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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여행

[여행]

봄과 여름 사이

그 무렵의 초록빛 숲

움튼 풀과 꽃과 나무는 여름을 향해 힘찬 질주를 시작하고, 그 약동의 몸짓 덕에 숲은 나날이 초록을 더한다. 우리 발걸음이 저절로 숲으로 향하는 것은 그래서일 거다. 용솟음치며 약동하는 숲의 생명력에 흠뻑 빠져들고 싶어서. 지치고 힘든 서로를 다독이며, 오늘도 우리는 초록 숲으로 간다.

하늘 바다 보리밭이 다 함께 푸르른, 가파도 청보리밭

제주에는 여름이 오기 전 꼭 봐야 할 초록 들판이 있다. 가파도 청보리밭이다. 가파도는 제주도 부속섬 중 4번째로 큰 섬으로, 3월에서 5월 사이 대정읍 운진항에서 배를 타고 20여 분 달리면 섬 전체가 온통 초록 보리 물결로 출렁이는 장관을 만날 수 있다. 가파도 청보리가 유독 풍성한 초록을 자랑하는 이유는 제주 고유의 보리 품종 때문. 제주 토종 보리인 향맥은 다른 보리에 비해 2배 이상 높이 자라는 특성 덕에 보리밭을 넘어 보리숲이라 할 정도의 울창함을 자랑한다. 한국에서 가장 키 작은 섬이라는 별명대로, 가파도의 해발 고도는 최대 20m를 넘지 않는다. 덕분에 사방이 탁 트여 어느 곳에서도 보리밭이 잘 보이고, 넘실대는 초록 보리밭 너머 섬을 감싸 안은 푸른 바다의 어울림이 황홀하다.

주소 :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가파리

문의 : 064-794-7130(가파리 사무소)

뭇 생명 품어주는 풍요의 습지, 김해 화포천습지생태공원

김해 화포천습지생태공원은 낙동강 배후 자연 습지이자 국내 최대 하천형 습지로, 세계적으로 희귀한 노랑부리저어새를 비롯해 큰고니, 큰기러기를 비롯한 각양각색의 철새와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생명의 땅이다.

특히 봄이 되면 초록 풀과 꽃이 장관을 이루는데, 3월에는 버드나무 꽃과 창포의 잎이 봄의 시작을 알리고, 냉이, 꽃다지, 꽃바지, 개불알풀 등 다양한 들꽃이 화사하게 습지를 수놓는다. 4월에는 버드나무 씨앗이 하얀 눈꽃처럼 날려 눈부신 풍경을 이루고, 봄의 절정인 5월이 되면 노랑어리연꽃이 수로를 가득 채우고 창포, 줄, 갈대, 물억새, 고랭이, 마름, 자라풀 등 습지 숲에서만 볼 수 있는 초록빛이 온통 찬란하다.

주소 : 경남 김해시 한림면 한림로 183-300

문의 : 055-342-9834

개방시간 : 09:00~18:00

태고의 신비 간직한 신성한 숲, 제주 사려니숲길

제주시 절물오름 남쪽 비자림로에서 물찻오름을 지나 서귀포시 남원읍 사려니오름까지 이어지는 약 15㎞의 사려니숲길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제주 생물권 보존 지역이기도 하다. 사려니는 제주 말로 ‘살안이’, ‘솔안이’라고도 불리는데, ‘살’과 ‘솔’은 모두 신성한 곳이라는 뜻으로 사려니숲은 곧 신성한 숲이다. 평균 고도 550m의 숲길을 따라 졸참나무, 서어나무, 때죽나무, 편백나무, 삼나무가 울창한 청정 숲길은 태고의 신비를 품고 있다.

숲길에서는 ‘새왓내의 아이들(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을 위한 숲 체험 프로그램)’, ‘숲Dream(중고생을 위한 숲 체험 프로그램)’, ‘월든 치유와 명상의 숲(일반인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 등 다양한 숲 체험 코스가 진행된다. 숲길의 종점인 사려니오름에서는 붉가시나무, 감탕나무, 합다리나무, 올벚나무, 굴피나무, 곰의말채, 홍지네 고사리 등 훼손되지 않은 제주의 풍성한 자연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주소 : 제주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산 137-1

문의 : 064-900-8800

개방시간 : 09:00~17:00(연중무휴)

시민이 키워낸 대쪽 같은 울창함, 울산 태화강국가정원 십리대숲

울산 중구 태화강대공원 일원 태화강국가정원에 자리한 십리대숲의 시작은 소박했다. 마을 주민들이 잦은 홍수에 대비해 하나 둘 심기 시작한 대나무가 어느덧 4㎞에 걸쳐 울창한 대나무 숲을 이룬 것. 하늘로 쭉쭉 뻗은 70만 그루 대나무가 뿜어내는 시원함 덕에 한여름 피서지가 따로 없다. 900여 종의 동식물이 서식하고 백로와 까마귀가 찾는 철새 도래지로도 유명한 십리대숲에서는 숨은 명소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나룻배로 태화강을 건너 전망대에 오르면 십리대숲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데, 강과 어우러져 넘실대는 대숲의 초록이 그야말로 장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