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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여행

[여행]
영동의 가을에서 느림을 배우다,

충북 영동 오지 여행

 


눈부신 햇살이 모든 소멸해가는 것들을 빛나게 하는 계절, 가을은 어딘가 조용히 사색을 하며 마음에 쉼표를 찍을 수 있는 여행지가 그리운 계절이다. 굽이굽이 산줄기들이 부챗살처럼 펼쳐지고, 계곡을 따라 맑은 물이 흐르는 곳, 영동은 숨은 보석 같은 여행지이다. 사진 애호가들과 등산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월류봉부터 백화산, 민주지산, 도마령 고개에 이르기까지 자연과 산골마을의 청정함 그리고 순박함을 누릴 수 있는 곳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사람들의 발길이 조금 덜 닿은 곳, 영동의 비경 속으로 떠나본다.




달이 머무르는 그림 같은 봉우리, 월류봉 


황간IC를 나와서 한가로운 국도를 따라 바로 월류봉(月留峯)으로 향했다. 충북 영동군 황간면 원촌리에 있는 높이 400미터의 봉우리는 그 수려한 아름다움으로 인해 하늘의 달님도 차마 떠나지 못하고 머물다 간다고 해 서 월류봉이라 이름이 지어졌다. 이 월류봉의 여덟 경승지를 꼽아서 한천팔경(寒泉八景)이라고 부르는데, 월류봉을 비롯하여 산양벽, 청학굴, 용연대, 냉천정, 법존암, 사군봉, 화헌악의 8경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천팔경의 제1경인 월류봉. 깎아지른 산꼭대기에 머물던 태양이 곧바로 월류봉의 가파른 절벽인 산양벽(山羊壁)을 따라 수직으로 낙하해서 월류봉 아래 깊은 소(沼)인 용연동(龍淵洞)으로 떨어져 내린다. 산꼭대기를 올려다봐도 강물을 내려다봐도 눈부시기는 매한가지다. 월류봉 꼭대기가 높이 솟아오르듯 용연동의 맑은 물은 한없이 아래로 깊기만 하다. 용연동은 용이 사는 연못이라고 해서 용연동이라 이름이 지어졌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월류봉의 구불구불한 산봉우리들이 용연동에 비쳐서 마치 꿈틀대는 용 한 마리가 가만히 물 아래 숨어 있는 듯하다.


 월류봉



우암 송시열의 뜻이 서린 공간, 한천정사


월류봉이 한눈에 굽어보이는 맞은 편 도로 한 모퉁이에 단아한 기품이 서린 한천정사(寒泉精舍)가 조용히 자리잡고 있다. 조선을 ‘송시열의 나라’라고까지 일컫게 할 정도로 조선후기 정치와 사상계를 호령했던 인물이 송시열이다. 특히 북벌에 뜻이 깊었던 효종의 총애와 존경을 받은 인물이었던 그는 1636년 병자호란이 일어나 청 과 굴욕적인 강화를 맺게 되자 관직을 버리고 이곳으로 낙향했다. 월류봉 앞에 한천정사를 짓고 북벌계획을 구상하며 강학에 힘을 기울였다. 우암이 죽고 난 후 우암의 제사를 모시는 한천서원을 세웠으나, 고종 5년(1868)에 서원이 철폐되었다. 후에 그의 뜻을 기리는 유림들이 1910년 다시 지은 건물이 바로 한천정사다. 조선을 뒤흔들었던 거인이 머물던 장소라기에는 너무나 소박한 대청마루와 온돌방, 여덟 팔(八)자 모양의 팔작지붕, 그리고 정사를 둘러싼 낮은 담장은 그래서 오히려 더욱 인상적이다.


