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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

[인문교육]
껍데기는 가라,

용기내 챌린지

 


비닐은 애초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종이봉투로 인한 삼림 훼손을 막고자 재사용할 수 있게 발명됐다. 플라스틱의 발명은 한때 사치품의 원료로 쓰여 멸종위기에 처했던 코끼리와 바다거북을 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 지구는 500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 비닐과 플라스틱 덕분에 병들고 있다. 최근 확산하는 ‘용기내 챌린지’는 이런 아이러니를 해결해보고자 하는 개개인 차원의 환경운동으로 자리잡고 있다.



플라스틱, 너를 산 적은 없었는데


2년 전, 배우 류준열은 인스타그램에 자신이 마트에서 장 봐온 식재료들을 한데 모아 찍은 사진 한 장을 공유했다. 피드 글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도 덧붙였다. ‘너를 산 적은 없었는데 #플라스틱’. 대형마트나 상점에서 장을 볼 때 겪게 되는 과잉 포장에 대한 이 같은 문제 제기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그즈음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배우 류준열과 함께 ‘용기내 챌린지’ 캠페인을 시작했고, 점점 대중에게 호응을 얻으며 확산했다. 용기내 챌린지는 식재료를 사거나 음식을 포장할 때 다회용기, 천 주머니, 에코백 등을 활용해 불필요하게 발생하는 쓰레기를 줄이자는 운동으로, 사람들은 SNS에 각자의 실천 사례를 게시한 뒤 ‘#용기내챌린지’ 혹은 ‘#용기내캠페인’ 등의 해시태그를 붙이기도 한다. 여기서 ‘용기’는 그릇을 담는 ‘용기(容器)’인 동시에 겁내지 않는 태도를 일컫는 ‘용기(勇氣)’를 뜻하는 중의적 표현으로, 많은 이들이 부담없이 제로웨이스트 운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용기 냈더니 달라진 삶


용기내 챌린지가 일시적인 캠페인을 넘어 점차 일상의 환경운동으로 확산하며 최근 SNS 상에서는 다양한 실천 후기가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다. “식당에서 다회용기를 건넸더니 양을 넉넉하게 담아줬다”거나, “시장 상인 분께 젊은이가 기특하다는 칭찬을 들었다”는 등의 얘기는 용기 내기를 주저하는 이들에게 용기를 준다. 각종 기발한 ‘용기내는 법’이 공유되기도 한다. 조각 케이크를 포장할 땐 반찬통 뚜껑을 아래쪽으로 해서 담으면 편리하다거나, 입구가 넉넉한 텀블러를 휴대하면 바깥에서 예상치 못하게 음식을 남겼을 때 유용하다는 등이다. 어떤 이들은 “환경을 위해 용기내기 시작했는데, 내 삶의 질이 올라갔다”며, 깨달음을 전하기도 한다. 일회용 음식 용기는 비닐을 벗기고 세척하고 분리수거를 하는 등 처리하는 데 많은 수고가 따르지만, 다회용기에 음식을 담아오면 그대로 먹고 설거지만 하면 되니 오히려 살림에 드는 시간과 수고가 줄었다는 것이다.



 



어제보다 오늘 하나만 덜 버리기


근래 전국 곳곳에 확산하고 있는 소규모 제로웨이스트 숍은 이렇듯 개인들이 용기 내는 문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일례로 2020년에 문을 연 서울 망원동의 ‘알맹상점’에서는 각종 찻잎, 커피, 발사믹 식초, 올리브유, 잡곡 등 식료품은 물론 각종 세제, 샴푸, 보디워시, 화장품, 디퓨저 용액 등 생활용품까지 필요한 양만큼 용기에 담아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기업들도 유통?화장품?식품업계를 중심으로 잇따라 리필스테이션을 열며 ‘무포장’ 문화 확산에 동참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버려지는 플라스틱 중 재활용되는 비중은 불과 10% 미만. 나머지는 땅에 묻거나 태워지고, 또는 불법으로 방치되다 바다로 흘러들어가 생태계와 우리 몸까지 위협한다. 이미 쓴 것을 잘 버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애당초 쓰레기를 덜 만드는 일에도 더 많은 관심을 둬야 할 때다. 당장 모든 소비에 용기를 내는 일은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하나라도 덜 버리는 시도 정도라면 해볼 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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