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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

[인문교육]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모든 모험은 첫걸음을 필요로 하지

 


“지도만 보면 뭐해. 남이 만들어 놓은 지도에 네가 가고 싶은 곳이 있을 것 같니?”

“그럼 내가 가고 싶은 곳은 어디에 있는데?”

“넌 너만의 지도를 만들어야지.”




나른한 오후, 언니가 읽어주는 지루한 역사책 공부를 하던 앨리스는 현실과는 전혀 다른 자신만의 세상을 상상한다. 그러던 중 조끼를 입고 회중시계를 든 토끼가 늦었다며 뛰어가는 것을 발견한다. 호기심이 생긴 앨리스는 토끼를 따라 굴속으로 들어가고, 끝도 없이 떨어지다 말하는 문 손잡이가 있는 방에 도착한다. 병에 담긴 음료를 마시자 몸이 작아지고, 쿠키를 먹자 몸이 지나치게 커진다. 놀란 앨리스가 눈물을 흘리자 눈물 때문에 순식간에 깊은 물웅덩이가 만들어진다. 앨리스는 물웅덩이 위로 떠다니는 병을 집어 들어 내용물을 마시고는 다시 작아진다. 


그렇게 물결에 휩쓸려 이상한 나라로 가게 된 앨리스는 지금 여기가 어디인지,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 나는 누구인지를 끊임없이 묻으며 길을 떠난다. 네가 누구냐고 묻는 애벌레의 말에 “저…… 아직 누군지 잘 모르겠어요. 설명할 수 없는걸요. 나는 내가 아니에요.”라고 답하거나 공작부인의 하인에게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 묻거나, 체셔 고양이에게 어디로 가야할지 물으면서 말이다. 



 

이런 앨리스는 자신의 정체감을 찾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자아 정체감이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함축적, 총체적, 일관적인 믿음과 느낌을 말한다. 즉, 내가 누구이고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될 것이며 사회 속에서 나의 역할은 무엇인가와 같은 개인이 추구하는 가치, 신념, 목표로 구성되어 있는 안정되고 조직화된 성숙한 자아 정의이다. 심리학자 에릭슨에 따르면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아정체감을 추구하고 청소년기에 반드시 이뤄야 할 발달 과업이다. 그리고 앨리스는 그 과정 중에 있다. 다양한 맥락에서 자신을 확인하고 실험하면서 말이다.



“어제의 이야기는 아무 의미가 없어요. 

왜냐하면 지금의 난 어제의 내가 아니거든요.”



앨리스는 몸이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과정에서 혼란스러워하고, 모든 게 낯설고 정해지지 않은 공간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불안해한다. 하지만 점점 자신의 키가 얼마든지 상황에 따라 변화할 수 있으며 키가 변한다고 해서 자신의 진짜 모습이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점점 자신의 정체감을 확립해 나가는 것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된 앨리스는 주어진 환경에 따라 행동했던 수동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자신의 의견과 생각을 당당히 밝히기도 한다. 보는 이마다 목을 치라고 명령하는 폭정의 여왕이 정당하지 않게 하트 잭에게 누명을 씌우려 하자 앨리스는 아무것도 입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여왕의 말에 반박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말이다.



 


인간은 누구나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고민을 한다.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몰라 방황하기도 한다.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상황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은 순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혼란 속에도 불구하고 앨리스는 이상한 나라의 모험을 계속했음을 기억하자. 앨리스가 떠난 여행처럼 나를 찾는 여행은 우리 모두에게 필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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