신이 우스웠다. 지독히 우울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애매한 기분에 시달렸다. 이러한 감정들이 한 번에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해서 더 괴로웠다.


-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1 p.8


 



 Q,  어떤 계기로 글을 쓰셨나요?

원래부터 글을 좋아했어요. 책 읽는 것도 그렇고 인터넷 기사라든지 SNS 글, 칼럼 등등 글 자체를 좋아했죠. 활자 중독처럼요. 진지하게 글을 써야겠다, 라는 생각을 한 건 대학 편입을 준비할 때였어요. 쓰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글 쓰는 걸 배우고 싶다, 라는 마음이었죠. 그렇게 문예창작학과를 가게 됐고 글에 대해 배우다 보니 자연스레 애착이 생기고 매력도 느꼈죠. 원래는 소설가가 되고 싶었고 등단도 하고 싶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소설가가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니까요) 그래서 작가가 되고 싶다기보다는 막연히 책을 내고 싶다, 로 꿈이 바뀌었어요. 책을 너무 좋아하다 보니 내 이름으로 된 책을 가지고 싶었던 거죠.



 Q,  어렸을 때부터 작가가 꿈이셨나요?

아뇨. 어릴 땐 되고 싶은 게 많았어요. 좋아 보이는 건 다 꿈이라고 적었던 거 같은, 그중에 작가도 있었고요. 



 Q,  글을 쓸 때 어떤 부분에 가장 중점을 두시나요?

솔직함과 가독성이요. 글에는 그 사람이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어떤 성격인지 무슨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척’을 하면 티가 난다고 해야 할까요? 어떤 글을 보면 포장하는 것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진실되지 못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고 그러면 재미와 감동, 신뢰감이 떨어져요. 그래서 솔직하게 쓰려고 노력해요. 또 글에도 호흡이 있잖아요. 그래서 쓰고 난 뒤에 소리 내서 읽어봐요. 문장이 길거나 어색하면 말할 때 꼭 걸리거든요. 잘 읽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제가 가독성 좋은 책을 좋아하거든요) 제일 신경 써요. 그래서 단문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고요.



 Q,  많은 독자들에게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받고 계시는데.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일단 많은 분들이 매력을 느낀 가장 큰 요소는 제목이죠. 실제 제 이야기를 토대로 지은 건데, 이 마음을 정말 공감해 주시더라고요. 죽고 싶지만 소주는 먹고 싶어 곱창은 먹고 싶어 등등 패러디도 쏟아져 나왔고요. 누구나 힘들 때가 있고, 하지만 배는 고프고 맛있는 걸 먹고 싶은 본능은 어쩔 수 없으니까요. 한편으로는 좀 슬펐어요. 난 나만 이러고 사는 줄 알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살면서도 속은 힘들고 모순적인 감정을 가지면서 살아가는구나, 싶어서요. 또 하나는 우울증을 다룬 책이라는 점, 또 정신과 전문의의 시선이 아닌 상담자(환자)의 시선으로 쓴 대화체 형식이란 점이 새롭게 다가간 것 같아요. 그전에는 이런 책이 없었으니까요.



 


 Q,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책은 본인의 아픔을 드러내면서 사람들에게 치유를 주었다는 평이 있습니다. 어떤 계기로 쓰셨으며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책을 내게 된 계기는, 먼저 기분부전장애라는 질환이 생소했어요. 저는 처음 들어보는 병명이었거든요. 하지만 정말 제 이야기라고 생각했고, 저처럼 자신이 우울증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애매한 사람들이 이걸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블로그에 내원 기록을 쓰기 시작했는데, 어떤 분이 장문의 댓글을 남겨주셨어요. 자신과 증상이 너무 똑같고 같은 사람이 존재한단 사실에 큰 위로를 받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자신의 어두운 삶에 빛 같다는 극찬(?)을 받고 놀랐죠. 나는 솔직했을 뿐인데 이렇게 위로받는 사람이 있구나, 싶어서요. 그리고 제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책을 쓰는 일이었어요. 하지만 마땅한 주제가 없어서 고민이었는데 지금 제가 가장 잘 쓸 수 있는 주제가 우울증이더라고요. 그래서 저와 같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고,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고, 버킷리스트도 이루고 싶어서 책을 내게 되었어요. 특별히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저와 비슷한 사람들이 이 책을 보게 될 수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책에도 썼지만 부디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혹은 ‘세상에 이런 사람도 있구나’ 정도로 받아들여주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자신의 어둡고 힘든 부분을 부끄러워하거나 싫어하거나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정말 진부한 말이지만 삶은 누구에게나 힘들고, 결국 내가 나를 돌봐야만 하니까요.



 Q,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중에서 어떤 구절을 가장 좋아하시나요?

제 책에서 독자분들이 가장 좋아해 주시는 문장인데요, 선생님이 해주신 말이에요. “힘들 땐 내가 제일 힘든 거예요. 그건 이기적인 게 아니에요.” 저도 굉장히 위로받았던 말이에요. 누가 내 마음을 열어보고 ‘이 정도면 힘들어도 돼, 이 정도는 아니야.’ 판단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물론 나의 아픔만 생각하고 타인의 아픔은 무시한다면 이기적인 거겠지만요.



 Q,  이번에 출간하신 신간 <영롱보다 몽롱>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 부탁드립니다.

여성 작가들이 큰 테이블에 둘러앉아 각자의 술을 마시면서 이런저런 ‘술’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책이에요. 술에 관한 경험과 생각이 다채로워서 재밌고 술 마시면서 읽기 좋은 책이기도 해요.



 Q,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말고도 많은 작품이 있는 것을 압니다. 어떤 작품을 아끼시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몸의 말들(공저)>이요. 다양한 ‘몸’과 몸에 관한 생각을 다룬 책이거든요. 타투이스트의 몸, 유방암 환자의 몸, 저는 태어날 때부터 앓고 있던 아토피피부염과 그로 인한 스테로이드 부작용으로 녹내장이 와서 한쪽 눈이 실명한 경험을 썼어요. 내 몸을 사랑하는 것에 대해 오래 생각하고 정리한 글이라서 좋아해요.


 


 Q,  여가시간에는 무엇을 주로 하시나요? 

집을 청소하고 꾸미는 걸 좋아해요. 거의 매일 쓸고 닦고 정리하고, 강아지들과 산책하며 보내요.


 Q,  집필하실 때 특별히 드시는 음식이나 음료가 있을까요?

저는 글이 써지지 않을 때 (스트레스가 심할 때) 생라면을 먹는 습관이 생겼어요. 음료는 무조건 제로사이다와 맥주요!


 Q,  작가님은 어떤 음식을 좋아하시며 소울푸드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요?

떡볶이를 제일 좋아하고 떡볶이가 소울푸드지만, 다이어트 때문에 요즘 잘 먹고 있지 않고요, 요즘엔 뜬금없이 크림 파스타에 빠졌어요. 다이어트 때문에 떡볶이는 안 먹는다면서 참 모순적인 음식이네요.


 Q,  죽고 싶지만 떡볶이 말고 먹고 싶은 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크림 파스타요!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일까요?

쌓여 있는 일들을 해결하는 게 계획이자 목표에요. 몸살+무기력증 때문에 많은 걸 미뤄두고 있어서 죄책감이 극심하거든요. 내가 하기로 한 일을 제때 잘 해내고 싶어요. 간절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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