 한천정사 



반야사와 만경대의 가을 비경, 백화산 


월류봉에서 그리 멀지 않은 백화산으로 향했다. 백화산 자락을 따라 울긋불긋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었다. 갈색, 빨강, 노랑, 연두, 다양한 색들의 변주를 보이며 가을이 깊어가고 있었다. 백화산 남쪽 기슭에는 신라 성덕왕 19년 서기 720년 의상(義湘)의 십대제자 중 한 사람인 상원(相源)이 창건한 천년고찰 반야사가 있다. 반야사라는 이름은 세조대왕이 문수동자를 만나 병이 나은 것에 감격해서 문수보살의 지혜를 상징하는 반야를 어필로 하사한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반야사 삼층석탑은 신라 말기와 고려 초기에 유행했던 단층 기단형 삼층석탑 양식을 따랐으며 보물 1371호로 지정되어 있다. 극락전 앞에는 500년 수령의 배롱나무 두 그루가 다정하게 서 있다. 가을 산중 반야사도 아름답지만, 왼쪽으로 석천을 끼고 가는 계곡 오솔길은 너무나 고즈넉하고 평온하기만 하다. 근래에는 월류봉에서 반야사까지 이어지는 월류봉 둘레길이 조금씩 여행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2018년 조성된, 총연장 8.4km 코스, 1코스 여울 소리길, 2코스 산새 소리길, 3코스 풍경 소리길, 3개의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백화산 



민주지산 숲과 영화 ‘집으로’의 배경, 도마령 고개


백화산을 뒤로 하고 민주지산 휴양림으로 향했다. 충북의 최남단인 영동군 용화면 조동리에 자리한 이곳은 소백산맥의 줄기인 민주지산에 둘러싸여 사계절 숲의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는 곳이다. 해발 800미터의 도마령 고개를 오르는 길은 그저 아름다운 한 폭의 산수화다. 도마령은 영동군 황간에서 전북 무주로 넘어가는 고갯길인데, 도마령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말을 키우던 마을’, 혹은 ‘칼 찬 장수가 말을 타고 넘던 고개’라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도마령을 중심으로 1,000여 미터 안팎의 천만산, 각호산, 민주지산 등 도열해 있다. 영화 ‘집으로’의 첫 장면에서 시골 버스가 비포장도로를 달리던 길이 바로 도마령이다. 지금은 포장도로로 정비되었지만, 구비구비 도로를 따라 펼쳐지는 순수한 자연의 아름다움은 여전하다. 도마령 정상에서 상촌면 조동으로 내려가는 구불구불한 곡선의 길을 보노라면 자연의 산세와 인간의 길이 만들어내는 묘한 조화로움에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도마령 고개



도마령 고개 너머 표고버섯과 포도가 익어가는 마을들, 상촌면 조동과 용화면 월전리


도마령 고개를 넘어 구불구불한 국도를 따라 내려가면 아름다운 산촌마을 상촌면 조동을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표고버섯 재배지로 지금도 그 명맥을 잇고 있는 곳이다. 화려하지 않은 그 소박함이 마을 풍경과 잘 어우러지고 인적 드문 마을길을 걷는 발걸음은 점점 느려진다. 조동을 뒤로 하고 국도를 따라 여유롭게 차를 달리다보면 용화면 월전리의 포도밭이 나타난다. 올해의 마지막 포도를 수확하는 농부의 표정이 담담하다. 낯선 나그네를 보더니 포도 몇 송이를 주저 없이 내어준다. 늦가을 햇살을 머금은 마지막 포도는 그 어느 포도보다 달콤하다. 여전히 주렁주렁 싱싱한 포도송이들을 감싸고 있는 말라버린 포도 이파리들을 보면 마치 자식을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아낸 부모의 모습이 겹쳐서 마음이 일렁인다. 


 용화면 월전리 포도 



월류봉에서 시작된 영동 여행은 국도를 따라 월류봉의 비경과 백화산의 눈부신 가을 색채에 빠져드는 시간이다. 또한 곳곳에 사람과 식물이 살기에 가장 적합한 자연과 마을이 있어 잠시나마 도시의 분주한 일상이 주는 스트레스를 벗어나 자연 속에서 조금 느리게 가는 감각을 일깨우는 시간이 된다. 영동의 오지 속으로 들어가서 잠시나마 가슴으로 호흡을 한다면 다시금 우리는 일상을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으리라.




 Travel Info 


월류봉

주소 : 충북 영동군 황간면 원촌리 


한천정사

주소 : 충북 영동군 황간면 원촌리 

TEL : 043-740-3114


반야사

주소 : 충북 영동군 황간면 백화산로 652 

TEL : 043-742-4199

홈페이지 : http://www.banyasa.com


도마령 고개

주소 : 충북 영동군 상촌면 고자리 


조동산촌마을장

주소 : 충북 영동군 용화면 조동리 24 


용화면 월전리

주소 : 충청북도 영동군 용화면 월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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