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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

[인문교육]
빨간 머리 앤은

왜 사랑스러울까

 

“모퉁이를 돌면 뭐가 있을지 모르지만, 길모퉁이에도 나름의 매력이 있어요. 전 가장 좋은 게 있다고 믿을래요! 벌써부터 기대감으로 가슴이 두근대요!” 


 

고작 열한 살 된 빨간 머리 앤의 삶은 그리 평탄하지 않다. 태어난 지 석 달 만에 엄마는 열병으로 죽고 아빠도 나흘 뒤에 같은 이유로 세상을 뜬다. 아무도 앤을 원하지 않아 집안일을 도와주던 토마스 부인이 결국 앤을 맡기로 했는데 그녀는 찢어지게 가난한데다 남편은 술주정뱅이였다. 어느 날 토마스 부인의 남편이 기차에 떨어져 죽자 토마스 아주머니는 고향을 떠나게 됐고 앤은 또다시 오갈 데 없어진다.

간신히 강 상류 쪽에 사는 해먼드 아주머니가 앤이 아기들을 잘 돌본다는 소문을 듣고 앤을 데리고 갔지만 그곳은 ‘무척 외롭고 상상력이 없다면 살 수 없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앤은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한 채 2년 동안 여덟 명의 아이들을 돌봐야 했다. 그러던 중 남편마저 죽자 해먼드 아주머니는 아이들을 친척들에게 맡기고 미국으로 떠난다. 또다시 혼자가 된 앤은 그대로 호프턴에 있는 고아원으로 맡겨진다.

앤을 입양한 마릴라가 앤의 이야기를 듣고 가엾고 안타까움을 느낀 게 자연스러울 정도로 얼마나 고되고 사랑받지 못한 시절을 보냈겠는가. 그럼에도 앤은 귀엽고 사랑스럽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앤은 야무지고 당차다.




"내 삶은 험난한 길이 아니야.

연인의 오솔길이야"

 


도대체 앤의 어떤 점이 우리를 이토록 매료시키는 걸까. 심리학자 Deci와 Ryan의 자기 결정성 이론은 우리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동기가 충만한 상태로 살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자기 삶에서 자율성, 유능성, 관계성의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앤은 자신에게 중요하고, 가치있는 것을 발견해 내고 자신이 주어진 상황 앞에 어떻게 행동할지를 직접 결정하는 높은 자율성을 가지고 있다. 이는 곧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고 어떻게 바라볼지 스스로 결정하는 자존감과도 관련이 있다. 


앤은 자신의 선택 없이 주어졌던 삶의 일방적인 비극들을 자신이 선택한 방식으로 헤쳐나갈 줄 안다. 주어진 길이 어두울 때도 있지만 삶에서 만나는 작은 것들에 감탄하며 감사하며 지낼 줄 아는 힘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는 소들을 방목장으로 데리고 가거나 나무를 운반해오는 데 쓰는 길을 두고도 ‘연인의 오솔길’이라고 이름 붙이듯 말이다. 이런 힘은 주변 사람들도 같이 생기있게 만들고 곧 앤만의 매력이 된다.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멋진 것 같아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는 거잖아요!”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멋진 것 같아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는 거잖아요!”, “앞일을 생각하는 건 즐거운 일이라고 할 수 있어요. 린드 아주머니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런 실망도 하지 않으니 다행이지’라고 하셨어요. 하지만 저는 실망하는 것보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게 더 나쁘다고 생각해요.” 몇 번이나 혼자 남겨지고, 아무도 자신을 원하지 않는 경험을 하고서도 앤은 특유의 상상력으로 언제든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만끽하고 표현할 줄 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마저도 낭만있게 만들어 버리는 앤에게 어찌 사랑스러움을 안 느낄 수 있으랴. 


우리도 우리의 환경을 ‘눈의 여왕’, ‘반짝이는 호수’, ‘새하얀 환희의 길’로 앤이 이름 붙인 것처럼 한번 다르게 붙여보자.

똑같은 일상이라도 어딘가 모르게 좀 더 의미 있고 색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앤이 자신의 삶을 예쁘게 만들어가는 방법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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