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
술잔에 따르는 취향과 개성
무작정 ‘부어라 마셔라’ 하던 회식형 음주 문화가 힘을 잃고 있다. 이제 MZ세대에게 술은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담은 하나의 메뉴로 거듭났으며, 술의 종류와 이를 즐기는 형태도 한층 다채로워졌다.
나만의 페어링을 향한 즐거운 도전
‘드실 술은 각자 챙겨 오세요!’ 요즘 식당가에는 이런안내를 써 붙인 곳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음식만 팔고 개인이 가져온 주류를 별도의 비용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콜키지 프리(Corkage Free) 식당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 식당은 술값이 부담스럽거나 보유 주종이 많지 않아 방문을 망설이는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어 좋고, 고객은 각자 원하는 주류를 선택해서 마실 수 있으니 좋다. 술과 음식의 어울림을 탐구하고 고객들에게 적절한 주류를 제안하는 페어링(Pairing) 식당도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또한 전통주 구독 서비스도 인기몰이 중이다. MZ세대는 전통주에 관심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큰 오산이다. 2천 종이 넘는 전국의 전통주를 큐레이션해 매달 집으로 배송하는 한 전통주 구독 서비스 업체의 전체 고객 중 80%는 MZ세대다. 이들은 다양한 전통주를 통해 나만의 음주 취향을 발견하며, 술을 여러 음식에 곁들이고 가장 잘 어울리는 조합을 찾는 셀프 페어링에도 기꺼이 도전한다. 주류라는 별도의 카테고리가 존재했던 술이 빠르게 음식의 영역으로 흡수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지점이다.
ⓒ술담화 <전통주 구독 서비스>
즐김을 넘어 맞춤 제조로
제조업체가 제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사용자 스스로 자신만의 제품 활용 방식을 창조하는 모디슈머(Modisumer) 열풍은 주류 문화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술에 다양한 맛과 제품을 조합함으로써 나에게 꼭 맞는 칵테일을 찾는 이른바 ‘홈술 레시피’가 SNS를 중심으로 대유행하고 있는 것. ‘집(Home)이온음료를 1:1:1로 섞어 보는 맛까지 선사하는 태극주도 MZ세대에게 각광받는 레시피다. 위스키와 보드카에 탄산음료를 더하는 데미주, 초코우유와 소주를 6:4로 배합해 달콤함을 극대화한 초코주도 대세로 떠올랐다. 기성 주류와 음료를 섞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MZ세대는 직접 술을 빚기도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통주 만들기 체험은 나이 지긋한 중장년층의 전유물이었지만, 지금은 내 손으로 내 입맛에 에서 마시는 술’을 뜻하는 ‘홈술’은 외부의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온전히 나만의 방법으로 술을 마음껏 음미하겠다는 MZ세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신조어다. MZ세대의 홈술 레시피에는 편견이 없다. 소주와 알로에 음료수를 1:1로 섞어먹는 알로에주는 깔끔한 맛으로 정평이 나있다. 청정원 홍초·소주·맞는 술을 만들고 즐기겠다는 MZ세대가 주도적으로 체험에 나서고 있다. 쌀을 씻고 불리기, 술밥 찌고 식히기, 적절한 온·습도로 발효시키기 등 만만치 않은 과정이 줄곧 이어지지만,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에게는 이것이 바로 매력 포인트로 다가간다.
이뿐 아니라 맥주의 세계도 무한 확장 중이다. 제로 맥주, 논 알코올 맥주를 즐기는가 하면 직접 하우스 맥주를 만드는 ‘홈브루잉’도 인기다.
술만큼이나 중요한 짝꿍, 안주
안주는 적당히 먹으면 알코올에 대한 위장의 부담을 줄여주고 숙취 해소를 돕는다는 점에서 음주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단짝이라 할 만하다. 대부분의 MZ세대도 이러한 생각에 자연스럽게 술과 찰떡궁합인 안주를 찾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밀키트 전문 업체들은 변화하는 주류 트렌드에 발맞춰 안주로 제격인 이른바 ‘페어링 밀키트’를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와인에 잘 어울리는 참깨 소고기 찹스테이크부터 논 알코올 맥주와 곁들이기 좋은 크리스피 피시 앤 칩스까지 그 범위도 점점 넓어지는 중이다.
술과 잘 어울리는 간편식 메뉴를 다채롭게 선보이고 있는 ‘청정원 안주야(夜)’ 시리즈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논현동 포차 스타일 매운 껍데기, 레드페퍼 육포, 두툼 삼겹살, 돈막창, 마늘 근위볶음, 치즈촘촘, 먹태열풍 등 종류도 매우 다양해 먹고 싶은 술과 페어링하기 그만이며 조리도 매우 간편하다. 안주 자체로 맛이 좋다는 평도 지배적이다. 여기에 좋아하는 술 한 잔까지 더하면 그야말로 천국이 따로 없다.
‘성격과 취향은 사람 수만큼 존재한다’는 말이 있다. 술과 안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기에 MZ세대는 오늘도 나에게 좋은 술과 함께 먹기 좋은 안주를 찾아 나서며, 그 과정 속에서 ‘맞춤형 행복’을 발견한다. 이번 기회에 익숙한 술과 안주를 떠나 새로운 세상으로 떠나 보는 건 어떨까.