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
회복탄력성
남부러울 것 없이 풍요로움 속에서 자라는 요즘 아이들에게 가장 결핍된 건 무얼까. 다름 아닌 ‘결핍’이 가장 ‘결핍’되었다는 말이 우스갯소리처럼 회자되곤 한다. 많은 이들이 요즘 아이들은 결핍이 부족하단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 어느 세대보다 풍족함을 누리며, 부모의 살뜰한 보살핌과 보호 테두리 안에서 잘 자라고 있는 것 같지만, 안타깝게도 요즘 아이들은 힘든 상황이 닥쳤을 때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회복탄력성’이다.
회복탄력성이란?
천재 사상가 장 자크 루소(Jean Jacques Rousseau)는 일찍이 그의 저서 <에밀>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아이를 불행하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아이가 원하는 모든 것을 주는 것이다.
아이의 욕망은 끊임없이 커질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능력에 한계를 느끼게 되고
결국 아이의 요구를 거절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거절이 익숙하지 않은 아이는,
채워지지 못한 욕망 때문이 아니라
거절당한 것에 더 큰 고통을 느낄 것이다.
좌절에도 굳건히 일어설 수 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아이에게 무조건 풍족한 환경을 제공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족함, 좌절이 필요하다고 루소는 역설한다.
수백 년 전 철학가의 이 글 안에 회복탄력성의 기본 개념이 담겨있다. 회복탄력성은 힘든 상황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힘을 말한다. 또한 스스로 에너지를 비축해 주도적으로 자신의 삶을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고난이 닥쳤을 때, 좌절하지 않고 슬기롭게 극복하며 한 뼘 성장해가는 과정 안에 회복탄력성의 핵심 가치가 담겨있다. 물론 아이에게 결핍과 부족함의 경험만을 주어선 안 된다. 힘들어도 훌훌 털고 일어설 수 있도록 마음의 근육을 단단히 키워주는 것 또한 부모의 역할이다.
회복탄력성을 기르려면?
회복탄력성은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흔히 회복탄력성을 ‘마음의 근육’이라 설명하는데, 이는 매우 적절한 비유라 할 수 있다. 회복탄력성 역시 우리 몸의 근육을 기르는 것과 비슷한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꾸준한 운동으로 근육을 키우듯, 어릴 때부터 다양한 실패와 좌절을 경험하고 이를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회복탄력성이 길러진다.
회복탄력성이 끊임없이 강조되는 이유는?
‘인간의 욕구 조절과 성숙 간의 관계’를 연구한 프랑스 심리학자 디디에 플뢰(Didier Pleux)는 21세기 아이들이 유독 참을성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연구에서 밝혀냈다.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과 과도한 자아 발달을 원인으로 지목했는데, 이는 아이가 가정의 중심인물로 편입된 사회적 분위기 탓도 크다.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걸 마음대로 얻고, ‘안 돼’라는 말이 익숙하지 않은 요즘 아이들은 작은 고난에도 쉽게 좌절하고 잘 견뎌내지 못한다. 청소년의 나약한 멘탈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요즘, 적절한 좌절의 경험을 통해 회복탄력성을 길러야 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해결해주는 부모가 아닌, 조력자 부모가 되자
아이가 힘들어할 때 두 팔 걷어붙이고 알아서 해결해주는 부모는 하수다. 해결이 아니라,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고 방법을 제안해주는 조력자 부모가 되어야 한다. 아이가 힘들어할 때, 힘듦에 귀 기울여주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격려하고 응원해주는 것이 바람직한 부모의 역할이다. 아이는 자신에게 닥쳐온 힘든 상황을 부모가 공감해주고 이해해주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용기와 자신감, 심리적 안정감을 얻는다. 이렇게 마음의 울타리가 단단하게 세워지고 나면, 자신의 상황을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고 스스로 해결책을 찾을 수 있게 된다.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수용하는 법을 알려준다
실패는 누구나 아프다. 실패를 한 당사자인 아이도, 그 모습을 지켜보는 부모도 마음이 쓰린 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때의 부정적인 감정을 회피해선 안 된다. 속상하고 슬픈 감정 역시 성장을 위해 필요한 감정이다. 또한 이 감정을 잘 다스리고 표현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실패로 인해 아이의 마음이 어떤지 물어보며 속상한 마음에 공감하고 위로해주자. 실패와 좌절로 인한 속상한 마음을 자연스럽게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거치며 아이는 성숙한 마음을 갖게 된다. 이렇게 크고 작은 좌절을 다양하게 경험해본다는 것은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많아진다는 뜻이다. 자주 넘어져 봐야 ‘마음 근육’이 탄탄하게 단련된다.
실패할 기회를 한껏 주자
어른도 실수를 한다. 하물며 아이가 능숙하지 못하고 서툰 것은 당연하다. 아이의 이런 모습이 미숙해 보인다고 그 자리에서 지적하고 바로 잡는다면 아이는 스스로 어떤 점이 부족한지 고민하고 바로잡을 기회를 잃게 된다. 실패를 통해 차근차근 익히는 게 값진 배움이란 사실을 기억하자. 보조바퀴를 떼어내고 홀로 자전거를 타기 위해선 넘어지고 쓰러지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뒤에서 늘 붙잡아준다면 아이의 독립 시기는 늦춰질 뿐이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알려준다
결과만을 치켜세우는 태도는 위험하다. 결과가 좋지 못하더라도 과정이 소중하다고 알려준다. 방법은 간단하다. 부모가 본보기를 보이는 것이다. 아이들은 부모를 거울삼아 보고 자란다. 실패와 좌절에도 덤덤한 모습을 보이고,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부모를 통해 아이도 결과와는 별도로, 노력한 과정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